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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 ‘미국 전체의 슬픔의 날’


미국 전역은 워싱턴 부근의 버지니아주에 소재한 버지니아 공과대학에서 32명을 사살하고 범인 자신은 스스로 목숨을 끓은 끔찍한 총격 사건으로 충격에 빠져 있습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17일 오후 부인 로라 부시 여사와 함께 버지니아 공대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오늘은 버지니아 공대에 애도의 날이며, 미국 전체에 슬픔의 날"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인 모두는 고통의 날을 맞아 희생자들을 기리면서, 그들 모두에게 하나님의 위안이 주어지기를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희생자 추모를 위해 일요일인 오는 22일 저녁까지 모든 관공서의 성조기를 조기로 내걸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특히 범인이 한국인 학생으로 밝혀져, 미국 내 한인들은 물론 한국 정부도 당혹감과 함께 사태의 추이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노무현 한국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미국민들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청와대가 밝혔습니다.

버지니아 공과대학은 17일 오전 초기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참사의 범인은 한국 학생인 올해 23살의 조승희 씨라고 밝혔습니다. 조 씨는 이 대학 영문학과 4학년으로 학교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었다고 학교측은 밝혔습니다.

조승희 씨는 1984년생으로 8살 때인 지난 1992년 미국으로 이민해 워싱턴 근교 페어팩스의 한국인이 밀집한 거주지역인 센터빌에서 성장했습니다. 조 씨는 평소 말이 없고 가까이 지내는 친구도 없어 버지니아 공대의 같은 과 소속 한국인 학생들 조차 그에 대해 거의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버지니아 공대의 대변인은 조 씨가 외톨이여서 그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조승희 씨는 16일 오전 7시15분께 학교 기숙사에서 2명을 사살한 데 이어 약 2시간 뒤 공학부 건물로 옮겨 총기를 난사해 30명을 사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조 씨가 9 밀리와 22 밀리 권총 두 자루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히고, 하지만 공범의 존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조 씨가 자살한 상황에서 현재 범행동기와 관련해 구체적인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수사당국과 협력하고 있는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조 씨가 유서나 소지품 등도 남기지 않아 범행동기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수사당국은 일단 이번 일이 치정이나 이성 관계에 관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일부 미국 언론들은 미 역사상 최악의 총격사건으로 기록될 이번 참사의 범인이 20대의 중국인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조 씨가 겁에 질린 학생들을 벽에 기대 줄지어 서게 한 뒤 마치 처형하듯 총을 난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 씨는 기숙사에서 2명을 먼저 살해한 뒤, 2시간 남짓 지나 다시 다른 건물로 이동해 총기를 난사해 30명을 사망하게 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부상자도 적어도 26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국인 부상자는 유학생인 박창민 씨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 이 대학 학생신문 웹사이트에는 사망자 중 `헨리 리' 란 이름이 포함돼 있어 한국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부상자 가운데는 중상을 입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워싱턴 주재 한국대사관은 특별대책반을 구성해 이번 사건의 처리 방안과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버지니아 공과대학 현지에 영사를 파견해 미국측 수사당국과 협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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