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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납북자 문제로 6자회담서 신경전


북한과 일본은 이번 6자회담에서도 납북 일본인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양측 수석대표들은 회의 첫 날 기조연설에서 이 문제를 자세히 언급하는가 하면, 북한은 논평을 통해 일본이 계속 납치 문제에 집착하면 6자회담 참가 자격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납치 문제가 6자회담에서 BDA 문제에 이은 또다른 걸림돌이 될지 주목됩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0일 논평을 통해 일본이 6자회담 합의를 ‘파탄’으로 몰고가려 한다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통신은 일본은 납치 문제에만 집착하지 말고 2.13 합의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또 일본의 납치피해자 전원 송환 요구는 ‘억지’라면서, 일본의 ‘그릇된 행위’로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아무런 합의를 이룰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이같은 주장은 납치 문제를 둘러싼 북-일 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입니다. 일본은 과거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들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 문제와 관련해 할만큼 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6자회담의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첫 날 회의에서 북한은 “가능한 일은 모두 했다”며 일본이 6자회담 참가국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지 않다고 비난했습니다. 김 부상은 “일본은 합의 이행의 의지가 없으면 6자회담 참가 자격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측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일본의 6자회담 참가 자격 유무를 운운하는 북한에 대해 응수할 가치 조차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도 도쿄에서 기자들에게 일본의 회담 참가 자격은 북한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납치 문제를 2.13 합의에 따른 대북한 에너지 지원 문제와 연계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2.13 합의에서 에너지 지원과 관계정상화 노력을 대가로 영변 핵시설을 다음달 중순까지 폐쇄.봉인하기로 약속했지만 일본은 납치 문제의 진전 없이는 지원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겐이치로 국장은 기조연설에서 일본은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이 진지한 자세로 나와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북한은 그러나 20일 논평에서 “일본에 그 어떤 지원을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또 일본으로 부터 지원을 받을 생각도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종군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은 “죄많은 과거를 청산하고 무조건 사죄와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여성들을 위안부로 강제동원한 증거가 없다고 밝혀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번 논평은 올들어 6자회담과 관련해서 유일한 북한 언론 보도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북한 언론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이번 6차 6자 회담 참석차 평양을 출발한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회담과 관련해 자신들의 입장을 나타내거나 미국을 비난하고 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보도해 왔으나 올 들어 거의 보도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북한언론의 이같은 보도 태도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회담에는 재를 뿌리지 않겠다’는 신중한 태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 언론들은 해석하고 있습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생존자들에게 소식을 전하는데 사용될 새로운 단파라디오 주파수를 배정받게됐다고 일본의 `교도통신'이 20일 보도했습니다. 이 통신은 국제전기통신연합측으로 부터 배정받을 새로운 주파수는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가 운영하는 단파 라디오방송 ‘시오카제’에 사용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시오카제’는 지난 2005년 10월부터 북한 뿐아니라 중국과 한국의 북한 접경지역을 대상으로 방송되고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70년대와 80년대에 자국 공작원들에게 일본어와 문화를 교육시키기 위해 일본인 13명을 납치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북한은 이 가운데 5명은 지난 2002년 송환했지만 나머지 8명은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이들 8명 외에 추가로 4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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