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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고위관료 ‘신뢰 쌓이면 북한에 경수로 제공 가능’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 계획 폐기를 위한 초기단계 이행조치에 관해 합의가 이뤄진 지 오늘, 15일로 30일이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2.13 합의의 핵심 당사국인 미국과 북한의 합의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14일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BDA)’에 관한 조사결과를 발표함으로써 동결된 북한자금이 해제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또 최근 북한을 방문한 서방 관계자들은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폐쇄하는 등 합의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 재무부는 14일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BDA)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재무부는 이날 발표에서 BDA의 동결된 북한계좌를 해제하는 문제는 마카오 당국에게 일임한다고 말해, 동결된 북한자금 2천5백만 달러가 풀려날 수 있는 길을 텄습니다.

미국의 대니얼 글레이저 테러,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는 마카오 당국에 조사결과와 관련 정보를 제공할 것이며, 앞으로 동결된 북한자금의 해제 문제는 궁극적으로 마카오 당국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미 재무부의 이날 발표로 BDA 문제를 30일 이내에 해결하기로 한 미국 측의 약속은 일단 지켜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13 합의가 이뤄진 직후 30일 이내에 BDA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었습니다.

이제 관심은 BDA의 동결된 북한자금이 언제 풀려날 것인지, 또 풀려나는 자금의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 것인지에 모이고 있습니다. 북한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앞서 동결된 북한자금이 전면해제되는 것으로 미국측과 합의했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김명길 유엔 대표부 정무공사는 실무그룹 회의 참석을 위해 베이징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BDA 문제가 해결되면 오는 19일부터 열리는 6자회담이 끝난 뒤 힐 차관보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국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김 공사는 또 미국 외교 당국자의 북한 방문이 남북정상회담보다 더 우선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6자회담의 걸림돌이 돼왔던 BDA의 동결된 북한자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길을 터준 외에도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 의사도 밝히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15일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을 고려 중이며, 북한 병원에 발전기를 제공하는 것이 한 방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특히 북한과의 사이에 신뢰가 쌓이면 북한에 경수로를 공급하는 가능성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의 `이타르 타스 통신'은 클레이 셀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이 14일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이 이처럼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 역시 2.13 합의를 이행할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고 최근 북한을 방문한 인사들이 밝혔습니다. 이틀 동안의 평양 방문을 마치고 베이징에 들린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2.13 합의를 전면적으로 이행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또 북한은 금융제재가 해제되는 즉시 영변 핵 시설을 폐쇄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며, IAEA 회원국으로 다시 가입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호주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나흘동안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피터 백스터 호주 외교통상부 동북아 국장 역시 북한이 2.13 합의에 따라 영변 핵 시설을 폐쇄, 봉인하는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스터 국장은 북한이 앞으로 핵 시설과 핵 활동을 모두 공개할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IAEA 사찰단의 복귀를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인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이 핵 계획을 폐기하는 데 대한 대가로 북한에 제공하게 될 경제원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에너지, 경제협력 실무그룹 회의가 15일 베이징의 한국대사관에서 열렸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북한이 초기단계 조치를 이행할 경우 북한에 제공할 중유 5만t의 지원과 관련해 이행시기와 절차, 그 이후 북한에 제공할 나머지 중유 95만t 상당의 지원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한국측은 북한의 핵 시설 폐쇄와 봉인상황을 감시하기 위해 IAEA 사찰단이 북한을 방문하는 시기에 맞춰 중유 5만t을 제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 대한 지원을 납북 일본인 문제에 연계시키고 있는 일본은 이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 대북 지원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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