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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두고온 탈북자, 건강문제 더 많이 생겨


가족을 북한에 두고 온 탈북자들은 가족과 함께 탈북한 사람에 비해 건강상태가 최대 5배나 나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대학교 문옥륜 교수는 최근 탈북자 2백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상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신적인 피폐함으로 인한 탈북자들의 사회 부적응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한국사회의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의 도성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문: 탈북자 1만명 시대를 맞아 탈북자들의 한국사회 정착에 관한 다양한 연구보고서가 나오고 있군요?

답: 그렇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탈북자 적응에 관한 연구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문옥륜 교수의 연구 결과입니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가 1만명을 넘어서면서...그동안 탈북자 개개인의 문제로 인식했던 것이 있다면 이제는 한국사회를 이루는 작은 집단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 최근 한국사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번 연구는 특히 탈북자들의 정신건강이 미치는 여러 가지 영향에 대한 분석을 한 것인데요. 실제 조사는 연간 탈북자의 입국이 6000명에 이르렀던 지난 2004년에 이루어졌지만 여러 가지 검증과 추이변화를 더해 최근 보건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Public Health’ 인터넷판에 실렸습니다.

문: 자. 연구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지요.... 탈북자들의 정신건강 정도를 분석한 연구인데 말이지요. 보통 신체건강에 관한 것은 여러 가지 정밀조사 등 검진을 통해서 과학적, 객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만, 정신적 건강수치는 어떻게 보면 주관적인 평가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답: 물론입니다. 이 조사결과는 서울대 문옥륜 교수팀이 `하나원'에 입소한 20세 이상의 탈북자 221명(평균나이 38세)을 대상으로 건강상태를 파악한 결과인데요. 말씀하신대로 탈북자들이 자신의 정신건강상태를 설문조사지 내용에 입각해 기술한 것이고, 또 심층면접에 응한 것이기 때문에 그 응답의 정도가 과학적인 데이터처럼 명확하지는 않지만... 분석결과에는 탈북의 유형이나 탈북자의 상황에 따른 통계학적으로도 유효한 수치들이었다고 합니다. 또 이번 조사는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 나오기 전 하나원 교육기관 3개월 사이에 이루어진 조사여서 한국사회 적응 전후의 변화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 가족동반 여부에 따라 탈북자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다르다고 했는데, 얼마나 차이가 있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혼자 탈북한 사람은 가족과 동반 탈북한 사람에 비해 건강상태의 악화 정도가 평균 1.2배에 달했구요. 또 친구나 이웃사람과 함께 탈북한 사람은 가족이 있는 경우에 비해 건강상태의 악화 정도가 평균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옥륜 교수는 탈북당시에는 생존이 걸린 문제여서 고도의 긴장상태가 유지되어 자신의 상황을 잘 모르다가. 남한 입국과 동시에 그러한 긴장감이 풀리고 북한에 남은 가족들 생각에 죄책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가족 동반여부에 따라 평균1.2배, 많게는 5배까지 건강상태의 변화가 있다고 분석되었습니다.

문: 흔히 말하는, 걱정이 병이 된다는 말이 이번 조사에서도 입증되고 있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번 연구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동안 제기되어온 탈북자들의 건강문제가 어디서 기인된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탈북자들의 피폐해진 정신건강 상태는 탈북자들이 한국사회 적응을 위해 가장 집중하고 있는 취직과 직장문제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문: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에 대한 평가와 탈북자들에 대한 한국 직장 내 평가가 다른 것도 정신건강 상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기업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결 같은 이야기가 북한 근로자들은 성실하고 일도 잘해서 근로자 부분에서는 상당히 만족한다… 는 평가인데요.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의 경우는 그와는 정반대의 평가가 많은 것으로 봐도 이번 결과에 대한 실제 적용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 사람 특유의 이악함과 성실성에도 불구하고 회사들의 노동 강도에 견디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 이것은 어릴적부터 충분한 영양섭취를 하지 못하고 만성적 영양실조에 노출되어온 북한사람들과 남한사람들의 체력적인 차이도 있지만 탈북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서 비롯된 사회부적응의 요인이 크다는 것입니다

문: 탈북자들의 제3국 체류기간에 따른 차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네요?

답: 그렇습니다. 체류 국가에 따른 건강상의 차이는 없었지만 체류하는 기간과는 연관성이 있었습니다. 3국 체류기간이 3년 이상인 탈북자는 1년 미만을 체류한 탈북자에 비해 약 3배 가량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구요. 1년 이상~2년 미만을 체류한 탈북자는 약 2배 정도 건강상태가 나빴습니다. 흔히 건강한 사람도 가족이나 고향을 떠나 객지 생활을 많이 하면 건강이 나빠진다는 말도 있지만 탈북자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는 북한 사회의 낙후된 보건의료서비스와 식량부족 현상이 북한주민들의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데다 제3국에서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기간이 길수록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더 요구되기 때문이라는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문: 중국 등 동남아 제3국에서의 탈북자들… 불법체류자 신분인데… 이러한 불안한 상황이 탈북자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군요… 자, 또 하나의 조사결과도 살펴보겠습니다. 탈북자들의 북한에서의 교육수준과 사회적 지위에 따른 차이가 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조사결과 가운데 눈길을 끌었던 부분인데요. 탈북자의 북한에서의 교육수준이 높을 수록, 또 당원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을 수록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대상221명 가운데 10% 가까운 탈북자들이 자신이 노동당원이었다고 하는데요. 북한에서는 나름대로 특별대우를 받았으니 체력적인 부분이나 여러가지 건강상태가 좋지 않을까 하는 연구진의 생각과는 달리 전혀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문: 그러니까, 북한에서의 고학력과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사람일수록 탈북하는 과정에서 겪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다는 것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의 경우 궁핍한 생활에서 비롯된 생존력이나 낯선 사회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져 있지만 ..고학력의 당원 등 북한사회에서는 나름대로 보증수표를 가졌던 사람들이었는데 탈북과정에서 그러한 우월감이 박탈되어 오히려 적응력을 더욱 떨어지게 했고 자존감 상실과 신체적 무력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문: 남성과 여성을 비교한 조사결과도 있네요.

답: 네. 여성의 건강상태가 남성에 비해 약 3배 정도 더 좋지 못했습니다. 이는 탈북 여성의 경우 새로운 환경에서 자원에 대한 접근도가 떨어지고 사회적 편견이나 범죄 ..인신매매.. 등에 대한 위험성이 남성보다 더 높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문옥륜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정리하면서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신체적ㆍ사회적으로 잘 정착하게 하기 위해서는 제3국에서의 체류환경을 잘 파악해야 하고, 제3국에서의 체류기간이 짧거나, 혼자이거나 가족이 아닌 사람과 입국한 경우, 성별에 따라 다각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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