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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부시 행정부 '2.13 합의는 대북외교 성공사례'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베이징 6자회담에서 지난주 초기단계 이행조치에 대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면서, 북한 핵 해결의 핵심 당사국인 미국 행정부 내부의 북한 관련 분위기에 분명한 변화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대결 기류는 거의 사라지고, 지금은 온건대화론자들이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국한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문: 부시 행정부는 2.13 베이징 합의를 외교정책 성공 사례로 꼽고 있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주 정례브리핑에서 2.13 베이징 합의는 `대북한 외교의 성공을 입증한 사례’라면서 이란에 대해서도 같은 외교방식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스노 대변인은 핵심 당사국인 북한에 직접적인 이해와 영향력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 협력해 개별국가와 국제사회 모두에 유익한 타결을 이끌어 낸 것이 이번 2.13 합의라면서, 미국이 줄곧 주장해온 다자간 협의체인 6자회담을 통한 북 핵 문제 해결 원칙이 옳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이번 합의는 애초 그 토대가 된 북-미 간 베를린 회담에서부터 이례적으로 부시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지요?

답: 부시 대통령은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북한측 상대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 간의 베를린 양자회동을 직접 재가하는 등 일찌감치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이 힐 차관보에게 `할 수 있다면 당신이 한번 적극 나서보라’며 사실상 협상의 전권을 부여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협상 자체가 자신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시작된 만큼 부시 대통령은 당연히 결과가 나오자 마자 즉각 특별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의 진전’이라며 환영했습니다.

현재 부시 행정부 정책 관계자들은 최고위층의 이같은 평가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합의 이행을 위한 실무그룹 회의 등 후속조치 준비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부시 대통령은 애초 이번 주 중 바클라브 하벨 전 체코 공화국 대통령 등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활동가들을 면담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중요한 합의의 이행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측을 자극할 수 있는 일은 가급적 피하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 영국에서 발행되는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은 오늘자에서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이 다음 주 아시아를 방문하는 길에 평양에 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이는 실제로 방북이 성사될지와는 상관없이 부시 행정부 내부의 분위기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답: 그렇습니다. 네그로폰테 부장관은 취임한 지 일주일 만에 첫 해외출장지로 아시아를 택하면서 일본과 중국, 한국 등 6자회담 당사국들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네그로폰테 부장관은 이 나라들에서 2.13 베이징 합의를 이행하면서 북한 핵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을 이룰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하고 있습니다.

이 신문의 보도대로 네그로폰테 부장관의 평양행이 실현될 경우 이는 핵 문제 해결은 물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서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두고 있는 중요성과 적극성을 안팎에 과시하는 것으로도 평가됩니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각료급으로 북한을 방문한 사례는 지난 2000년 10월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유일합니다.

문: 이번 합의에 대해서는 이처럼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판적 기류가 없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요.

답: 물론입니다.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대사를 필두로 보수파 인사들은 이번 합의를 `나쁜 합의’ 또는 `13년 전 제네바 합의와 차이가 없는 미봉책’ 등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부시 행정부 내부에서 조차 이번 합의문에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가 포함된 데 대한 비판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취한 조치가 실질적으로 아무 것도 없는 데 왜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해야 하느냐는 주장이 그 것입니다. 또 보수성향 연구기관들은 이번 합의는 부시 행정부가 그토록 비판했던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제네바 기본합의와 다를 게 없다면서, 그럴 것이라면 왜 지난 6년 간 합의를 미뤄 북한의 핵 개발만 진전되게 했느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백악관과 국무부 등은 `이번 합의는 핵무기와 시설의 완전한 폐기를 향한 긴 여정의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기 전에는 합의문에 나온 1백만 t의 중유를 제공받지 못할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또 이번 합의는 미국과 북한 간에만 이뤄진 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한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함께 참여해 북한의 합의 이행을 지켜본다는 점에서 제네바 합의와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 딕 체니 부통령은 그동안 부시 행정부 내부에서 대북 정책과 관련해 강경파의 대표적 인물로 꼽혀오지 않았습니까. 체니 부통령이 이번 합의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합니다.

답: 체니 부통령의 그동안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그는 이번 합의를 내켜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체니 부통령은 북한과의 양자대화는 물론, 합의문에 포함된 실무그룹 구성에도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라크 상황이 악화하고 중간선거 패배로 부시 행정부의 위상이 약화된 상황 때문에 대북 강경입장을 고집하지 않고 순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전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체니 부통령이 현재 미국측과 가장 많이 보조를 맞춰온 일본을 방문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은 이번 합의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납북자 해결 문제를 내세워 대북 지원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유일한 나라인데요, 체니 부통령은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의 회담에서 이같은 일본측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아무튼 2.13 합의 이후 현재 부시 행정부 내부의 기류는 이를 문제 해결을 위한 첫 걸음으로 평가하면서 , 어떻게 하면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하도록 할 것인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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