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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국제사회 대북지원, 김정일 정권 살린다'


북한은 안보와 관련한 국제적인 위협을 통해 외국 자원을 갈취하는 방식으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가 주장했습니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보수성향 연구단체인 ‘미국 기업연구소’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 연구원은 최근 출간한 ‘북한 경제: 위기와 재앙 사이 (The North Korean Economy: Between Crisis and Catastrophe)’라는 책에서 국제사회의 대북한 지원이 김정일 정권의 생존을 연장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책의 출판 기념 토론회를 손지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최근 ‘북한 경제: 위기와 재앙 사이’라는 책을 출판한 ‘미국 기업연구소’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 연구원은 책의 제목에 걸맞게 북한 경제를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현재의 북한경제는 제 기능도 못하고 인적자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비생산적인 경제”라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개혁의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1970년대 만 해도 한국보다 더 잘 살았던 북한이 90년대 들어서는 대규모 기아에 처했던 사실을 주목했습니다.

그는 북한은 도시화되고 문맹률도 낮은 나라로는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전쟁이 아닌 평시에 기아에 빠졌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수십만명이 기아로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 와중에도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는 것입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이처럼 만성적인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이 전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핵무기와 미사일 보유국 대열에 끼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강성대국과 선군정치 등, 체제유지를 위한 북한 지도부의 정책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입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북한은 냉전시대 이후 군사적 위협을 통한 생존전략을 도입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국제적 긴장을 조성하고 안보위협을 가함으로써 위협을 느끼는 국가들로 부터 지원을 얻어내는 전략을 말합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북한정권이 지금까지 붕괴된 다른 많은 공산정권들과는 달리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것을 보면 이같은 경제적 전략이 효력을 거두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실제로 지난 10여년 간 북한으로 들어간 수십억 달러의 외국 자원은 김정일 정권의 유지를 위한 자금줄이 돼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러시아 출신 한반도 전문가인 한국 국민대학교의 안드레이 란코프 (Andrei Lankov) 교수도 북한은 최대 목표인 정권생존을 특히 잘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은 현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계산 아래 경제개혁을 일부러 단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제개혁이 이뤄지면 정보유입에 따라 독립적인 조직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주민들은 당국을 덜 두려워하게 돼 결국 체제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란코프 교수는 한국 정부는 여건만 좋아지면 북한이 경제개혁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대북 정책을 조율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희망적 생각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 지도부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북한주민들을 희생시킬 결의가 돼 있고 이는 90년대의 기아를 통해서도 입증됐다”고 말했습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의 생존은 안중에 없는 등, 잔인할 뿐이지 비합리적이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개혁은 뒤로한 채 가만히 앉아서 외부의 지원금을 통해 스스로 먹여살리는 것이라는게 란코프 교수의 주장입니다.

한편, 토론회 참석한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윤덕룡 박사는 북한 내부의 제도적 변화 수준은 낮지만 북한주민들의 사고방식은 이미 개혁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윤 박사는 한국에 도착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경제에 관한 강의를 하고, 또 비정부기구들과 함께 매년 적어도 한 차례 북한을 방문하면서 이같이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윤 박사는 특히, 북한 정부 관리들의 사고방식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해마다 느낀다면서, 북한 당국이 현 체제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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