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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양자회담, 외교관계 개선 등 여러 현안 논의


미국과 북한 간의 이번 뉴욕 실무회담에서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2년의 북핵 2차 위기 이후 4년 5개월 만에 사실상 처음으로 양자 형식의 회담을 열어 관계정상화로 나아가기 위한 현안들을 폭넓게 논의했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두 나라의 주요 관심사가 어떻게 다뤄졌는지 이연철 기자와 함께 살펴 보겠습니다.

문: 그동안 두 나라는 1993년 1차 북 핵 위기 이후 거의 15년 동안 적대관계 종식과 관계정상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여러 차례 채택했지만, 번번이 무산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두 나라는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 선언이 있은 지 3개월 만에,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포함한 위협이나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상대방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내정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조미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같은 원칙은 그 다음 해인 1994년 8월에 채택된 조미 합의성명에서 다시 확인됐고, 같은 해 10월에 채택된 제네바 기본합의에는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후속 의정서 합의가 미뤄지고,1998년에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금창리 핵 의혹 시설이 불거진데다 여소야대에 처한 당시 미국 정부의 상황 등으로 관계정상화에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 10월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하는 공동코뮈니케를 발표했고, 이어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추진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부시 행정부 출범과 2차 핵 위기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이후 두 나라는 우여곡절 끝에 제4차 북 핵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을 통해 관계를 정상화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지만, 미국이 곧바로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함으로써 두 나라의 대립은 심화됐고,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으로 맞섰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6자회담 2.13 합의의 일환으로 뉴욕에서 북미 양자 간 실무회담이 개최됨으로써 다시 한 번 두 나라 관계정상화를 위한 계기가 마련돼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문: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는 문제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떻습니까?

답: 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당장 오는 4월에 발표되는 미 국무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빼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사건 직후부터 적용돼 온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면, 국제기구에서 장기 저리 차관을 받을 수 있고, 무기 수출금지와 수출통제 대상에서 빠지게 돼 경제 재건에 필요한 기반을 조성할 수 있고, 국제적 고립에서도 탈피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측은 핵 폐기 초기 이행조치 실천과 일본인 납치 문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또한 이 문제는 행정부와 의회가 국내법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측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기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논의했다고 말했지만,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문: 그런가 하면, 미국측에서는 고농축 우라늄 계획을 포함한 핵 계획의 완전한 폐기를 강력하게 요구했죠?

답: 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고농축 우라늄이 존재하는 한 비핵화된 북한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고농축 우라늄 계획에 대한 의혹을 남겨둔 채 영변 핵 시설 등 플루토늄 핵 계획 만을 대상으로 불능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양측은 일단 고농축 우라늄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에 대한 완벽한 해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전문가 수준의 협의를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동안 고농축 우라늄 문제가 2.13 합의에 포함됐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었는데, 이번 회담에서 북미 양측이 이 문제를 분명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북미관계를 낙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먼저 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힐 차관보의 설명도 이같은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문: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연락사무소 개설을 뛰어 넘어 곧바로 외교관계를 맺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죠?

답: 힐 차관보는 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락사무소는 중국과 했던 모델이고, 미 중 관계에서 볼 때 매우 훌륭한 모델이었다면서, 그러나 북한과는 그런 점이 공유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곧바로 외교관계로 가자고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힐 차관보의 설명입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과 베트남 등 적대관계에 있던 국가들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수교에 앞서 반드시 연락사무소라는 중간단계를 거쳤고, 또한 실제로 그같은 중간단계를 거치는 것이 수교 문제 진전에도 훨씬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북한이 이를 생략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관계 개선 의지를 확신하는 북한이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신속하게 수교 문제를 해결하려는 바램과 의욕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문: 그동안 6자회담 진전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했던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 문제가 2.13 합의에서 30일 안에 해결하기로 합의가 됐는데, 이번 북미 회담에서 이 문제도 논의가 됐습니까?

답: 아닙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측과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힐 차관보는 재무부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말할 입장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다만 BDA 문제를 30일 이내에 해결하기로 합의했고,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곧 해결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을 방문중인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BDA 문제의 해결 방안이 거의 결론이 난 상태라면서, 가까운 시일 안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다음 회담의 시기와 장소는 정해졌습니까?

답: 당초 이번 회담에 이어 힐 차관보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었지만, 이 문제에 관한 특별한 논의는 없었다고 힐 차관보는 밝혔습니다. 힐 차관보는 양측이 다음 주에 베이징에서 열리는 6자회담에 주력했다면서, 지금 정해진 것은 6자회담 직전에 다시 양자회담을 갖기로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이연철 기자와 함께 이번 미국과 북한 간 뉴욕 실무회담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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