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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합의후 국제사회 대북기류 달라져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북 핵 해결을 위한 초기단계 이행조치에 대해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입장에 뚜렷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가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해제하거나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일부 언론은 미 행정부 당국자의 말을 빌어 존 네그로폰테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방북 가능성까지 전하고 있습니다.

2.13 합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기류변화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지난주 베이징 6자회담에서 북한이 경제원조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핵 계획을 포기하겠다고 합의한 이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태도에 분명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호주는 20일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대표단을 북한에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있는 몇 안되는 서방국들 가운데 하나인 호주는 지난 2002년 북한 핵 문제에 관한 우려가 확산되자 북한과의 관계를 동결했습니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최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 핵 문제를 논의했다며, 부시 대통령이 북 핵 전망에 관해 매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다음주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이 북한을 방문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 신문은 21일 지난주 취임한 네그로폰테 부장관이 2.13 합의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다음주 중국과 한국, 일본을 방문하며, 북한에도 들릴 계획이라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사에 인용된 다른 소식통은 현 단계에서 네그로폰테 부장관이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이같은 기사내용과 관련해 “현재로선 발표할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또한 이에 관해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송 장관은 “북 핵 문제 해결은 미국의 중요한 외교정책 중 하나”라고 말해 어느 정도 여운을 남겼습니다.

네그로폰테 부장관의 북한 방문이 실현된다면 지난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한 이후 최고위급 미국 인사의 북한 방문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네그로폰테 부장관의 방북설이 나왔다는 점은 2.13 합의 이후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크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거부하며 북한에 대해 강경자세를 고수해왔던 미국은 최근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독일 베를린에서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만나는데 동의했습니다. 이 베를린 회동에 힘입어 지난주 베이징 6자회담에서는 ‘9.19 공동선언 초기단계 이행조치’에 관한 합의가 나오기에 이르렀습니다.

미국은 또한 적절한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언제든지 북한을 방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역시 2.13 합의 이후 북한과의 대화재개에 합의하고 수해 피해복구를 위한 지원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베이징 합의가 이뤄진 지 불과 사흘 만에 개성에서 열린 실무접촉에서 남북한 대표들은 오는 27일부터 평양에서 남북한 간 장관급 회담을 갖기로 전격 합의했습니다. 이번에 재개되는 장관급 회담에서는 북한에 대한 지원 문제가 논의될 전망입니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탈리아 방문 중 가진 동포 간담회에서 “북한이 달라는 대로 줘도 남는 장사”라며 북한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조만간 재개할 뜻을 밝혔습니다.

한국의 이재정 통일부 장관 또한 20일 새해 통일부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중단됐던 개성공단 추가분양을 3월에 재개하고, 북한의 핵 실험으로 중단됐던 대북 수해물자 지원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이 6자회담 주요 당사국들인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해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결의안 1718호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목록을 보고한 나라는 유엔 회원국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완화하거나 아예 해제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측 6자회담 대표는 베이징 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진 이후,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 해결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베이징 합의 이후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이처럼 한결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지 여부는 앞으로 북한이 합의내용을 얼마나 성실히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21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가하는 4자 고위급 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평화체제 논의 역시 북한이 6자회담의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2.13 베이징 합의에 따르면 북한은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60일 이내에 실천하도록 돼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기류가 지속될지 여부는 합의된 60일이 만료되는 오는 4월 중에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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