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호주와 관계 급진전


북 핵 2.13 합의 타결 이후 북한의 대외 관계가 호전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특히 북한과 호주의 관계가 최근 급진전을 이루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 실험을 실시한 직후 일본과 더불어 대북한 강경제재에 앞장서 왔던 호주는 최근 외교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북한도 2002년 단절된 호주와의 외교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오는 4월 말 고위급 대표단을 호주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유미정 기자가 이에 관해 좀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호주는 북 핵 2.13 합의가 타결된 이후 서방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11일 외교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했습니다. 피터 백스터 외교 통상부 제 1차관보가 이끄는 호주 외교 대표단은 지난 11일 부터 4일 간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이 핵 계획을 포기할 경우 북한에 대한 원조를 제공할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호주 외교 통상부 대변인은 “호주는 북한의 핵개발 계획 폐기를 위해 에너지 원조와 개발 지원, 안전장치 이전 등을 통해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백스터 차관보는 이번 북한방문중에 북한도 2002년 단절된 호주와의 외교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북한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을4월 말 호주에 파견할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은 2.13 합의가 이행 되는 것을 조건으로 이를 허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호주는 지난 1974년 서방국가로서는 처음으로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했습니다. 하지만 호주가 제 30차 UN 총회에서 남북한 문제와 관련해 서방측 입장을 지지하자 북한은 1년 만에 호주와의 외교를 단절했습니다. 그후 북한과 호주의 외교관계는 25년 만인 지난 2000년에 복원됐다가 2002년 10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불거진 북핵사태로 다시 단절돼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주는 지금까지 북한 핵무기 개발 계획 종식을 목적으로 한 6자회담의 당사국이 아니면서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 6자회담의 ‘제 7 국’ 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호주는 2003년과 2004년 1월에 호주 고위관리로 구성된 대표단을 평양에 파견해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후 알렉산더 다우너 외무 장관은 2004년 8월 다시 미국과 아시아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북한으로 하여금 다자 회담에 계속 참가하도록 촉구한 바 있습니다.

호주 국립대학교 부설 국방전략문제 연구소 (Strategic and Defense Studies Center)의 브렌단 테일러 연구원은 호주가 이처럼 북한 문제에 관여하는 배경에는 북한의 핵문제가 호주에 경제적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테일러 연구원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호주에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테일러 연구원은 호주의 관점에서 볼 때 진정한 위협은 북한의 핵문제로 인해 북한에 심각한 경제 파탄이 야기될 경우 그로 인해 발생되는 동북아시아지역의 불안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호주는 지리적으로 동남아시아에 근접해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동북아시아와 훨씬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호주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 일본, 한국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로, 이들과의 교역은 전체 호주 대외 교역량의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동북아시아의 안보 불안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체 뿐만 아니라 호주의 무역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호주는 6자회담 이후 발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동북아시아 다자간안보협의체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테일러 연구원은 동북아시아에는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 ASEAN(Association of South East Asian nations)과 같은 안보체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며, 호주 내에는 6자회담 이후 궁극적으로 이같은 동아시아 다자간 안보체제가 발전될 것이라는 데 일반적인 동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호주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남북한이 포함될 이 다자간 안보체제에 호주가 제외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테일러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호주는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에 대해 적극적인 개입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호주는 1994년 1차 북 핵 위기 이후, 북한에 한국형 표준원자로 2기와 대체에너지로 중유를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콘서시엄인 한반도에너지 기구, KEDO에 참여했고, 일반 회원국 중에서 가장 많은 호주돈으로 2천2백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또 호주는 1996년 북한의 식량위기 이후 지금까지 4천3백50만 달러에 달하는 경제원조를 북한에 제공해왔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