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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FTA 8차 협상 진행 중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 FTA 체결을 위한 제8차 협상이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양국 대표단은 협상 이틀째인 9일, 농산물과 자동차 시장개방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또한 양국은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에서도 큰 입장차를 보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말과 다음 주 초에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집회와 농성이 잇따라 열릴 예정이어서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입니다.

한미 FTA 8차 협상이 이틀째로 접어든 9일, 양국 대표단은 농업과 자동차를 포함해 모두 13개 분야의 분과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번 협상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농업의 경우, 양측은 쌀과 쇠고기, 오렌지 등 민감한 품목의 관세 개방안과 개방 완충장치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미국은 쌀을 포함해 모든 농산물을 예외없이 전면 개방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민감한 품목의 관세 철폐를 최대한 늦추려고 노력하는 한편

쌀 시장은 절대 개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 타결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만 쌀 시장 개방 문제는 사실상 이번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미국측은 협상력 강화를 위해 쌀 시장 문제를 계속 언급하고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정서를 잘 아는 미국이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협상단의 관측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권오을 위원장은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를 만나 미국의 농산물 시장개방 요구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며 양보를 촉구했지만, 커틀러 대표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한 커틀러 대표가 이번 협상에서 최대 관심사라고 밝힌 자동차 협상도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측이 요구하는 한국 내 자동차 관련 세제 정비와 한국측이 요구하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하 방안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접점을 이룰지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관심있는 대목은 배기량을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세제를 어떤 방식으로 정비하느냐 하는 문제인데, 이에 대해 한국 재정경제부는 제도개선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양측은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였습니다. 협상단 관계자는 북 핵 6자회담이 타결된 데 이어 북-미 관계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는 등 개성공단을 둘러싼 분위기가 뚜렷하게 호전되고 있는 점을 미국측에 적극 제기했다며,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물론 상징적 의미까지 감안해 미국이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펼쳤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미국측은 북한 영토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는 한미 FTA 영역을 벗어난 문제라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문제는 결국 이번 협상 이후에 진행될 최고위급 협상을 통해 최종적인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일부 진전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8일 첫 날 회의에서 경쟁분과에서 합의가 타결된 데 이어, 섬유분과 등에서 진전이 예상되고 있고, 다른 7-8개 분과에서도 타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두 나라는 3월 말 이전에 최종 협상을 타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커틀러 미국 대표는 9일, 한국과 미국 양국이 역사적인 자유무역협정을 마무리짓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커틀러 대표는 한미 FTA 협정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협정이 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 김종훈 한국측 협상대표가 두 나라 의회의 승인을 받을 수 있는 포괄적이고 균형잡힌 합의안을 도출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종훈 대표는 9일, 8차 협상에서 핵심쟁점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한국 대통령은 9일, 한미 FTA 체결 지원 위원장인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를 새 총리로 지명했습니다. 한덕수 지명자는 한미 FTA는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할 수 있는 추가 재원을 확보하는 대단한 정책이라고 평가하면서, 최대한 노력을 해서 이익을 얻으면서 시간 내에 타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번 주말과 내주 초에 서울에서 한미FTA 반대 집회와 농성이 잇따라 열릴 예정이어서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경찰의 집회금지 통고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10일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강행할 계획입니다. 경찰은 이번 집회를 사전봉쇄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반면, 주최측은 전원 연행을 각오하고 강경한 투쟁을 전개한다는 입장이어서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범국민운동본부측은 12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청와대 인근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오는 25일에는 10일의 1차 대회보다 더 많은 인원을 동원해 2차 민중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이보다 앞서 지난 8일, 정치인과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 등 8백70명이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이들은 모든 협상쟁점을 공개하고 졸속협상을 중단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면서, 만일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FTA 협정이 체결된다면 국회비준 반대와 협상폐기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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