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한국 정부, 30년전 주한미군 철수 막으려 총력 로비


지난 197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공약으로 내건 지미 카터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자,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막기 위해 총력 로비전을 펼쳤던 사실이 최근 공개된 한국 정부의 외교문서에서 밝혀졌습니다. 이 외교문서에는 또 1976년 스리랑카의 콜롬보에서 열린 비동맹 정상회의에서 남북한이 한반도 문제를 놓고 열띤 공방전을 벌이는 등, 냉전시대 남북한의 치열했던 외교전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좀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외교통상부는 4일 작성된 지 30년이 지난 11만 9천여 쪽에 달하는 1976년도 외교문서를 공개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1976년 당시 지미 카터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 로비전을 펼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카터 후보의 집권에 대비해 자주국방이 달성될 1980년까지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계속 배치할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한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외무부와 중앙정보부는 ‘한반도 정세와 한미관계’라는 보고서를 작성해 카터 진영에 비밀리에 전달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보고서에서 분단된 남북한의 긴장관계와, 한반도에서 미국의 이해, 그리고 한국의 정치, 경제적 상황 등을 지적하면서,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점을 카터 진영에 제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또 그 해 8월 조지아주 출신 사업가로 카터 후보의 정치참모 역할을 했던 존 포프 씨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김영선 당시 일본주재 대사가 그를 면담하도록 하는 등 카터 후보를 설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김 대사는 포프 씨를 만나 주한미군이 유럽에 대한 소련의 군사력을 분산시키는 것은 물론 남침 억제에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주미 한국대사와 카터 후보의 면담을 주선해 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밖에 이 문서에서는 1976년 8월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열린 제5차 비동맹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비동맹회원국이었던 북한의 외교공세에 맞서 세계 유력지들을 상대로 다양한 홍보전을 전개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남북한은 한 해 전인 1975년 페루 리마에서 열린 비동맹 외무장관 회의에서 동시에 가입신청을 했지만 북한은 받아들여진 반면 한국은 주한미군이 주둔한다는 이유로 가입이 거부됐었습니다. 북한은 1년 뒤 회원국으로 참가해 열린 첫 비동맹회의인 콜롬보 정상회담에서 그 여세를 몰아 외교에서 대남 우위를 확인하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공세에 맞서 한국 정부는 미국의 ‘타임’지와 ‘뉴스위크’ , 영국의 ‘더 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 , 그리고 프랑스의 ‘르몽드’ 등 국제적인 영향력이 큰 신문과 잡지를 통해 비동맹회의에 대비한 대대전인 홍보전을 펼치기로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한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콜롬보 비동맹정상회담에서 회원국들을 상대로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평화협정 체결 등을 집중 제기하며 한국을 압박했고, 비회원국인 한국은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개된 1976년 문서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대표단 연설을 통해 미국이 북한을 겨냥해 1천여기의 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대표단은 또 미국이 남한에 배치한 핵무기의 위력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히로시마에 투하한 핵폭탄보다 최소한 8백20배의 폭발력을 갖고 있으며, 이같은 사실을 미국 스스로가 인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콜롬보 비동맹정상회담에서 체결된 한반도 관련 결의안은 북한측의 주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습니다. 이 결의안은 미국이 남한에 배치한 핵무기를 모두 한반도 밖으로 이전시킬 것과 남한 내 모든 외국병력을 철수시키는 한편 모든 외국군기지 폐쇄, 그리고 유엔사령부의 해체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편 일제시대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된 한인들의 귀환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 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일본이 거부한 사실이 이 문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문서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 정부의 요구에 대해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해결된 문제’라며 거부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