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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애완견도 개성시대…‘잡종견’ 인기


미국 내 관심사와 화제를 알아보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미국인들의 애완견 사랑이 지극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최근 미국에서는 족보가 있고 값비싼 순종 개들보다는 개성있는 잡종견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김근삼 기자와 함께 미국인들의 애완견 사랑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문: 미국은 ‘애완견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개에 대한 사랑이 유별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완견을 키우고 있습니까?

답: 미국 내 관련협회의 2006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는 7천3백만마리의 애완견이 있습니다. 다섯 가정 중 두 가정이 평균 두 마리의 개를 키운다고 합니다.

애완 고양이 수는 이보다 더 많아서 9천만 마리에 이르는데요, 애완용 물고기나 새같은 동물들을 합치면, 미국 가정의 절반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셈입니다.

관련 산업 규모를 보면 더욱 입이 벌어지는데요, 2006년 미국 내 애완동물관련 산업 규모는 384억 달러였습니다. 이는 남북한 국방예산을 합친 것보다도 한 배 반정도 많은 숫자입니다.

2년전 여름 미국 뉴올리언스 지역을 강타한 카트리나 수재를 기억하실 텐데요, 그 때 인명구조대와 함께 애완견과 애완 고양이 구조대도 큰 활약을 폈습니다. 나중에 이렇게 구조된 동물이 주인과 만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린 특집 프로그램이 방영되기도 했죠. 사실 한국의 정서에서는 사람도 구하기 바쁜 물난리에 개를 구하러 나선다는게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만큼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이 극진합니다.

문: 미국인들의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도 크고, 애완동물을 위한 지출 규모도 어마어마하군요. 그런데, 요즘 미국 애완견 주인들 사이에서는 잡종견에 대한 인기가 많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사실 오랫동안 미국 애완견 주인들 사이에서는 족보가 있는 순종, 특히 값 비싼 명품 개를 키우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각 혈통별로 최고의 개를 뽑는 대회가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구요, 또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보더콜리 ‘레시’를 비롯해서 TV나 영화에 출연해서 인기 스타가 된 개들도 거의 다 특정 혈통의 순종 개들이었습니다.

미국에는 도시마다 버려진 개나 애완동물들을 돌보고 또 이들이 새 가정에 입양되도록 돕는 ‘애완동물 보호소’가 활성화 돼있는데요, 이곳에서도 잡종견들은 인기가 적어서 새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어 꾸준히 잡종견들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더니, 최근에는 애완동물보호소에서도 잡종견들을 찾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러 잡종견을 구하기 위해 애완동물보호소를 찾는 사람도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 단체들의 분석입니다.

문: 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원하는 요즘같은 시대에, 순종보다 잡종견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는 뭡니까?

답: 몇 가지 이유로 분석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일률적이거나 동일한 모습에서 벗어나 개성을 강조하는 21세기의 풍조가 애완견 문화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처럼 명품 순종 개를 자랑스럽게 데리고 다니기 보다는, 다른 곳에는 없는 모습과 개성을 가진 ‘나만의 애완견’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경향은 미국 대중문화 스타들이 주도하고 있는데요, 언론 노출이 많은 스타들이 잡종 개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애완견에 대한 인기가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1990년대 중반부터 동물보호소에서도 오랫동안 주인을 찾지 못한 개들이 매년 수백마리씩 안락사 당한다는 사실이 대중에 알려지면서, 동물보호소에서 애완견을 구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잡종견를 입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잡종견들에 대한 인식도 훨씬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잡종견들이 혈통 보전을 위해 통제된 교배만을 거친 순종개보다 더 건강하다는 것도 인기를 끄는 이유입니다.

개를 식구처럼 여기고 많은 정을 쏟는 미국인들에게 애완견의 죽음은 슬픈 순간인데요, 전문가들 사이에서 잡종견이 건강하고 오래산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더 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잡종견을 찾는 사람이 생기고 있습니다.

문: 동물보호소에 버려졌던 잡종견들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살 집을 찾아가고 있다니 반가운 생각도 드는군요.

답: 네, 하지만 잡종견을 찾는 방법도 바뀌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예전에는 주인이 의도와 상관없이 이웃개들 사이에 어쩌다 생긴 개가 잡종견이었지만, 요즘에는 일부러 원하는 종자의 개를 교배시켜서 특정한 잡종견을 만드는 업체들도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잡종견들의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구요. 특히 이런 ‘의도적인 잡종’ 중에는 3-4천 달러의 비싼 가격에 팔리는 개들도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개성시대를 맞아 순종개들에게 주눅들었던 미국의 잡종견들도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게됐습니다.

미국내 관심사와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오늘은 김근삼 기자와 함께 미국의 애완견 사랑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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