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남북 경협위 1차 전체회의 파행


북 핵 ‘2.13 합의’ 초기단계 조치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제13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경협위) 회의가 1차 전체회의부터 파행을 겪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의 VOA 김규환 기자를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남북 경협위 회의가 1차 전체회의부터 파행을 겪었다면서요?

답: 네,그렇습니다.북측은 회의 이틀째인 19일 오전 한국측에 세가지 합의서 초안을 1차 전체회의 전에 미리 보여달라고 요청하자,한국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비롯됐습니다.북측이 합의서 초안을 먼저 보여 달라고 요구한 것은 한국측의 대북 쌀 차관 제공 의지를 사전에 확인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한국측이 ‘불가’ 입장을 통보하자,북측은 세가지 가운데 기조발언문만이라도 보여달라고 요구했으나 한국측은 ‘관행에 어긋난다.’며 거절했습니다.

이 때문에 당초 오전 10시부터 고려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차 전체회의는 파행을 거듭하다 오후 5시30분에야 열리게 됐습니다.남북이 입장차 등을 이유로 다소 지연되는 경우는 있지만 양측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1차 전체회의가 7시간30분이나 늦춰진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문: 1차 전체회의 파행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답: 당초 전체회의 시작 일정은 오전 10시였습니다.북측은 그러나 오전 9시 40분쯤 한국측에 기조발언문,합의문 초안,식량차관합의서 초안 등 3가지 합의서 초안을 먼저 보여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보통 기조발언문에는 이번 회의에 임하는 기본 입장과 주요 의제에 대한 제안 등이 들어 있고 합의문에는 회담의 성과를,차관 합의서에는 쌀 차관의 규모와 국내산 여부,제공시기,모니터링 횟수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한국측의 회의 전략을 간파할 수 있는 만큼 보여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습니다.

문: 그런데 이같은 사실을 한국 정부는 ‘쉬쉬’했다는 얘기가 나오던데요?

답: 네,오전 10시를 넘겨서도 1차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측 회의 관계자는 오전 11시 30분을 넘겨서야 “북측이 남측의 기조발언문을 미리 달라고 요구하면서 비롯됐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그러나 양측이 공동으로 옥류관에서 점심을 마친 뒤에도 전체회의가 열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문의가 계속되자 한국측 관계자는 오후 3시쯤 마지 못해 “북측이 기조발언문,합의서 초안,식량차관합의서 초안을 먼저 보여달라고 했다.”면서 ‘숨겼던’ 이유까지 공개했습니다.

문: 1차 전체회의가 늦어지는 이유를 뒤늦게 공개한 까닭이 무엇이죠?

답: 네,한국측이 오전 10시20분쯤 사전에 주는 게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제시한데 대해 북측이 3가지 가운데 기조발언문만 달라고 요구사항을 수정한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합의문과 식량차관합의서에 들어갈 대북 쌀 차관 문제가 갖는 민감성을 감안해 한국측이 함구하다가 북측이 요구 수준을 낮춤에 따라 공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 이런 상황이라면 결국 쌀 차관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겠네요?

답: 그렇습니다. 북측의 이날 태도에 비춰 식량 차관은 예상대로 이번 회의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북측이 쌀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역시 식량난 탓입니다.지난해 한국측으로부터 쌀 차관을 받지 못한 데다 중국으로부터의 식량 지원도 크게 줄면서 식량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식량 차관의 동결상태가 이어지면서 6자회담의 진전 여부가 쌀 차관 재개를 위한 고려 요인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측은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북측이 회의 초반부터 쌀 차관 문제를 먼저 매듭짓고 넘어가자고 버틸 경우 전체적인 협상 구도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측은 일단 추가로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불거지지 않는 한 이번에 쌀 차관 제공에 합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지만,북한이 미국의 BDA 해법을 거부할 경우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측은 이미 지난달초 제20차 장관급회담에서 쌀 40만t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당시 함께 요구했던 비료 30만t은 한국측이 1천80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을 투입,지난달 말부터 대북 수송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