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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초대석 - 김숙영 교수] 북한 영화 50년 책으로 펴내


북한에서 영화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관여하는 국가적 사업이긴 하지만 해외에서는 북한 영화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요, 미국 대학교에서 한 한국인 교수가 북한 영화와 연극의 50년 역사를 다룬 책을 쓰고 있다고 하네요.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김숙영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화제의 인물을 소개해 드리는 워싱턴 초대석 오늘은 김근삼 기자가 북한 영화 50년사를 집필하고 있는 김숙영 교수와 얘기를 나누어봤다고 하는데요? 함께 들어보죠.

문: 교수님, 미국 산타바바라에 있는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신데요, 주로 어떤 과목을 가르치십니까?

답: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는 주로 세계 연극사와 현대 아시아 연극사, 이런 과목을 중심으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지난해부터 미국 의회의 후원으로 워싱턴에서 북한 영화에 대한 연구를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좀 소개해 주시죠.

답: 제가 북한 연극과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부터인데요, 당시 논문에서는 중국 문화혁명 당시의 연극과 북한의 1960년대 70년대 연극을 비교연구했습니다.

교편을 잡은 후에는 북한에 초점을 맞춰서 연극과 영화의 발전사에 대해서 쓰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연구하는 과정에서 다루는 작품의 폭은 1945년 분단 이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광범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소재의 연극과 영화, 또 여러 예술적인 성향을 가진 작품들을 골고루 취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 사실 북한 이외의 지역에서는 북한 영화가 거의 소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교수님께서 이번에 쓰시는 책은 학문적으로나 일반인이게도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데, 언제쯤 책이 나옵니까?

답: 현재 탈고 과정에 들어가고 있는데, 아직 책이 정확히 언제 나올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2년안에는 책을 내는 목표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워낙 북한 영화가 세계에 소개된 것이 거의 없고, 소개가 됐다고 해도 정치 이념상의 차원에서 부각됐기 때문에 제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북한 영화도 1980년대 이후에는 좀 다양해졌고, 특히 신상옥 감독이 북한에서 활동했던 이후로는 오락성을 지닌 영화와 정치성을 지닌 영화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문: 해외에서 북한 영화가 덜 알려진 것처럼,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도 북한 이외의 곳에서 만든 영화를 공개적으로 볼 기회는 거의 없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많은 해외 영화를 소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깝게 한국이나 미국같은 자유국가의 영화와 북한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답: 제가 봤을 때는 종류의 다양성이 없다는 것. 또 영화를 통해서 사회의 문제나 예술적인 표현력을 공개적으로 주민들이 토의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습니다.

문: 영화가 다양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제작 환경에 원인이 있겠지요?

답: 아무래도 국가에서 모든 제작 과정을 통제하기 때문에 경쟁이 있을 수 없고, 검열의 정도도 다른 해외 영화 제작과정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굉장히 엄격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문: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이 보는 북한 영화는 일반적인 해외 영화에 비하면 굉장히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내용이나 형식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군요.

답: 그래서 제가 봤을 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그런 점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한국의 영화배우 최은희씨와 신상옥 감독 부부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문: 말씀하신대로 북한은 한국의 유명한 영화인이었던 최은희·신상옥 부부를 납치하지 않았습니까. 이들이 북한에서 활동하면서 북한 영화가 변화의 전기를 맞았다고 말씀하셨고, 또 80년대 이후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하셨는데, 북한 영화가 최근에는 어떻게 변하고 있고 이런 변화의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답: 북한은 아무래도 변화가 있으려면 지도층의 의지가 변화를 뒷받침해야지, 영화인들이 스스로 변하고 싶다고해서 변할 수 있는 현실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1980년대 이후 영화의 변화는 어떻게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지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은희·신상옥 감독 부부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서 담화를 할 때 녹음한 내용을 들어보면 김정일 위원장 스스로가 ‘우리 영화는 드디어 위기에 직면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사회를 전면적으로 개방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자각하고 반성해서 세계 영화와 경쟁을 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에 변화가 가능했던 것으로 봅니다.

최근 북한 영화를 보면 개인의 감정에 대해서 신경을 더 많이 쓰는 것 같구요. 특히 개인의 감정 중에서도 사랑에 대한 주제가 늘어난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녀의 애정관계, 삼각관계 등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주제들이 간간히 보이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문: 북한의 영화가 이념의 도구로 활용돼왔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남녀 간의 사랑…‘춘향전’을 다룬 영화가 생각나는데요…그런 사랑을 다룬 영화가 늘어나게 된 배경은 뭘까요?

답: 개인적인 소견으로 말씀을 드리면 1990년대에 큰 경제난을 겪으면서 중앙 정부의 통제가 완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을 통해서 들어오는 많은 해외 영화들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퍼지게 됐고, ‘외부에서 이런 영화를 만드는구나’ 하는 주민들의 인식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영화도 거기에 맞춰서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신상옥 감독이 만든 ‘사랑, 사랑, 내 사랑’ 같은 영화들이 굉장히 큰 반응을 일으키면서 거기에 맞춰서 영화도 오락성을 좀 강조해도 된다는 인식이 지도층 내에서 일었던 것 같습니다.

문: 그럼 그렇게 세계의 발전과 발맞추려는 북한 영화의 수준은 어떻습니까. 특히 가까운 한국 영화는 미국에서 개봉해서 큰 수익을 거두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답: 재미있는 현상이지만 남한과 북한의 영화를 비교해봤을 때 공통점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가족의 중요성,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에 있어서는 남북영화간에 공통점이 참 많습니다.

단지 기술적인 면에서 획일한 카메라 기법이나, 연기력에 있어서는 북한 영화들이 여전히 신파적인 요소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장르면에서도 북한 영화는 다른 세계영화와 비교했을 때 다양하지가 않습니다. 공포물과 같은 영화는 북한 영화계 내에서는 굉장히 자본주의적이고 퇴폐적인 문화의 산물이라고 낙인 찍혔기 때문에, 공포영화나 기괴한 공상과학물같은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죠.

문: 교수님, 좋은 책 준비하고 계신다니까 감사하구요, 책이 나온 다음에 다시 말씀을 나눠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답: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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