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이 핵계획 폐기약속을 이행해야만 2.13 합의에 따른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 장관은 2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대담한 전략을 취해나갈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중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2일 회담장소인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2일 워싱톤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만나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송 장관은 지난달 북핵 6자회담에서 체결된 2.13 합의조치를 60일 이내에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문제와 한미동맹 관계 등에 관해 주로 협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송 장관은 북핵 합의 초기 이행조치가 마무리되는 다음 달 중순 이후에 6자회담 외무장관 회담을 열어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기로 라이스 장관과 합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송 장관은 라이스 장관에게 북한에 대해 대담한 전략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송 장관은 2일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CSIS) 에서 연설하면서 미국이 북한 핵 문제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북한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투자라는 대담한 전략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송 장관은 북한이 핵 계획을 종식시키겠다는 약속을 이행해야만 2.13 합의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송 장관은 또한 국제사회는 북한에게 핵 무기가 없어야지만 더욱 안전할 것이라는 점을 납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송 장관은 김 부상과 접촉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습니다. 북한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2.13 합의에 따른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위해 뉴욕에 도착한 가운데 송 장관과 송 장관을 수행한 천영우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 역시 4일 뉴욕으로 이동할 계획이어서 송 장관이나 천영우 대표가 김 부상을 만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송 장관은 라이스 국무장관이나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북한방문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현 시점에서 예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송 장관이 북한의 핵합의 이행을 대북 지원과 연계시킨 가운데 한국에서는 최근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남북한은 최근 평양에서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재개하고 개성공단 건설을 활성화하는 등 북한의 발사와 핵실험 이후 중단됐던 각종 교류협력을 활성화해 나간다는 내용의 6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공동보도문에는 북한에 대한 쌀과 비료지원 문제에 대한 남한 측의 구체적인 약속이 빠져 있어 한국이 북한에 대해 2.13 합의를 이행하라는 압력을 계속 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그러나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2일 기자 브리핑에서 북한에 쌀 40만톤과 비료 30만톤을 제공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고 말한 뒤 잠시후 이는 북한 측이 요청한 규모라고 정정하자 한국의 야당인 한나라당은 남북 대표들 사이에 이면 합의가 있었던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통일부 양창석 대변인은 3일 이와 관련해 “쌀은4월 18일부터 열리는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협의해 결정할 것이며, 비료는 북한이 적십자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요청해오면 필요한 절차에 따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면합의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한편 미국정부는 조만간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완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P 통신은 이름을 밝히지않은 미국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다음주 이같은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곧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BDA)의 동결된 북한 자금 가운데 일부는 불법 핵 무기 확산이나 위조지폐 제조, 밀수 등에 관련되지 않았다고 발표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외국 금융감독 기관들은 해당계좌의 동결조치를 해제하게될 것으로 보입니다. 동결에서 풀려날 북한 자금의 규모는 8백만 달러 내지 1천2백만 달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동결된 북한자금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그렇게 큰 것이 아니지만 BDA 문제는 그동안 북한과의 핵 협상에서 큰 장애물이 돼왔습니다. (J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