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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 협상, 주요 쟁점에 여전히 입장차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 FTA 체결을 위한 고위급 협상이 서울에서 사흘째 계속됐지만, 양측은 여전히 주요 쟁점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정치권은 FTA에 대해 찬반 양쪽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은 협상이 타결될 경우 오는 31일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28일 서울에서는 FTA에 반대하는 각종 시위와 집회가 열렸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체결을 위한 최종 고위급 협상이 28일로 절반의 일정을 소화했지만, 아직도 양측은 농업과 자동차, 섬유 등 주요 분야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먼저, 농업 분야에서 미국측은 쇠고기 시장 재개방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돼지고기에 대해 5년 내 관세철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측은 광우병 위험 등급 확정 전에 쇠고기 개방 프로그램을 약속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고, 쌀 시장도 결코 개방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미국측이 배기량 기준 세제개편과 자동차 배출가스 진단장치 의무장착 연기 등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한국측은 미국시장의 자동차 관세 철폐를 요구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이밖에 섬유 분야에서는 한국측이 관세 조기철폐를 요구하고 있고, 미국측은 관세협력 방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양측은 현재 미국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 TPA가 만료되는 시점을 감안해 한국시간으로 31일 오전 7시, 미국 동부시간으로는 30일 오후 6시까지는 한미 FTA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시간은 이틀 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협상 전망은 결렬보다는 타결 쪽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한미 양측은 29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 간 협상에서 미해결 쟁점들의 타결을 시도한 후 끝내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30일 두 나라 통상장관 회담이나 노무현 한국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사이의 최종담판을 통해 협상을 타결지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만, 협상 마감시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핵심쟁점에서 진전이 없는데다 정치권의 압력도 거세지고 있어, 당초 기대와는 달리 `덜 주고 덜 받는' 식의 낮은 수준의 협상 체결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동을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30일 귀국 직후 협상결과를 보고받고 남은 쟁점에 대해 최종 결심과 함께 이를 승인하고, 31일 한미 FTA타결이 공식선언되고 난 후,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는 담화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치권에서는 한미FTA를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일부 세력,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민생정치모임, 그리고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등은 FTA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문성현 대표는 21일째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고,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전 의장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 임종인 의원 등도 단식농성에 합류했습니다. 다만 김근태 전 의장의 경우,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고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길 기대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해 조금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반면, 한나라당은 28일 원칙적으로 FTA에 찬성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한나라당은 쌀 시장 개방불가를 골자로 자동차와 섬유분야 관세철폐 등 지켜야 할 7가지 원칙을 내걸었지만,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연연하지 않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당론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도부를 중심으로 조건부 찬성흐름을 만들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지켜야 할 것 5가지와 얻어야 할 것 5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쌀 시장이 지켜야 할 것에 포함됐고, 얻어야 할 것 중에는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시위가 열리는 등 28일 하루동안 각계의 반 FTA 집회와 시위가 잇따랐습니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농축수산대책위원회는 협상장인 서울 하얏트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민을 포기하고 국민을 광우병의 위험에 빠뜨리는 한미FTA를 결사반대한다며 협상장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고, 이어 남대문에서 기습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밖에 방송시장 개방저지를 위한 케이블 TV 비상대책위원회, 인권단체연석회의, 문화침략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 문화연대 등 농민과 영화인, 인권단체들도 기자회견과 집회, 시위 등을 통해 한미 FTA 반대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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