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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본인 납북 비난하는 대대적 TV 광고방영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중순부터 말까지 북한의 일본인 납치를 비난하는 대대적인 텔레비전 광고를 방영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광고방송 결정은 지난달 초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북한과 일본 간 관계정상화 실무회의가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양측의 현격한 입장차이로 결렬된 바로 다음날 이뤄졌습니다. 일본 정부는 광고방송 외에 자국민 피랍과 관련한 홍보물도 제작해 해외에 배포하는 등, 납북자 문제에 적극 대처한다는 방침입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감상적인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화면에는 한 여학생이 부모와 여동생과 함께 해안가를 거니는 평화로운 모습이 비칩니다.

하지만 행복의 순간도 잠시, 이 여학생은 눈깜짝할 사이에 거대한 검은 손에 낚아채여 사라집니다.

잠시 후 화면에는 여러 명의 사진이 비치고, 그들의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기자회견과 시위를 벌이는 장면들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이들은 북한의 납치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삶을 모두 잃었습니다. 일본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납북 일본인 전원을 데려올 것입니다” 라는 다짐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내용의 일본인 납북자 관련 광고를 지난 3월 중순부터 말까지 약 87만 5천 달러를 들여 일본 전역의 1백14개 민간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방영했습니다.

납북자 문제는 아베 신조 총리가 재임기간 중 해결해야 할 우선과제로 꼽은 사안으로, 현재 북한과 일본의 관계정상화 협상에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초 6자회담 합의에 따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회의는 이 문제에 대한 양측의 현격한 입장차로 결렬됐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북한 공작원 훈련을 위해 13명의 일본인을 납치했다고 시인한 바 있습니다. 이후 북한은 이들 가운데 5명의 귀환을 허용했지만 나머지 8명은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들이 아직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추가 정보를 북한측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인정한 13명 외에 더 많은 일본 시민들이 납치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일본인 납북자 관련 광고를 제작했던 일본의 국제 광고 대행사, 다이코(Diako) 사의 홍보 담당자인 엔도 노리오 씨는 12개 광고대행사가 일본 내각관방 산하 납치문제대책본부에 24개 광고제안서를 제출했다면서, 그 가운데 다이코의 제안이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습니다. 엔도 씨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텔레비전 광고는 납북자 문제에 대해 일본 내 제한된 단체 뿐 아니라 모든 일본인들의 이해를 높이고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엔도 씨는 또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족의 이별”이라는 주제로 납북자 가족들이 겪는 비참함을 광고에 담고, 이들을 구출할 것이라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다이코사의 제작팀은 이를 위해 지난 1977년 집 근처 해변에서 북한 요원들에게 납치된 요코타 메구미 사건을 연상시키는 내용을 광고 이미지로 활용했습니다.

한편 지난해 아베 신조 내각 출범과 함께 설치된 일본 내각관방 산하 납치문제대책본부의 고시 니이타니 대외 업무 담당관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번 납북 일본인 광고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접수됐다고 말했습니다.

고시 담당관은 일부 시민들은 광고를 보고 정부가 납북자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정당화하는 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비판의 전화를 걸어왔다고 말했습니다. 고시 담당관은 또 이들은 정부가 이러한 광고를 방영하는 것은 납북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말했습니다.

고시 담당관은 일본 내 일부는 납북 일본인에 대한 정부의 주장을 불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시 담당관은 일본 정부는 납북 일본인들에 대한 주장에 대해 정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그 때문에 일부는 정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납북자문제대책본부의 웹사이트에 접수되는 이 광고와 관련한 의견이 모두 비판적인 것은 아니라고 고시 담당관은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납치문제대책본부는 이번 광고방송 이후 후속광고를 추진할지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책본부는 현재 광고 방영과 더불어 납치 문제가 일어나게 된 배경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 홍보물을 제작했습니다.

고시 담당관은 홍보물은 20분 길이의 동영상 DVD와 8쪽 짜리의 소책자 등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들 홍보물이 해외주재 일본대사관들에 배포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특히 이들 홍보물을 다음달 아베 신조 총리가 미국과 중동을 방문할 때 접촉하는 정부 관리들과 외신기자들에게도 배포할 예정입니다.

일본은 지금까지 줄곧 납북 일본인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북한에 촉구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북한에 대한 모든 원조를 중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일본이 이 문제를 빌미로 6자회담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일본으로 부터 원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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