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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량난 해소 위해 독일산 거대토끼 수입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북한에 대한 국제 구호단체들의 식량원조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북한의 식량난에 우려가 크게 높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일반 개들보다 몸집이 큰 독일산 토끼들을 식량난 해소를 위해 수입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북한으로 간 독일산 토끼의 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문: 개보다 몸집이 큰 토끼라니, 도대체 얼마나 큽니까?

답: 네, 일명 독일의 `회색 거인’으로 불리는 이 대형 토끼들은 독일 동부 에버스발데(Eberswalde)에 거주하는 카알 스즈몰린스키 (Karl Szmolinsky) 씨가 사육하고 있는 토끼들인데요, 몸무게가 무려 10kg에 귀 길이도 20 센티미터가 넘는, 일반 개들보다 더 큰 초대형 토끼들입니다. 이 토끼는 식용으로 사용될 경우 한 마리 당 7kg의 고기가 나오기 때문에 8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7년째 토끼를 사육해 왔다는 스즈몰린스키 씨는 자신이 사육한 ‘로버트’라는 이름의 거대 토끼가 지난해 2월 독일에서 가장 큰 토끼로 뽑히면서 화제가 된 인물입니다.

문: 그렇군요. 그런데 이 토끼들이 어떻게 북한으로 가게 됐습니까?

답: 네, 스즈몰린스키 씨가 지난해 독일 최대의 토끼를 사육해 상을 받으면서 그와 토끼 ‘로버트’가 언론에 크게 홍보됐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그가 나온 한 텔레비전 프로를 보고 베를린 주재 북한대사관으로 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스즈몰린스키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합니다.

스즈몰린스키 씨는 북한대사관측이 자신이 소속된 브란덴부르크의 토끼사육조합에 먼저 연락을 취해 독일산 대형 토끼를 몇 마리 수입해, 북한에 초대형 토끼 사육농장을 건설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조합은 스즈몰린스키 씨와 북한 대표가 만날 수 있도록 주선했고, 스즈몰린스키 씨의 토끼를 본 북한대사관 측은 그 자리에서 수입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스즈몰린스키 씨는 북한의 식량난을 덜기 위해서라는 북한측의 설명을 듣고 굶주린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흔쾌히 동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스즈몰린스키 씨는 지금까지 자신이 아끼던 로버트를 포함해 수컷 4마리와 암컷 8마리, 총 12마리를 북한으로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보통 한 마리당 250유로, 30만원 정도인 이 토끼들을 80유로, 약 9만 7천원 정도를 받고 북한에 넘겼습니다.

문: 북한대사관측에서 북한에 초대형 토끼 사육농장을 설립할 의도로 이 토끼들을 수입했다고 했는데요, 스즈몰린스키 씨가 말하는 대형 토끼 사육의 성공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답: 네, 먼저 이들 토끼들은 유전적인 요인으로 몸집이 커지는 게 아니라 사육을 통해서 그렇게 크게 길러지게 된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스즈몰린스키 씨는 이처럼 큰 토끼를 길러내는 데는 먹이와 사육장 내에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스즈몰린스키 씨는 먹이와 관련해 이미 북한대사관에 비법을 담은 설명서를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스즈몰린스키 씨는 특히 독일산 감자가 좋은데 북한에서 독일산 감자가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에 간 토끼 12마리는 곡물과 당근 등 많은 양의 채소 등을 충분히 먹이기만 한다면 한 해에 60마리까지 새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새끼들은 5개월 정도 사육하면 고기로 식용이 가능해 육류 부족으로 인한 성장기 어린이들의 단백질 결핍 문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스즈몰린스키 씨의 설명입니다.

북한 정부는 오는 4월 말에 스즈몰린스키 씨를 북한으로 초청해 토끼 번식과 농장 설립에 관해 조언을 들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토끼는 아무 것이나, 또 아주 많이 먹는 동물로 알려져 있는데…이 대형 토끼들은 특히나 더 많이 먹이를 주어야 할 것 같은데요..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먹이를 감당할지 궁금하군요?

답: 네, 저도 그점이 우려가 됐는데요…스즈몰린스키 씨의 토끼는 귀리, 사과, 기름 등이 혼합된 먹이와 그 밖에 푸른채소 등, 하루에 최소한 2파운드 가량을 먹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파운드면 생존을 위해 북한 정부가 일반주민에게 지급하는 식량배급량의 2배 가까이 됩니다. 그러나 스즈몰린스키 씨는 자신은 염려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는 앞서 말한대로 북한에서 독일산 감자가 생산되고 있고 쌀밥도 수분이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토끼에게 아주 좋다고 말합니다.

한편, 베를린 주재 북한대사관은 지난달 초 미국의 공영방송 NPR의 한 프로그램에서 북한에는 스즈몰린스키 씨의 토끼들을 먹일 먹이가 충분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문: 네, 그러면 북한에 간 12마리 토끼들은 잘 있나요?

답: 네, 로버트를 포함해 이들 12마리 토끼들은 베를린의 티겔공항에서 푸랑크푸르트로, 그리고 중국의 베이징을 거쳐 장작 16시간의 여행 끝에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토끼들은 마실 물과 함께 우리 속에 넣어져서 비행기에 실렸는데요, 스즈몰린스키 씨는 이들이 현재 잘 적응하고 있고, 오는 4월 자신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또 스즈몰린스키 씨가 자신이 애써 기른 토끼에 애착을 가지지는 않을까 궁금했는데요…그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스즈몰린스키 씨는 자신의 토끼 중 두 마리에만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수컷 로버트와 암컷 엘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로버트를 북한에 보낼 때 서운하기는 했지만 보통은 토끼는 식용을 위해서 사육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적인 애착감은 가지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문: 네, 이들 북한에 간 토끼들이 본래 의도대로 북한의 식량난을 덜어주는데 얼마나 기여할지 기대가 되는데요..한편으로 북한 군부나 지도층에게만 공급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 스즈몰린스키 씨는 어떻게 말하고 있습니까?

답: 네, 스즈몰린스키 씨는 이점에 대해서 북한대사관으로 부터 확답을 받았기 때문에 염려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스즈몰린스키 씨는 북한 대사관에서 토끼들은 굶주린 북한 주민들 가운데 특별히 어린아이들에게 고기를 제공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독일의 히틀러 시대 전후는 모두에게 어려웠던 시기였다는 것을 기억한다며, 자신은 어린시절 그 어려움을 겪었고 토끼들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북한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북한이 추가로 얼마나 많은 토끼를 주문할 것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문: 네, 스즈몰린스키 씨와 북한으로 수출된 토끼 얘기가 크게 화제가 되면서 중국 등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연락이 쇄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스즈몰린스키 씨는 앞으로 세계 다른 지역의 식량 문제도 도와 줄 의사가 있습니까? 예를 들면 아프리카에도 기아로 인한 사망자가 아주 많은데요.

답: 네, 주문이 있다면 그는 어디든 토끼를 수출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대형 토끼들에게 제공할 먹이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말씀드린대로 중국에서도 요청이 있었는데요, 수송 절차상의 문제로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스즈몰린스키 씨는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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