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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살인미수범에서 변호사로…영화같은 인생


미국의 다양한 관심사와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미국 뉴욕 주에서는 쉰을 넘긴 한 만학의 법학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뉴욕주 변호사 협회에서 10년이 넘도록 협회 가입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20대에 살인미수로 5년간 수감됐던 어두운 전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중범을 저지른 죄인에서 변호사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닐 와이스너의 이야기를 김근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문: 살인미수로 감방에서 청춘을 보낸 오십대가 이제 자신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던 법정에 변호사로 설 기회를 찾고 있다니,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얘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답: 닐 와이스너의 과거를 살펴보면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해집니다. 와이스너는 고등학교를 중퇴했는데요, 이십대인 1980년대에는 뉴욕 맨해튼의 유흥가에서 가짜 최면제를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거리의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헤어진 애인과 다툼을 벌이던 중 와이스너는 가지고 있던 총을 꺼내들었구요, 위협을 느낀 애인이 창문으로 달아나자 그 방향으로 몇 발의 총알을 발사했습니다. 이는 살인미수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지요. 결국 와이스너는 뉴욕 법원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혔습니다.

문: 그런 어두운 과거를 가진 범죄자가 어떻게 법학도의 길을 걷게 됐는지 궁금하군요.

답: 와이스너는 12년 형기를 모두 채우지 않고 5년만에 풀려났습니다. 항소심에서 스스로 자신에 대한 변론을 폈는데요, 처음 형을 선고받을 당시 정당한 변호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어졌습니다. 그래서 5년만에 감옥에서 나올 수 있었지요.

문: 죄인의 신분이었지만 당시 이미 법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쌓았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와이스너는 출소한 후 대학에 진학해서 본격적으로 법학 공부를 시작했구요, 1994년에는 마흔살의 나이에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 때부터 자신이 유죄 판결을 받았던 뉴욕주 법원에서 변호사로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는 와이스너의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문: 그런데 뉴욕주에서는 와이스너의 전력을 이유로 변호사 자격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군요?

답: 앞서 말씀드린대로 와이스너는 뉴욕주 공립대학에서 법 관련 학위를 받았구요, 주 법원과 검찰에서 인턴 경력도 쌓았습니다. 판사들로부터 추천도 받았구요. 이만하면 일반인은 충분히 변호사가 될만한 자격입니다. 하지만 뉴욕주는 와이스너의 변호사협회 가입 요청을 9번이나 거부했습니다.

25년전의 일이지만 죄질이 심각하고, 죄에 대한 뉘우침이 부족하다는 것이 뉴욕주 변호사협회의 입장입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주 변호사협회에 가입하지 않거나, 협회에서 제명되면 그 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할 수가 없습니다.

문: 죄질이 안좋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뉘우침이 부족하다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답: 논란이 되는 것도 바로 그 부분입니다. 이제 쉰세살이 된 와이스너 씨는 “23년 전 심각한 죄를 저질렀지만,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며 “과연 우린 중 누가 인생에서 단 한번 저지른 최악의 실수로 평생 심판 받기를 원하겠냐”고 되묻고 있습니다.

와이스너는 당시 마약 때문에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빈민가에서 자란 와이스너는 12살 때부터 마약에 손을 댔구요, 15살에는 가출을 했습니다.

20대에는 살기 위해서 가짜 약을 팔았지만, 정부의 단속으로 일을 할 수 없게되면서 애인도 떠났고, 결국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을 피하는 애인을 만나려다가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지요.

와이스너는 출소 후에 처음에는 부동산 중개인이 되기위한 공부를 했고, 시험에도 합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범죄자라는 낙인 때문에 어디서도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결국 변호사의 문을 두드리게 된것입니다.

이후 뉴욕주 변호사협회가 와이스너의 입회 자격을 심사하기 위해 개최한 청문회에서 전직 판사 등 저명한 법조인들이 나서서 와이스너를 지지했지만 결국 그의 입회를 거부했습니다.

문: 과거 범죄자 출신 지원자들에 대한 관행은 어떻습니까?

답: 주마다 차이가 있는데요, 텍사스나 미주리, 인디애나 같은 주에서는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사람은 변호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앨라배마 주에서는 사면을 받은 경우에 한해서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뉴욕 주의 경우 이와 관련된 뚜렷한 규정이 없고, 단지 ‘훌륭한 인성’을 갖춰야 한다는 애매모호한 규정이 있을뿐입니다. 또 과거에 2급살인혐의로 징역 13년형을 선고 받았던 사람에게 변호사협회 입회를 허가한 전례도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와이스너 씨의 경우에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구요.

문: 그래도 형기를 마치고, 오랫동안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과거의 잘못 때문에 기회를 갖지 못한다니 안타까운 마음도 드는군요. 와이스너가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은 없는 건가요?

답: 와이스너는 2004년 뉴욕 주에서 8번째 입회 거부를 당한 뒤 인근 뉴저지 주 변호사 협회에 가입 신청을 했고, 결국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후 뉴저지 주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뉴욕 맨해튼에 사무실도 냈습니다.

변호사로서 1년에 10만 달러 이상의 수입도 올립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살인미수범의 굴레를 씌웠던 뉴욕주 법정에 변호사로 다시 서겠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9번째 이의 신청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지난 1월 연방법원에서 와이스너가 뉴욕주 변호사협회를 상대로한 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렸는데요, 개과천선하고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성원이 된 것은 인정하지만, 변호사 자격 부여는 뉴욕주 협회의 소관이라는 결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미국내 관심사와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오늘은 김근삼 기자와 함께 중범죄자에서 변호사가 된 사나이의 영화같은 이야기에 대해서 들어봤습니다.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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