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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북한의 기근’ 저자 스티븐 해거드 교수 - ‘북한 식량난은 경제 개혁만이 해결책’


최근 미국의 전문가들이 북한 식량난의 원인과 해결책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책을 출간했습니다. ‘북한의 기근 – 시장과 원조, 개혁’이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 저자인 워싱턴 소재 피터슨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연구원과 캘리포니아대학의 스티븐 해거드 교수는 북한이 고질적인 식량난을 해결하려면 경제 개혁을 단행하고 국제사회에 편입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야만 수출을 늘리고 해외자본을 유치해 필요한 식량을 수입할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특히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체제유지를 위해 개혁과 외부 원조를 기피하고 있다며, 이 것이 식량난의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동저자의 한 사람인 스티븐 해거드 교수를 김근삼 기자가 인터뷰 했습니다.

문: 먼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을 소개해 주시죠.

답: 극단적인 식량 부족 사태인 기근은 현대사회에서는 매우 드물게 발생합니다. 그리고 기근이 일어난 국가는 큰 충격을 입게됩니다. 그래서 기근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 이유에 의문을 갖게 됩니다. 우리 두 사람도 북한에서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굶주려야 하는지 그 원인을 찾고자 이 책을 썼습니다.

문: 그렇다면 북한의 식량난과 이로 인한 기근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답: 북한 정부는 수해와 가뭄 같은 기상 재해 때문에 식량난이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 이유가 아닙니다. 북한의 식량난은 기본적으로 식량 자급체계가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북한 정부가 조금 더 빨리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을 요청했거나, 해외차관을 유치할 수 있는 수출 규모를 유지했더라도 식량난은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문: 식량 자급체계가 실패했다는 것은 북한이 필요한 식량을 스스로 생산할 수 없다는 말씀인가요?

답: 북한과 중국, 북한과 베트남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은 가격정책을 조정함으로써 식량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경작지가 부족하고, 기후 조건도 열악하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써도 자체 생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농업경제를 이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경제개혁을 통해 공업 분야 등의 수출을 늘리고, 필요한 식량을 수입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한국의 경제발전을 본받아야 합니다.

문: 책을 통해 지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대기근을 통해 북한 주민 1백만명이 굶어죽었을 것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이후 1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북한은 식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올해 특히 식량난이 심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왜 북한의 식량난이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까?

답: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의 식량원조가 시작된 후 북한 정부는 식량 수입량을 줄였습니다. 또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주민들 사이에서는 풀뿌리 시장경제가 시작됐고, 주민들이 직접 돈을 벌어서 식량을 구입했지만 북한 정부는 오히려 실패한 배급체계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해외단체들은 북한 정부가 배급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지만, 북한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과 함께 원조가 줄어든 이유가 됐습니다. 따라서 식량 부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 김정일 정권은 폐쇄된 사회 속에서 식량으로 주민을 통제함으로써 체제를 유지하려 하고 있고, 이것이 식량난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답: 노벨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 씨는 기아 발생이 사회의 책임감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는데, 우리도 이런 견해에 동의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기아가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국가가 책임있고, 또 그 책임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일 체제가 북한에서 식량난이라는 비극을 초래한 근본적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 북 핵 6자회담이 진전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도 북한의 핵 폐쇄에 이어 지원 재개를 고려하고 있구요. 이런 분위기가 식량 사정이 좋아지는 데 기여할 수 있겠습니까?

답: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한국마저 식량 원조를 중단했던 몇 달 전과는 상황이 다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에는 식량 위기가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북한 식량난의 장기적인 해법은 인도적 지원이 아닙니다. 북한이 경제와 정치 개혁을 통해 수출을 늘리고, 해외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필요한 식량을 수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북한은 식량생산국으로는 이점이 없으며, 식량 자급자족을 이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개혁만이 유일한 길입니다.

문: 조금 전에 김정일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셨는데, 현 체제에서도 그런 개혁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답: 제가 바라는 것은 북한의 평화적 체제교체를 통한 개혁입니다. 하지만 김정일 체제는 1990년대의 기아와 오랜 부패 속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체제교체는 당장 기대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변화하도록 북한 정부를 설득하고, 이를 통해 더 폭넓은 체제변화를 유도해야 합니다.

문: 한국의 햇볕정책, 포용정책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껴지는군요.

답: 동의합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포용정책은 교역확대 보다는 원조에 더 많이 기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경제개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의 교역을 늘리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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