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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국이 전리품으로 가져간 수자기 전시회 추진


한국 정부는 조선왕조 시절인 지난 1871년 미국과의 신미양요 당시 미 해군에 빼앗긴 조선 군대의 대형깃발, 수자기를 대여받아 국내에서 전시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해군 정찰함 푸에블로호와 수자기를 맞교환하자는 미국 상원의원의 제안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 문화재청 관계자 4명은 최근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과 의회를 방문해 신미양요 당시 미군이 전리품으로 노획한 조선 군대의 수자기 반환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습니다. 미국은 전쟁에서 뺏은 외국 깃발을 돌려준 전례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반환과 관련한 장, 단기 계획을 세우고 국내에서 우선 수자기 전시회를 개최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번에 미국을 방문했던 문화재청의 배종덕 국제교류담당 과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수자기 전시회 개최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대여를 받아서 한국 내에서 전시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은 서로 유물을 빌려주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것 같습니다.”

배종덕 과장은 그렇다고 한국 정부가 수자기 반환 요청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면서, 우선 전시회를 통해 이 문제를 대중에 부각시키면서 반환 요청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자기는 가로, 세로 각각 4.5 미터 규모의 조선군대 사령관을 상징하는 깃발로, 1871년 4월 미국함대가 고종에게 통상조약 체결을 강요하기 위해 강화도를 공격했던 신미양요 당시 이 지역에서 군을 지휘했던 어재연 장군을 상징하는 깃발이었다는 설이 매우 유력합니다.

미국인으로서 12년째 수자기 한국 반환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 한동대학교의 토마스 듀베네이 교수는 수자기는 분명 한국의 국가 보물이라면서, 미국은 아무 조건 없이 이를 한국에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듀베네이 교수는 미국이 먼저 아무 조건 없이 수자기를 돌려 준다면 한국 내 일부 반미정서 등 여러 긴장요소를 낮추는 효과와 함께 양국 간 신뢰회복과 관계증진에도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콜로라도 출신의 웨인 앨러드 상원의원은 지난달 북한에 40년째 억류돼 있는 푸에블로호를 돌려 받기 위한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그 대가로 수자기를 북한측에 주자고 제안했습니다. 푸에블로는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도시 이름으로, 이 곳 주민들은 인터넷 웹사이트까지 운용하며 푸에블로호 반환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재청의 배종덕 국제교류담당 과장은 그러나 한국 정부는 푸에블로호와 수자기 맞교환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합니다.

“저희들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둘은) 전혀 다른 사건이고 본래 그 깃발의 위치가 강화도에 있었기 때문에 지금 남한에 속해 있잖아요. 북한하고는 아무래도 차이가 좀 있죠.”

한동대학교의 듀베네이 교수 역시 푸에블로호와 수자기 맞교환에 대해 고개를 젓습니다.

듀베네이 교수는 수자기는 조건 없이 북한이 아닌 한국으로 보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래야 미국은 대의적 명분을 갖고 푸에블로호 반환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듀베네이 교수는 강화도가 한국에 있고 주인인 어재연 장군도 한국 출신이라며, 수자기가 북한으로 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부시 행정부가 푸에블로호와 수자기 맞교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앨러드 의원의 서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앨러드 의원실의 스티브 위머 대변인은 최근 기자들에게 라이스 장관측으로부터 이 사안을 주의깊게 검토한 뒤 2주 안에 답변을 보낼 것이라는 서한을 받았다고 말하고, 그러나 의회의 승인 없이는 부시 행정부가 아무런 힘을 쓸 수 없다는 조언을 관계자들로부터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문화재청의 배종덕 과장은 미국 정부가 푸에블로호와 수자기 맞교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스 국무장관이 웨인 앨러드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냈는데 반대 이유는 미국은 푸에블로호 납치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그렇게 보상을 해주면 그 것을 합법화 시켜주는 모양새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한편 한국 문화재청은 해외유출 한국 문화재가 20여개국에 걸쳐 7만 5천여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미국에는 약 1만 7천점의 한국 문화재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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