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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 자작 동영상 – 부유층에 대한 증오심 드러내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인 조승희 씨의 범행동기와 그의 정신상태 등을 엿보게 하는 자료들이 공개됐습니다. 조승희 씨는 지난 16일 버지니아 공대 기숙사에서 1차로 2명을 살해한 직후, 2차 범행을 저지르기에 앞서 미리 준비했던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장문의 문건 등을 우편으로 미국의 `NBC 텔레비전 방송'에 보냈습니다.

조 씨는 동영상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로 “너희들은 내가 피를 흘리게 만들고 나를 궁지로 몰았다” 는 등의 섬뜩한 말들을 남겼습니다. 이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소식입니다.

미국의 NBC 텔레비전 방송은 18일 저녁 간판뉴스 프로그램 ‘NBC 나이틀리 뉴스’에서 조승희 씨의 동영상 일부분을 방영했습니다. 조 씨는 동영상에서 분노에 가득찬 목소리로 두서없는 일종의 ‘선언문 (manifesto)’을 발표했습니다.

조 씨는 “너희들은 오늘을 피할 수 있는 천억번의 기회와 방법이 있었지만 결국 내 피를 흘리게 만들었다. 너희들은 나를 구석으로 몰았고 나에게 단 한 가지 선택만을 주었다. 이제 너희들의 손에 묻은 피는 영원히 씻을 수 없을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너희들’이 정확히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조 씨는 특히 부유층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냈습니다.

NBC 방송은 조 씨로 부터 17일 두툼한 우편물을 받아 곧바로 미 연방수사국 FBI에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우편물에는 사진 43장과 1천8백개 단어로 된 긴 선언문, 그리고 동영상이 담겨있었습니다.

사진들에는 조 씨가 권총 두 정을 양손에 들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과, 카메라에 직접 총을 들이대고 있는 모습 등이 담겨있습니다. 조 씨가 소포를 보낸 시각은 우편 소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조 씨는 지난 16일 버지니아 공대 기숙사에서 1차 범행을 저지른 후 1시간 45분이 지난 오전 9시께 소포를 보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 씨는 1차 범행에서 2명의 학생을 살해한 뒤 약 2시간여 만에 이 학교의 노리스 홀 강의동에서 학생과 교수 30명을 추가로 살해했습니다.

조 씨의 동영상에는 그의 분노에 찬 단조로운 목소리가 담겨있습니다.

조 씨는 “나는 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됐었다. 나는 떠날 수도 있었고 도망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아닌 내 아이들과 형제, 자매들을 위해 이 일을 했다” 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23살인 조승희 씨는 이 학교 영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한국 학생이었습니다.

8살 때 미국으로 이민 온 세탁소집 아들인 조 씨는 친구도 별로 없는 외톨이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조 씨는 특히 여학생 2명을 쫓아다니면서 괴롭힌 혐의로 지난 2005년 경찰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버지니아 공대 경찰 당국은 당시 피해 여학생들이 원하지 않아 조 씨를 기소하지는 않았지만 대학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 여학생들은 조 씨가 전자우편을 보내고 계속 전화하는 등, 귀찮을 정도였지만 위협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조 씨는 또 자살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버지니아 공대의 웬델 플린첨 경찰서장은 지난 2005년 12월 조 씨가 자살 징후가 있다는 그의 기숙사 동료들의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당시 경찰은 조 씨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했다고 말했습니다.

플린첨 서장은 또 조 씨의 부모가 아들이 자살할 우려가 있다고 학교측에 알려오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당시 조 씨가 자발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 기록이 남지 않았고, 이 때문에 사건조사를 무사히 통과하고 총기를 구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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