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 시상식서 '백두산 세레머니'


지난 28일 중국 창춘에서 개막된 제6회 동계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중국측은 백두산을 배경으로 한 공연을 선보인 데 이어, 초.중.고교의 학교 이름까지 백두산이란 명칭을 붙여 바꾼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이 어제 시상식에서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는 문구를 내보이는 ‘백두산 세리머니’를 깜짝 연출했고, 이에 대해 중국측이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베이징의 온기홍 기자를 통해 알아봅니다.

문: 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어제 밤 열린 메달 시상식에서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며 세리머니를 벌였다지요?

답: 네. 어제 이곳 시간으로 밤 중국 창춘 시내 우후안 체육관에서 동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3000m 시상식이 열렸는데요,

중국에 1위를 내줘 은메달을 딴 한국 여자 대표팀 계주 멤버인 김민정과 전지수, 변천사, 진선유, 정은주 선수는 시상대에 오르는 순간 자신들이 준비했던 A4용지 7장을 펼쳐 보였습니다. 7장의 종이에는 매직펜으로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이 장면을 중앙 귀빈석에서 지켜보던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은 선수들의 돌출 행동에 순간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태극기를 흔들던 한국 응원단 사이에서는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문:한국 남자 쇼트트랙 선수들도 시상식에서 ‘태극기 세리머니’를 벌였다면서요?

답: 한국 남자 쇼트트랙 선수들도 어제 5000m 계주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서 태극기를 흔들었고, 빙판 위에 대형 태극기를 늘어놓고 수기용 태극기를 얼음 위에 꽂는 시늉의 이벤트를 했습니다.

한국 대표팀 이호석 선수는 "중국에서 홈 텃세의 불리한 조건 속에서 경기를 했는데,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태극기 세리머니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문: 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은 그 같은 깜짝 행동을 한 이유를 뭐라고 밝혔나요?

답: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것도 모자라 중국까지 백두산을 대대적으로 장백산으로 홍보하는 게 얄미워 선수들끼리 마음을 모아 그런 이벤트를 준비했다는 게 한국 선수들의 얘기인데요,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김민정 선수는 "중국 창춘에 도착하고 나서 각종 홍보 책자에 중국이 백두산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 같아 이런 세리머니를 하자고 뜻을 모았다. 우리 의사를 그대로 표현한 것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선수들이 그런 깜짝쇼를 할 줄은 전혀 몰랐다”며 “아마도 선수들이 중국 창춘에 온 후 입장식에서 조직위원회측의 의도적인 백두산 왜곡과 선수촌에 깔려 있는 백두산 홍보물, 그리고 중국의 편파판정 등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표현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문: 이번 한국 쇼트트랙 여자대표팀의 ‘세리머니’에 대해, 중국측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답: 중국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대회조직위원회는 오늘 오후 창춘국제공항에 조직위 고위 관계자를 보내 선수단 격려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려던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에게 어제 밤 (우후안) 쇼트트랙경기장에서 불거진 한국 여자 3000m계주 선수들의 돌출행동을 제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공식 항의했습니다.

창춘 조직위원회측은 김정길 KOC위원장에게 전달한 서한에서 "어제 선수들의 행동은 스포츠 행사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도록 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헌장을 위반했다"며 선수들의 행동에 정치적 의도를 의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항의방문에는 조직위원회에 파견된 중국 창춘시 외무국장이 참석했고, 이들은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습니다.

문: 중국측의 항의에 대해 한국측에서는 어떤 입장을 밝혔나요?

답: 중국측의 항의에 대해 김정길 KOC위원장은 선수단 차원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단장 명의의 답신을 전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출국했습니다.

한국선수단은 이에 따라 민병찬 부단장 겸 총감독, 정기영 KOC 국제부장이 창춘 시내 샹그릴라호텔에 설치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사무실을 방문해 "어린 선수들이 즉흥적으로 한 우발적인 행동으로 계획적이거나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설명하고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민병찬 한국선수단 부단장은 이와 관련, "대회 조직위원회는 선수들이 지시를 받고 그런 행동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었다"면서 "선수들의 촌극은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는 사실을 설명했고, 조직위원회 측도 상당 부분 오해를 풀었다"고 전했습니다.

문: 하지만, 중국측은 이번 동계 아시안게임을 ‘백두산이 중국 산’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홍보의 장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어느 정도인가요?

답: 중국이 백두산을 중국명칭인 ‘창바이산’으로 홍보하면서 중국 산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지난 28일 열린 개회식 공연에서는 백두산 천지에서 채화된 성화가 점화된 데 이어서, 백두산과 천지가 주요 소재로 등장했습니다. 프레스센터와 경기장 주변에도, 백두산의 중국명 창바이산을 홍보하는 책자와 CD, 포스터가 곳곳에서 배포되고 있습니다.

또 중국올림픽위원회 명예주석은 백두산에 스키장을 만들어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같은 행동은 길림성 백두산보호개발구 관리위원회가 지난해부터 백두산의 세계자연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백두산지역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과 뜻을 같이하는 것입니다.

문: 더욱이 중국 길림성 정부의 ‘창바이산(백두산)보호개발구 관리위원회’가 지역 내에 있는 초,중,고등학교의 학교명에 백두산을 붙여 이름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면서요?

답: 그렇습니다. 중국 지린성 정부 직속 '창바이산보호개발구관리위원회'는 지난 해 새학기를 전후해 관할구역인 안투(안도)현 얼다오(이도)진과 푸쑹현 등에 있는 18개 초.중.고등학교의 학교 이름에 백두산의 중국명칭인 '창바이산'을 붙여 학교명을 바꿨습니다.

이에 따라 바이허(백하)임업국고급중학교와 푸쑹현 제7고급중학교, 푸쑹현 제4고급중학교는 각각 창바이산 제1, 제2, 제3 고급중학교로 교명이 바뀌었습니다. 다른 중학교와 초등학교들도 학교명에 창바이산보호개발구를 붙이는 방식으로 교명이 바뀌었습니다.

이번에 교명이 바뀐 일부 학교가 있는 안투현 얼다오진은 한국인들에게 '이도백하'로 알려진 지역으로 한민족의 역사가 살아있는 현장이라는 점에서 한국과도 깊은 인연을 지닌 곳입니다.

문: 이처럼 백두산을 붙여 학교명을 바꾼 것은, 백두산과 관련된 중국측의 치밀한 움직임을 엿보게 하는데요... 앞으로 중국 내 영향이 적지않을 것 같군요..

답: 이번 학교명 개명은 중국의 청소년들에게 백두산을 지우고 창바이산만 존재한다는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번에 교명이 바뀐 18개 초.중.고등학교에는 총 1만10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고, 교사 172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각자 대학이나 사회에 진출해 중국의 '창바이산'을 홍보할 경우 그 효과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 중국측은 학교명 개명 이유를 뭐라고 밝히고 있나요? 중국의 의도가 궁금한데요..

답: 백두산보호개발구 관리위원회측은 백두산보호개발구의 건설을 촉진하고 관할구역 내 사회사업자원을 적극 정비하는 차원에서 교명 변경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관리위는 작년 7월을 전후로 학교명 개정에 착수해 불과 6개월 남짓한 기간 내 18개 학교 이름을 바꾸는 작업을 모두 끝마쳤는데요,

이는 관리위가 지난 연말까지 백두산지역의 한국인 투자호텔을 철거하려고 시도했다가 벽에 부딪치기는 했지만, 적어도 관할구역 혹은 길림성내에서는 주민들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거나 상급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한 재작년 7월 출범한 '창바이산보호개발구 관리위원회'의 권한과 위상이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