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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한국식 경제모델 따라야’


최근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한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사의 토머스 번(Thomas Byrne) 부사장은 개성공단에 대해 “남북한의 희망적 미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번 부사장은 그러나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회견에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북한은 한국식 경제모델을 따라야 하며, 특히 핵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번 부사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무디스사의 토머스 번 부사장은 개성공단이 “남북한의 희망적 미래”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반도의 정치적 장애물들이 제거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번 부사장은 현재 시범단계에 있는 개성공단이 원래 계획대로 2단계, 3단계로 확장되면 꽤 큰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북한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개성공단의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지난해 7월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이후 확장이 사실상 중단된 점을 지적하고, 북한은 한국과는 달리 개성공단보다는 핵 계획을 우선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번 부사장은 지난 9일 국제신용평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무디스사의 관계자들과 함께 개성공단을 방문했습니다. 번 부사장 등 대표단은 공단 방문 중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사업추진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봉제공장 등 입주기업들의 생산현장을 둘러봤습니다.

번 부사장은 개성공단 내 공장 자체는 매우 깨끗하고 현대적이며, 잘 운영되고 체계가 잡혀있다는 첫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 근로자들은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등 노동의 질적 수준이 높은 것으로 한국측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번 부사장은 개성공단은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을 뿐, 사실상 북한 내 한국의 공업지구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개성공단은 지난 2000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의 합의에 따라 남북한의 경제협력과 통일을 위한 상징적인 사업으로 지난 2002년 12월에 착공됐으며,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을 남북 화해와 경제협력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국과 미국 내 일각에서는 개성공단 사업이 북한의 핵 계획을 위한 돈줄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습니다. 특히 미국의 제이 레프코위츠 (Jay Lefkowitz) 북한인권 특사는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들은 임금을 직접 받지 않고 있으며, 상당 부분을 북한 정부가 가져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번 부사장은 근로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논평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개성공단이 외화를 조금이나마 벌어들이고 있어서 북한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근로자들은 북한의 외화규제법에 따라 임금을 달러화가 아닌 원화로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번 부사장은 개성공단이 “남북한의 희망적 미래”가 되려면 북한은 경제를 개방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궁극적으로 한국의 자유시장경제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번 부사장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실질적으로 경제개혁 노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지난 2002년부터 취해진 임시조치들은 좋지 않은 결과들만 초래했습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했고, 통화가치는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번 부사장은 현재 북한 원화의 달러에 대한 공식환율은 1달러 당 1백40원이지만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은 1달러 당 무려 3천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에는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데다 물가상승으로 인해 세출예산이 줄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공업과 농경업은 사실상 무너진 상태여서 북한 정부는 더 이상 세금을 부과할 데가 없다는 것이 번 부사장의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베이징의 북 핵 6자회담에서 이뤄진 합의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번 부사장은 이번 합의가 이행만 된다면 지정학적 위험요인들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한국의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번 부사장은 북한은 합의를 진지하게 이행하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무디스사는 오는 4월에 한국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을 새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한편, 한국은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FTA 협상에 개성공단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미국으로 수출하자는 입장이지만, 번 부사장은 미국측이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번 부사장은 우선 미국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고 양국은 서로를 의심하고 적대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자유무역협정이 미 의회를 통과하려면 노동권에 관한 조항이 포함돼야 하는데, 북한은 국제노동기구, ILO에 가입돼 있지 않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번 부사장은 그동안 개성공단 방문을 세 차례 추진한 끝에 이번 방문을 성사시켰습니다. 그는 개성공단이 남북한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에 번영을 가져올 수 있는 상징적인 곳으로 여겨지고 있어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고 이번 방문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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