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여성 지위, ‘고난의 행군’ 이후 더욱 악화


얼마전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해서 전세계 여성들의 인권상황과 사회적 지위에 새삼 관심이 기울여졌습니다. 특히 북한 여성들은 지난 1990년대 대기근 이후 홀로 생계를 꾸려나가야하는 입장에 처해지면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한반도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중국에서는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홀로 힘들게 살아가는 고령의 북한 여성들이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 VOA 손지흔 기자가 북한 여성들의 실태를 알아봤습니다.

북한 여성들의 인권상황과 사회적 지위는 지난 1990년대의 대기근을 분기점으로 크게 변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영국 워위크 대학교 (University of Warwick)의 헤이즐 스미스 (Hazel Smith) 국제관계학 교수는 북한의 성인 여성들은1990년대 중반까지 만해도 세계 최고의 노동력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스미스 교수는 유엔개발기구의 자료를 인용하면서 당시 18세에서 55세 사이의 북한 여성 10명 가운데 무려 9명은 근로자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여성들은 주로 학교나 병원, 탁아소 등에서 일했으나 대기근이 발생하면서 상당수가 노동시장을 떠나야 했다는 것입니다.

스미스 교수는 대기근으로 인해 북한 정부가 더 이상 식량과 탁아시설을 제공할 수 없게 되자 여성들은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기구 고문으로 일하면서 북한에서 2년간 거주한 경험이 있는 스미스 교수는 이로인해 장마당에 나가 장사를 하거나 매춘하는 여성들을 점점 더 많이 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케이 석 (Kay Seok) 북한담당 연구원도 북한 여성들은 남편들을 대신해서 실질적인 가장역할을 하게됐다고 말했습니다.

“식량난이 일어나면서 많은 공장들이 실제로 안돌아가고 그래도 여전히 남자들은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 안돌아가는 공장이라도 실제로 나가야하는 상황이었는데요. 그럴 때 실제로 가계를 꾸리고 돈을 버는 것은 여성들의 몫이었거든요.”

식량난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들의 3분의2 가량은 여성이었던 것으로 미 국무부는 최근 국가별 인권현황보고서에서 전했습니다. 석 연구원은 북한 여성들은 중국에서 취직을 하거나 중국 남자와 결혼해서 사회에 편입되기가 남성들 보다 조금은 더욱 용이하기 때문에 여성 탈북자들이 더 많이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워위크 대학교의 스미스 교수는 중국내 젊은 탈북 여성들과는 달리 나이 지긋한 북한 여성들은 거동조차 불편해서 누구보다 가장 비참한 처지에 놓여있다고 말했습니다. 스미스 교수는 그동안 국제언론들이 중국에서 인신매매 당하거나 중국 남성들에게 신부로 팔려가는 북한 여성 등에 관한 선정적인 뉴스에 초점을 맞추는 가운데 이들 고령의 북한여성들의 암담한 처지는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스미스 교수는 식량난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중국으로 탈출한 고령의 북한 여성들을 개인적으로 여러차례 면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식량난을 겪은 결과 병세가 심하지만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있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으로 망명하기 위해 비정부 기구들의 도움을 받거나 인신매매범들로 부터 돈을 빌릴 여력도 없습니다. 이들은 중국 공안 당국에 의해 적발돼 송환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때문에 비좁은 아파트 안에 갇혀 지내고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케이 석 연구원은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오는 2008년 개최되는 베이징 올리픽 대회에 앞서 탈북자 문제의 이른바 “해결”방안을 강구하려 들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해결한다는게 인권운동가들이 원하는대로 이 사람들에게 난민지위를 부여하든지 보호를 해준다든지 송환을 중단한다든지 이런 의미가 아니고 정반대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많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의 최근 인권보고서는 송환된 탈북자들이 구금돼있는 정치수용소의 끔찍한 실상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수감자들에 대한 강제낙태와 영아 살해 등과 같은 잔인한 행위들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실과는 동떨어지게 북한은 여성관련 법 제정에 있어서는 진보적인 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영국 리즈대학교의 한국학과 사회학 전문가인 에이든 포스터-카터 (Aidan Foster-Carter) 선임 연구원은 북한은 과거 다른 공산주의 국가들처럼 지난 1946년에 일찌감치 여성의 권리와 남녀 평등을 보장하는 법을 제정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포스터-카터 연구원은 이같은 법들은 실제로 무의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도부에 충성하도록 세뇌교육을 받고 자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개인권리에 대한 개념이 전혀 자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워위크 대학교의 스미스 교수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외부 세계와의 관계가 정상화돼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관계정상화 없이는 비정부기구나 학계 단체 등이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북한에 들어가서 주민들과 접촉할 기회가 매우 적다는게 스미스 교수의 설명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