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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소외된 1.5세대 관심 계기


지난주 버지니아 공대에서 32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총격 사건의 범인이 어린시절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온 ‘1.5세대’ 한국인 청년 조승희 씨로 밝혀지면서 한인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조승희 씨는 어려서 부터 정신장애를 겪으면서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자라는 한인으로서 느끼는 소외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도 이번 범죄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내 한인사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1.5세대들이 겪는 어려움을 인식하고, 치유하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자세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1.5세대는 1세대와 2세대의 중간에 해당하는 이민자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어른이 돼 미국에 온 한인이 1세대, 이들의 자녀로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인이 2세대 이민자라면, 1.5세대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성장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의 범인 조승희 씨도 1.5세대 한인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8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왔습니다.

철저하게 외톨이로 지냈던 조승희 씨는 지난 16일 자기가 다니던 버지니아 공대의 기숙사와 강의실에서 32명을 총으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곧이어 세상에 대한 증오를 담은 그의 글과 동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조승희 씨의 주변사람들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정신적 장애를 겪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사회와 소통하지 못한 채 마음 속에서 극한의 분노를 키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미국 속의 한인으로 자라온 그의 성장배경이 사회와의 단절을 더욱 부추겼다는 분석도 하고 있습니다.

한인 1.5세대로 사건이 일어난 버지니아 공대에 다니는 김민경 씨는 자신과 같은1.5세대들이 대부분 미국사회에서 소외감을 경험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렸을 때 미국에 온 한인 1.5세대들은 대부분 미국 아이들 사이에도 끼지 못하구요, 좀 커서 미국에 온 한국 유학생 사이에도 끼지 못해요. 한국 문화에 익숙한 유학생들 보다는 미국인에 가깝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태어나고 미국 가정에서 자란 미국인들과는 사고와 행동이 모두 다르거든요. 그래서 소외감을 느껴요”

1.5세대들은 학교에서 느끼는 소외감 외에 집에서도 갈등을 겪습니다. 집 밖에서는 철저히 미국적인 가치기준에 맞춰 살지만, 집에서는 한국인 부모가 한국식 가치기준을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버지니아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목회활동을 하는 나운주 목사는 1.5세대들이 이런 문화적 차이 속에서 많은 갈등과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1.5세대 청소년들은 매일 일상 속에서 문화적 갈등을 겪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리니까 한번 이민을 오면 미국 사회에 쉽게 적응할 줄 알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매일 학교와 가정을 오가면서 문화적 차이와 갈등을 느끼고 또 이를 통해 고통을 겪습니다”

1.5세대 청소년들은 이런 문화적 갈등과 사회적 소외 속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습니다. 과연 자신이 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고민하게 되고 결국 사회에서도 주인이 아닌 이방인으로 자라게 된다는 것입니다. 1세대 이민자들이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고향인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있지만, 정체성이 불분명한 1.5세대들은 최종적으로 정신적인 안식처를 찾기 힘듭니다.

대부분의 1.5세대들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 성장합니다. 물론 어른이 된다고 해서 정체성이나 문화적 혼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보람있게 성장합니다.

하지만 일부는 이런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탈선의 길을 걷기도 합니다. 마약 등 범죄를 탈출구로 삼는 사례도 있습니다. 버지니아 공대의 김민경 씨는 주변에서 이런 친구들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미국사회와 학교에서는 어느정도 개방적이고 허용되는 활동도 가정의 한국 부모들은 못하게 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래서 어떤 1.5 세대들은 불만을 느끼고 더 극단적으로 탈선하기도 해요. 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퇴학 당하는 경우도 있구요.”

미국의 한인 청소년 전문가들은 한인 가정과 사회에서 이런 1.5세대들의 갈등을 이해하고 도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미국 메릴랜드 몽고메리대학의 심리학 박사인 이인자 씨는 가정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한인 부모들은 겉으로는 교육을 위해서 미국에 왔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바쁜 이민 생활 때문에 자녀에게 소홀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대화도 잘 통하지 않으면서 자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고민을 하는지 전혀 모르지요.”

다행인 것은 이번 총격사건을 계기로 한인사회에서도 1.5세대들의 현실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점입니다. 가정은 물론 교회 등 단체들에서도 1.5세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1.5세대들의 고통을 줄이고, 또 이런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막자는 것입니다.

1.5세대인 김민경 양은 한인사회의 이런 반응을 환영했습니다.

“그래도 이번 사건을 통해 1.5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좋다고 생각해요. 갈등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저와 같이 버지니아 공대에 다니는 한인 학생들은 우리가 조승희에 게 같이 축구라도 하자고 먼저 초청하고 같이 시간을 보냈으면 이번 사건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얘기를 했어요.”

한편 한인사회의 이런 움직임 속에, 미국의 지도자들은 조승희 씨가 저지른 버지니아 공대 참사가 한인사회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버지니아주의 팀 케인 주지사는 24일 한인들과 만나, “버지니아 사람 누구도 한국 교포사회가 이번 사건에 조금이라도 책임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워싱턴 일원의 일부 종교 지도자들도 이번 사건을 통해 입은 충격과 상처가 치유되기를 바란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한인 사회에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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