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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적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에 대한 전문가 견해


미국 법무부 산하 이민항소위원회(BIA)가 한국 국적 탈북자 2명의 미국 망명 요청을 기각함에 따라 앞으로 있게 될 연방법원의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들 탈북자들의 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는 9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회견에서 연방 항소법원에 항소할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러나 인권 관련 국제법률단체인 쥬빌리 캠페인 등 일부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논란의 초점과 앞으로의 전망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탈북자는 한국에서 이동과 표현의 자유를 누렸고 한국 정부로부터 정착금까지 받았다. 한국에서 박해를 받았거나 탄압으로 공포에 떨었다는 증거는 없다.”미국 법무부의 이민항소위원회(BIA)가 지난 4일 내린 판정의 주요 내용인데요. 그럼에도 한국 국적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군요.

답: 논란의 한 가운데는 2004년 부시 대통령의 서명으로 제정된 북한인권법이 있습니다.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미국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이 중 일부 소수의 탈북자들이 망명지위를 획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 이민법원의 판사들이 판결에서 북한인권법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혼란이 가중돼 왔습니다.

문: 이민항소위원회의 판정에 대해 인권 관련 변호사들 사이에서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우선 항소할 뜻을 밝힌 탈북자측 변호사의 입장부터 전해주시죠?

답: 탈북자들의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주디스 우드 변호사는 9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민항소위원회가 북한인권법을 잘못 해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드 변호사는 논란이 되는 북한인권법 302항은 탈북자들의 한국 국적을 논의하기 전에 그들이 제 3국에서 한국행을 선택할 수 밖에 었었던 상황부터 참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미국 등 다른 나라에 가고 싶지만 받아주는 나라가 거의 없고, 북한으로 돌아가면 고문과 공개처형 등 탄압에 직면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한국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한국은 미국처럼 국적, 즉 시민권 획득을 자원제로 해서 몇 년의 대기 기간과 시험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으로 국적을 부여하기 때문에 그만큼 한국행 이후 탈북자들의 선택 폭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우드 변호사는 덧붙였습니다.

문: 논란이 되는 북한인권법 302 항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답: 이 조항은 탈북자가 한국 국적을 취득해 한국 시민권자가 누릴 수 있는 법적 권리를 갖더라도 미국 망명이 거부되지는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한국의 일부 언론들은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라도”라고 잘못 해석하고 있습니다. 국제인권 법률단체 ‘쥬빌리 캠페인’의 앤 브왈다 미국담당 대표는 한국 국적 탈북자의 예외조항은 북한인권법에 매우 명확하게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브왈다 대표는 북한인권법 302항은 한국에 이미 정착해 한국 정부로 부터 정착금 등 혜택을 받은 탈북자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권리를 누릴 수 있지만 한국을 선택하지 않고 미국을 선택하는 탈북자들을 명확히 지칭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왈다 변호사는 한국 정부로 부터 모든 혜택을 받고 다시 미국에 오겠다는 것은 미국의 법이 결코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미국 법무부 산하 이민항소위원회의 판정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그렇다면 미국 이민법원의 일부 판사가 한국 국적의 소수 탈북자들에게 망명지위를 허가한 배경에는 어떤 이유가 있나요?

답: 이들의 사례는, 북한인권법과는 별개로 한국시민으로서 한국 내에서 차별과 인권탄압 때문에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브왈다 변호사는 말했습니다.

브왈다 변호사는 미국이 망명을 허가하는 일반적인 사례들을 지적하며, 이들 탈북자 역시 한국 국민의 일원이지만 한국사회에서 박해를 받거나 한국 정부가 그런 박해에 대해 보호할 의지, 또는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않았을 때 망명을 신청할 수 있다는 법을 적용한 다른 접근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쥬디스 우드 변호사측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우드 변호사는 자신이 담당해서 망명지위를 받은 탈북자들은 모두 북한인권법의 적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우드 변호사는 이민법원 판사들 사이에서 북한인권법에 대해 일방적인 해석을 내리는 경우는 없다며, 로스엔젤레스 이민법원의 아인혼 판사의 경우 판결문에서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라도 북한인권법에 따라 망명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드 변호사는 따라서 북한인권법의 원론적 해석에 대해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지금까지 미국 이민법원으로 부터 망명 지위를 부여받은 탈북자 수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답: 우드 변호사는 2005년 첫 망명 지위를 받은 서재석 씨를 포함해 4월 1일 현재 모두 4명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에 불법체류하며 망명을 신청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탈북자가 1백여명에 달합니다.

문: 그럼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까?

답: 우드 변호사는 이민항소위원회의 판정에 불복해 제 9 연방 항소법원에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드 변호사는 연방 항소법원에서 패소할 경우 연방 대법원까지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렇다면 시간이 꽤 걸리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 내 연방 항소법원의 항소심은 최종 판결까지 보통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브왈다 변호사는 이민항소위원회의 이번 판정으로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브왈다 변호사는 첫째는 망명 신청 중인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인권탄압을 받았다는 사례들을 입증하기 위해 더욱 애를 쓸 것이고, 둘째는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망명 신청이 대부분 거부돼 추방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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