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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비공식 접촉, 한국 정부 내에서도 의견 엇갈려


그동안 북한과의 비공식 접촉사실을 부인해왔던 한국의 청와대가 이를 시인했다는 보도가 어제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씨와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이 대북한 비밀 접촉에 나선 지난해 10월을 전후해, 한국 정부 내부에서 대북한 접촉과 정책방향을 둘러싼 견해차가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의 김세원 기자를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지난해 10월 이라면 북한이 핵실험을 했던 시기인데 당시 한국 정권 내부의 분위기는 어떠했습니까?

답: 네, 지난해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급속하게 냉각되자 청와대의 386그룹에서는 대북 공식 라인이 북한의 핵실험을 막지 못했고 2000년 정상회담 이후 7년이 지나도록 2차 정상회담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으로 대표되는 공식라인은 끝났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86그룹은 이 같은 판단 아래 재집권을 하려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고 생각하여 공식 라인을 배제하고 비선 라인의 대북 접촉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권 일각에서도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측근인 이화영 의원과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남북화해라는 최대 현안을 선점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독자적으로 추진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 그러니까 안희정 씨나 이화영 의원의 대북접촉도 남북화해라는 정치적 전략측면에서 이뤄진 것이란 얘기인데요. 안 씨가 어떻게 대북 비밀접촉에 나서게 되었는지 과정이 궁금하군요.

답: 네, 당시 경색된 남북관계는 북한과 줄이 닿는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대북사업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핵실험의 여파로 이종석 당시 통일부 장관이 물러나자 청와대와 정치권 일각에선 “비선을 통한 남북관계의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대북 사업가들이 386 실세들에게 줄을 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원하는 경제 협력 사업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설득해 정상회담을 끌어낼 수 있다는 식의 제안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대북사업가들 가운데 대한투자무역진흥공사(KOTRA) 특수사업부에서 북방교역을 담당했던 권오흥씨가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통해 노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를 끌어내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결국 지난해 10월 20일 안씨와 이의원, 북한의 이호남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민족경제협력연합회) 참사가 베이징에서 만났습니다.

문: 그런데 안 씨가 만난 북한의 이호남 참사가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할 만한 지위에 있지 않다는 지적들이 있는데 어떻습니까?

답: 북한의 이호남 참사는 1997년 이른바 북풍공작사건에도 개입한 전력이 있지만 남한의 정보를 중앙에 전달하는 실무자급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사실은 안씨도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지만 아무런 공식 직함이 없는 민간인입니다. 이의원도 그렇고 안씨의 지시로 10월 만남에 앞서 지난해 9월 이호남 참사를 만났던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행정관 K씨도 대북 문제에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인물들입니다.

이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도 있는 중대 사안을 너무 안이하게 다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29일 “안씨는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의 진의를 알기 위해 접촉했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문: 그런데 안 씨와 이 의원이 북한의 이호남 참사를 만난 후인 지난해 10월말 북한은 6자회담 복귀를 선언했습니다. 이것은 대북한 접촉 공식 라인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까?

답: 네, 안 씨등의 대북 비밀 접촉은 국무총리실은 물론 대북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통일부나 국가정보원등의 공식 라인을 철저히 배제한 채 추진됐습니다. 정부 내에서도 6자회담 무용론이 급부상했고 한때 노 대통령도 “6자 회담의 효용성이 없어진 것 아니냐”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0월의 만남이후 안씨는 빠지고 12월 16일부터 19일까지 이화영 의원이 개인 자격으로 북한을 다녀왔습니다. 이의원 자신은 부인했지만 권오흥씨는 이의원이 평양을 방문하기 전에 노 대통령을 세 차례 만나 지침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공식 라인은 초조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386그룹에 맞서 송민순 당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정책 실장 체제의 공식 라인은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 복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국가정보원은 모든 대북라인을 가동해 홍콩 등 제3국에서 6자 회담의 재개를 위해 북한 인사들과 여러 차례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씨 등의 비밀접촉이 언론에 알려진 것도 여기에 불만을 가진 공식 라인 쪽에서 이 사실을 소문의 형태로 흘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여곡절끝에 노 대통령은 공식 라인의 손을 들어주었고 6자회담이 재개되면서 정부차원의 공식 접촉이 다시 열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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