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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6자회담 상설기구화 해야'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이 수여하는 '제1회 자유상' 수상을 위해 지난 12일부터 베를린을 방문하고 있는 한국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의 제도화를 촉구하고, 북 핵 6자회담의 상설기구화에 대한 전망을 밝혔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유럽연합이 상설기구화 한 6자회담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열린 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6자회담에 대한 미국 내 회의론을 반영하는 의견들이 제기됐습니다. 좀 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베를린자유대학의 자유상 수상을 위해 독일을 방문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14일 독일외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남북한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남북한 정상이 만나는 방식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정권에서 남북한 정상이 만난 데 이어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야 다음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토론회 질의응답에서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6자회담과 연계하거나 병행해 개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 하반기 이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으며 또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대통령측은 ‘하반기 이전’은 구체적으로 8월 15일 이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BDA문제가 해결돼 6자회담이 급진전하면 남북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자신은 남북회담을 6자회담과 병행할 필요가 없으며, 더욱이 6자회담보다 뒤로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김 전 대통령은 남북한이 남북 문제에 대해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이 반드시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앞으로 북 핵 6자회담 체제가 동북아시아의 안보협력기구의 역할을 감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토론회에 앞서 행한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 전망’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6자회담이 해체되지 않고 상설기구화 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과 미국, 일본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한반도 평화와 경제발전, 동북아시아 안전을 위해 6자회담이 상설화되면 유럽연합, EU가 이에 정식 회원국이나 참관국 자격으로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전 대통령이 그동안 6자회담의 상설화에 대한 주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지만 6자회담에 EU의 참여를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독일, 영국 등 유럽국가들이 북한과 수교를 추진하며 자신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원세력이 됐던 경험에 기초한 판단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EU의 6자회담 참여 주장과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은 “EU가 갖고 있는 세계평화에 대한 권위와 경제적 실력 등으로 보아 EU의 참여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전과 평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하고 “한국으로서는 EU가 중국, 러시아, 일본 등과 달리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접근성이 없다는 점이 한반도의 안전과 남북 간의 협력증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이 제 1회 수상자로 선정된 베를린 자유대학의 자유상은 정치, 사회, 학술 분야에서 자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김 전 대통령은 오는 16일 이 상을 수여받습니다.

자유상 시상식에서 김 전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연설하며, 리하르트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과 한스-디트리히 겐셔 전 외무장관,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등이 축하사절로 참석할 예정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인 2000년 3월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인 평화,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을 북한에 제안한 ‘베를린 선언’을 발표했고, 이후 같은 해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에서 개최되고 있는 ‘2007년 서울-워싱턴 포럼’에서는 6자회담에 대한 미국 내 회의론을 반영하는 전문가들의 의견들이 제기됐습니다.

북핵 6자회담 초기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냈던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15일 “6자회담의 최대 장애물은 북한이 비핵화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켈리 전 차관보는 BDA 문제 해결 이후 6자회담의 전망에 대해 이같이 말하고, 하지만 군사행동은 여러 면에서 어렵기 때문에 6자회담은 미국 정부가 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국무부 정보국장을 지낸 로버트 칼린 국제안보협력센터 연구원도 6자회담을 ‘못생긴 아기’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갓난 아기더러 못생겼다고 해서는 안된다”는 불문률이 있지만 출범한지 4년 된 6자회담은 못생긴 아기”라고 말해 미국 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6자회담 무용론과 비판의 목소리를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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