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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내 따돌림 갈수록 심각…피해 학생 자살 파문


최근 일본에서는 학생들의 자살 사건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자살한 이유가 주변 학생들로부터의 놀림과 따돌림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며, 이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흔히 왕따로 표현되는 일본학생들간의 우려할만한 현상에 관해 일본 도쿄에서 ‘미국의 소리’ 특파원이 보내온 소식입니다.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5명의 학생이 학교에서의 따돌림을 견디지 못해서 자살했습니다. 12살인 한 학생은 계속해서 키가 작다고 놀림을 당한 뒤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렸습니다. 14살인 다른 피해자도 학생들에게 돈을 빼앗기자, 목매 자살했습니다.

학교 내 놀림과 따돌림은 일본에서 오랫동안 제기되온 문제입니다. 일본의 학생들은 또래 집단에서 튀어서는 안된다는 압박에 시달립니다.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잔인한 따돌림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이와 관련된 자살 사건이 계속 발생하면서, 사회적 우려도 높아졌습니다.

일본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들간의 따돌림 사건 때문에 경찰이 출동한 횟수도 지난 20년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로인해 처벌을 받은 학생 수도 460명으로 전년도에 비해서 46%나 늘었습니다.

따돌림을 가하는 학생들은 피해 학생으로부터 돈을 뺏거나,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가해 학생의 43%는 경찰조사에서 피해자가 약하고,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괴롭혔다고 대답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피해 학생의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찰도 이런 따돌림 피해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분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경찰에 보고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사회적으로 따돌림이 더 부각되는 이유로 여겨집니다. 예전같으면 그냥 피해를 당하고 넘어갔지만, 요즘은 이를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사회학자이며 따돌림에 관해서 두 권의 책을 썼던 나이토 아사오 씨는 일본이 집단 위주의 사회이며, 학교에서도 또래 집단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지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학교에서도 따돌림 피해자를 편드는 학생이 없고, 결국 집단과 한 개인의 대결 양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나이토 씨는 “학교에서 또래 집단에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이 결국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며 “일본 교육 체계는 학생들이 집단에서 이탈하거나,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돌림을 지켜보는 학생들도 피해 학생을 돕는 것을 주저하게 됩니다. 자신도 피해자를 따돌리지 않으면, 다음번에는 자신이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일본 학생들이 학교에서 느끼는 중압감도 문제입니다. 일본 학생들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진학 시험을 앞두고 극심한 경쟁에 시달립니다. 시험 결과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집단 따돌림, 남한에서 흔히 말하는 왕따당하는 것은 학생들이 입시제도에서 느끼는 긴장을 해소하는 탈출구가 되고 있습니다.

나이토 아사오 씨는 199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따돌림이 도덕적 문제로 부각됐다고 말했습니다.

나이토 씨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따돌림은 그냥 받아들여졌었다”며 고등학교에 다닐 때 실제 겪었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급우가 구타를 당한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오히려 주변에서 신고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따돌림을 신고하면 극단적인 극우 보수 파에 속하게 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나이토 씨는 서구적 가치가 일본에 유입되면서, 따돌림을 보는 관점에도 변화가 생기고 이를 도덕적 문제로 여기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학생들의 자살 사건이 이어지자 일본 정부 교육개혁위원회도 따돌림을 막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각 학교에서 따돌림의 위험성을 알리고, 교사들도 따돌림 사건을 눈감아 주지말고 학생들에 경고를 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도 학생들이 따돌림 가해자들을 더욱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모치즈키 타다시 일본 교육부 장관은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치즈키 장관은 “교내 따돌림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따돌림이 일어나는 과정을 파악하고 있으며, 따라서 교사와 교육위원 등 교육 관계자는 물론이고 학부모와 지역 정부와도 협력해서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따돌림을 없애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모치즈키 장관의 지적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더 영리한데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사용하기 때문에 교사들 입장에서는 따돌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기가 과거보다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지메 히가사 노 카이’라는 단체는 따돌림을 막기 위해서 더 많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따돌림 피해 학생의 가족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최근 일본 교육부에 편지를 보내고, 따돌림 방지 책임은 기본적으로 학교에 있으며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편지를 통해서 왜 교사들이 따돌림에 대한 교육만 할 뿐, 실제 이를 막기 위한 행동은 취하지 않느냐고 항의했습니다.

일본의 교육 전문가들은 따돌림이 늘어나고 그 양상도 더욱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들이 자신들과 다른 관점을 가졌거나, 다르게 보이는 사람들을 학대해도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은 큰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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