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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풍(南風)불어 북한당국 골머리


한국의 드라마 영화 등이 대거 유입되면서 북한에서도 한류(韓流)가 거세게 일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평양 등에서는 이영애씨가 주연한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등장하는 대사인 “너나 잘하세요”를 변형한 “너나 걱정하세요”라는 말이 유행어로 번지는 등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남풍(南風)’이 불고 있어 북한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데요. 서울의 김세원 기자를 연결해 남풍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문: 언제부터 남한의 영화와 드라마가 북한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나요?

답: 남한의 영화와 드라마 가요 등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라고 합니다. 북한을 드나드는 중국의 조선족 행상이나 화교, 중국을 오가는 북한의 출장여행자 등이 많아지면서 ‘장군의 아들’ ‘사랑이 뭐길래’ 등 1990년대 초 남한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와 드라마들이 이들을 통해 북한 주민 사이에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문: 요즘 북한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남한의 드라마와 영화는 무엇인가요?

답: 한국의 통일부와 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이 지난해 10월 탈북자 30여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친절한 금자씨’ ‘가을동화’ ‘올인’ ‘불멸의 이순신’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배용준, 장동건, 김희선 등 남한 한류 스타들의 인기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최근 북한의 젊은 층 사이에서는 남한의 영화와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왕따’를 당한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문: 이 같은 ‘남한풍’ 또는 이른바 ‘남풍’이 북한 젊은 층의 말투와 헤어스타일, 패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요?

답: 네 그렇습니다. 북한의 10, 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서울 말투 배우기’와 앞머리를 삐죽삐죽 내린 이른바 ‘칼머리’가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여성들 사이에서는 통을 좁게 해 다리에 딱 달라붙는 ‘맘보바지’(스키니진)나 찢어진 청바지인 ‘찐바지’를 입는 것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10년 전만해도 북한이 전 세계에서 청바지가 없는 유일한 나라로 꼽혔던 것을 상기해 보면 대단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 가요와는 달리 드라마와 영화를 보려면 비디오나 DVD플레이어 같은 전자제품이 보급이 되어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남한 드라마와 영화는 주로 평양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유행하겠군요.

답: 그렇지는 않습니다. 통일부와 하나원이 최근 탈북자 30여명을 상대로 한 면담 조사 결과를 보면 남한의 영화와 드라마 시청이 텔레비전,비디오, PC를 보유한 가정이 많은 평양뿐만 아니라 개성, 남포, 함경북도 등 국경지역의 주민에게까지 일반화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최근에는 남한에서 개봉된 영화나 드라마는 짧게는 6개월 길어도 1년이면 대부분 북한에 유입된다고 합니다. 2004년 한국에 입국한 한 20대 탈북자는 “중국산 중고 비디오나 DVD플레이어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평양뿐 아니라 두만강 유역 등 러시아국경지역에서도 남한 드라마나 영화를 한 두 번씩 보지 않은 젊은이들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남한풍의 유행에 대해 북한 당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그다지 반길 것 같지는 않군요.

답: 네 그렇습니다. 남풍의 확산으로 북한 당국은 사상 재무장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부의 심리 모략전을 차단하고 이색 생활풍조의 유입을 경계하자’는 취지의 대민 선전을 강화하고 있는 데요.

북한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은 지난달 25일 ‘인민반(최소 행정단위) 사업을 더욱 개선 강화하자’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색적인 사상요소나 생활풍조가 내부에 스며들지 못하게 함으로써 혁명 수뇌부의 안전과 사회주의 제도를 더욱 믿음직하게 보위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또 지난해 12월부터 1월 중순까지 중국 단둥(丹東)을 거쳐 수입된 VCD플레이어 5000여 대의 반입을 금지하는 한편 당과 군, 청년조직을 총동원해 ‘남한풍’에 대한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은 사회 저변에 변화 욕구가 증대될수록 체제균열 요인 또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경공업 투자 증대에 나서는 등 민생 안정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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