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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악의 축' 발언은 실수 - 연설문 작성자 시인


지난 2002년 새해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같은 표현으로 인해 문제를 안게 됐다고, 당시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프롬 미국 기업연구소 AEI 연구원이 밝혔습니다.

프롬 연구원은 최근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그같이 말하면서, 부시 행정부는 지금 다리를 건너다 중간에 갇혀 꼼짝 못하는 상황에 놓인 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입니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새해 국정연설에서 북한과 이란, 이라크 같은 나라들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을 이루는 국가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이 나라들은 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함으로써 심각하고 점증하는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테러분자들에게 대량살상무기를 제공할 수 있고, 미국을 협박하거나 미국의 동맹국들을 공격할 수 있으며, 그 어떤 경우에도 무관심의 대가는 참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 이후 미국과 북한 관계는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빠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2002년 10월, 미국은 북한이 플루토늄에 이어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는 제2차 북 핵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프롬 미국기업연구소 AEI 연구원은 백악관은 2001년의 미국에 대한 9.11테러공격 이후, 미국과 서방이 단순히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로 인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 아니라, 대량살상무기와 결합된 이슬람 극단주의라는 보다 광범위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판단 아래, 사람들의 관심을 확대하기 위해 악의 축이라는 표현을 대통령 연설에 포함시켰다고 말했습니다.

프롬 연구원은 이슬람과 전혀 관계가 없는 북한을 악의 축에 포함시키는 것은 북한의 너무나도 명백한 실정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밝혔습니다.

프롬 연구원은 그러나 당시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실수였다면서, 현재 테러지원국으로서 파키스탄 보다 더 큰 문제를 갖고 있는 나라는 없으며, 극단주의 이념 확산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 보다 더 나쁜 기록을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롬 연구원은 악의 축 발언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그같은 표현들은 부시 대통령에게 문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롬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겠다고 다짐했지만 지금까지도 이에 대한 정책 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을 예로 들면서, 부시 대통령은 느슨하고 부주의한 공약만 갖고 있을 뿐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롬 연구원은 또 이라크 전쟁과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 부시 행정부는 다리 중간에 갇혀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프롬 연구원은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함으로써 북한이나 이란 같은 보다 심각한 문제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신뢰를 상실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악의 축 발언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그같은 비판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2002년에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가 이란이나 북한에 비해 가장 취약한 상대라고 판단하고 신속하고 용이하게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가정 하에 모든 계획을 세웠을 뿐 문제의 심각성에 직면하기를 원치 않았다면서, 만일 미국이 2001년에 사우디아라비아 문제에 대처할 수 있었다면 이라크 전쟁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럼 연구원은 2001년부터 대통령 연설문 작성자로 백악관에서 근무하던 중 2002년 악의 축 발언이 포함된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 직후 이 표현의 출처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백악관을 떠나 지금은 워싱턴의 보수성향 연구단체인 미국기업연구소 AEI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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