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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BDA 북한자금 동결 조건없이 해제


미국은 10일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BDA은행의 북한자금 2천5백만 달러에 대한 동결을 아무런 조건없이 해제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따라 합법과 불법 여부와 상관없이 BDA에 예치된 모든 자금을 찾거나, 또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거래할 수 있게 됐습니다.

BDA 내 북한자금에 대한 미국 정부의 10일 발표는 20개월 전 북한의 달러화 위조지폐 제조와 돈세탁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BDA 은행을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하고 북한자금을 동결하도록 한 조치를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린 것입니다.

미국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BDA 문제는 미국의 금융체제를 위협하는 불법행위라며 결코 묵인할 수 없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이 시간에는 그 동안 북 핵 6자회담 진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돼 왔던 BDA 문제의 경과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2005년 9월15일 관보를 통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을 잠재적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BDA 북한 계좌의 돈세탁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베이징 북 핵 6자회담에서 극적으로 9.19 공동성명이 타결되기 불과 나흘 전이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불법활동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은 이보다 훨씬 앞선 2003년이었습니다.

당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보수파로부터 북한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 당국자들로 북한의 미국 달러화 위조지폐 제조 활동을 추적할 특별조사팀이 구성됐습니다.

2005년 7월, BDA가 북한의 위조지폐가 국제 금융체제 속으로 편입되는 주요 통로임을 확인한 미 재무부는 조사팀에 BDA를 표적으로 삼을 준비가 돼 있다고 통보했지만, 8월로 예정된 미 법무부의 북한 위폐 제조에 대한 별도의 수사와 충돌할 것을 우려해 발표를 9월로 연기했던 것입니다.

미 재무부의 발표 직후, 전 세계의 많은 은행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9,19 공동성명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005년 11월 9일에 열린 제5차 1단계 6자회담에서 BDA 문제에 반발해 앞으로 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이에 따라 회담은 교착상태에 빠졌습니다.

이후 2006년 1월 18일 베이징에서 북미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이 열렸고, 3월7일에는 뉴욕에서 북미 금융문제 실무접촉이 열렸습니다.

북한은 금융제재가 먼저 해제돼야 한다고 요구한 반면, 미국은 불법행위는 협상대상이 아니라며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이에 북한은 계속 6자회담을 거부하며 2006년 7월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10월의 지하 핵실험으로 맞섰습니다.

핵실험에 성공한 북한은 11월1일, 마침내 6자회담에서 BDA 문제가 논의된다면 회담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고, 12월18일부터 22일까지 베이징에서 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어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 동안 북미 간 BDA 문제를 비롯한 금융제재 실무회의가 개최됐습니다.

BDA 문제가 결정적인 해결의 전기를 맞은 것은 올해 1월16일부터 18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북미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서였습니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 회동에서 BDA 문제 처리 방향에 대해 인식차를 좁히는 데 성공하고 차기 회담 목표인 초기 단계 조치에 대해 깊이 있는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2월8일부터 13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린 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에서 마침내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단계 조치를 담은 2.13 합의가 타결됐고, 미국은 30일 이내에 BDA 문제 해결을 약속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3월14일, 미국 금융기관과 BDA 은행간의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 규제를 담은 BDA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어 대니엘 글레이저 미 재무부 차관을 비롯한 미국 재무부 대표단이 베이징에 파견돼 북한, 중국 당국자들과 BDA 문제의 해법을 논의했지만, 북한 자금의 이체 방안을 놓고 서로 의견이 엇갈려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결국 미국은 지난 주말 사이에 마카오 당국이 동결된 북한 자금을 계좌 주인들에게 아무 조건없이 돌려줄 수 있도록 하는데 동의하면서 거의 20개월 동안 계속돼 온 BDA 문제가 결말을 맺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북한 자금이 인도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북한은 이를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결국 미국은 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을 아무 조건없이 해제하기로 동의했습니다.

그러나,미국이 동결 이전 상태로 북한자금을 다시 돌려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직 이에 대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행정부 일각에서는 이같은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고,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이란과 같은 다른 나라들에게 나쁜 선례가 될 수도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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