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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 사상 첫 일본군 위안부 청문회 개최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 1940년대 당시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성노예로 끌려갔던 이른바 종군위안부 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미국에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 하원에서는 15일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청문회가 처음으로 열렸습니다.

이날 청문회에는 한국인 피해자 2명과 네덜란드 피해자 1명이 직접 증인으로 나서 일제의 만행을 고발했습니다. 취재에 손지흔 기자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10대의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피해자 3명이 15일 미 의회에서 한맺힌 과거를 떠올렸습니다.

“발길로 차고 몽둥이로 때리고 칼 가지고 그러는데 내가 막 ‘엄마’라고 고함을 지르는데 그게 지금 귀에 소리가 나고 있어요. 많이 맞고 전기 고문도 당했어요.”

이용수 할머니는 60여년 전 일본군으로 부터 겪었던 수모를 울먹이면서 전했습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환경소위는 이날 미 의회 사상 처음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증언대에는 한국 국적의 이 할머니와 김군자, 그리고 네덜란드인 얀 러프 오헤른 (Jan Ruff O’Herne) 할머니가 섰습니다. 16살 때 중국으로 끌려갔던 김 할머니는 하루 평균 20명, 많게는 40명의 일본 군인들을 상대해야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깐 죽은거나 마찬가지래요.”

이날 청문회에는 백인 여성이 증인으로 나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네덜란드 국적의 오헤른 할머니는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일본이 지난 1942년 자바 섬을 침략하면서 19살 때 종군위안부로 강제동원됐습니다. 나무에 올라가 숨어보기도 하고 못생겨 보이기 위해 머리를 삭발하기도 해봤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났습니다.

오헤른 할머니는 일본인들이 자신한테 한 행동들을 용서했지만 절대로 잊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청문회는 민주당의 마이크 혼다 (Mike Honda)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을 비롯한 7명의 의원들이 제출한 종군위안부 관련 결의안에 따라 이뤄졌습니다.

지난달 제출된 이 결의안은 일본 정부에 대해, 종군위안부 존재를 공식 인정하고 일본 총리가 사죄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 일본의 젊은세대들에게 종군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가르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20만명으로 추산되는 일본군 종군위안부들이 성을 강제에 의하여 제공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말 그대로 군인들을 위안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것입니다.

일본계 미국인인 혼다 의원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일본 정부가 종군위안부들이 당한 고통에 대한 책임을 시인하도록 할 역사적인 기회를 잃고 말 것”이라고 결의안 제출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증언에 나선 피해자 3명은 모두 일본 정부로 부터 어떠한 보상이나 사죄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일본을 일제히 비난했습니다.

특히, 오헤른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지난 1995년 사설재단을 설립해 민간인들의 지원금으로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에 나선 것은 종군위안부 출신 여성들에 대한 모욕이었다면서, 그래서 거절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일본이 여전히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오헤른 할머니는 덧붙였습니다.

이용수 할머니는 종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통해 전세계 성폭력 문제를 뿌리채 뽑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일본을 그냥 두지 않을 것입니다. 반드시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합니다. 일본은 그냥 두면 안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세계적으로 성폭력 뿌리를 빼야됩니다.”

미국 하원에서는 이전에도 일본군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결의안이 네 차례 제출됐지만 본회의에서 채택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결의안이 하원 국제관계위원회를 처음으로 통과했지만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로비와 공화당의 반대로 본회의에는 상정되지 못한 채 폐기됐습니다.

하지만 관측통들은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새해부터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성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기존의 결의안들에 대해 동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이번 결의안은 민주당 의원 5명과 공화당 의원 2명이 공동으로 제출한 만큼 공화당과 민주당의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어, 본회의에서 최종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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