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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남북정상회담 연내에 열릴 수도'


새해 초부터 남북정상회담설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정국이 어수선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슈이기도 합니다만 대통령 선거 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인가가 대선 못지 않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서울의 김세원기자를 연결하여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문: 남북정상회담 문제는 언제부터 이슈가 되기 시작했습니까?

답: 지난해 10월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명숙 국무총리가 남북정상회담 및 특사 교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한 이후부터 입니다.

지난 8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필요하다면 특사 교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13일 한국일보는 “북핵 상황이 장기적으로 정체될 경우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고위급 특사 파견 등 남북 최고당국자 수준의 접촉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통일부 올해 업무추진 계획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문: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의 당사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여기에 대해 언급을 했다지요?

답: 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불교방송’에 출연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상당히 커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또 김 전 대통령은 14일자 일본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에 대통령 특사를 보내 이른 시일 내에 남북정상회담을 갖도록 정부에 권하고 있다”며 “남북정상회담이 연내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문: 현재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무엇입니까?

답: 그게 참 흥미로운데요.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핵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정상회담은 없다. 그러나 문은 열려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추진할 생각은 있다” 이렇게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정부의 입장이 애매한 반면, 여당을 비롯한 여권 차원에서는 정상회담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지속적이고도 구체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 그 때문에 남북한 제3국 비밀접촉설, 특사교환 임박설까지 나돌고 있다면서요?

답: 그렇습니다. 남북한과 중국 베이징의 대북소식통들 사이에서는 남북 당국자들이 지난해 말 홍콩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위한 특사교환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는 정보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남북한의 실무급 인사들이 홍콩에서 만났을 당시 구체적인 특사교환 목표 시기를 올 2월쯤으로 잡았다는 좀더 구체적인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위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0년 정상회담 때도 남북 간 합의가 끝난 뒤 발표 직전까지 철통 같은 보안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비공식 채널에서 협상이 무르익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북한이 우리측의 남북정상회담 개최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있는 겁니까?

답: 현재로서는 북한이 남측의 남북정상회담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그리 크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2000년 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한 답방을 통한 2차 정상회담을 약속했었지만 아직까지 성사되지 못했지요.

남측은 끊임없이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해왔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경우 방북 후 2005년 8월을 전후해 정상회담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도 했으나 북측이 전혀 호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 북한의 행태를 살펴보면 미국과의 관계를 풀면 남북관계는 자연스럽게 풀려나갈 것이란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2000년 정상회담 직후 남북은 장관급 회담을 개최하고 남북간 교류협력사업에 합의했지만 북측이 북미 미사일 회담,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방미 등 대미관계에 집중하면서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2002년 10월 2차 북핵 위기 이후 북한의 모든 대외정책은 미국과의 협상에 집중돼 왔습니다. 북한은 특히 지난해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까지 하면서 미국과의 벼랑 끝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핵카드를 최대한 활용해 미국으로부터 외교관계 수립, 경제적 지원을 얻고자 하는 북한 입장에서 남쪽의 정상회담 제안이 눈에 들어오기는 힘들지요.

지난해 12월 6자회담이 재개됐지만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계좌 동결을 둘러싼 논란이 6자회담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문: 그렇다면 여당을 포함한 여권에서는 왜 현 시점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매달리는 겁니까? 성사 가능성이 낮은 데도 말이지요.

답: 우선 노무현 대통령 입장에서 보자면 정상회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 대통령 지지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데다 남북정상회담을 매개로 여야가 찬반으로 나뉘어질 경우 반대세력을 한반도에 긴장을 유지하려는 반평화 세력으로 몰고 갈 수도 있습니다. 남북화해와 평화무드를 대통령 선거 정국에 반영함으로써 선거의 판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만도 하고요.

또 남북 정상회담은 정치권의 대립되는 쟁점들 가운데 유일하게 여권이 유리한 고지에서 쟁점화할 수 있는 이슈이기도 합니다. 가령 노대통령이 제안한 대통령 연임 허용 개헌 카드는 이미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힘을 잃었지만 남북 정상회담의 경우는 김정일 위원장만 동의하면 언제라도 가능한데다 어느 것보다도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여권으로서는 쉽사리 포기하기 힘든 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여당 쪽에서는 당연히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야권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구체적으로 “늦어지면 정치화 돼서 어렵기 때문에 3,4월 중에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야권의 대통령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남북정상이 만나도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임기가 1년도 남지 않는 현 대통령이 헛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박근혜 한나라랑 전 대표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정상회담은 가능하지만 현 정권이 추진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문: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유엔안보리의 제재 이후 고조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지 않습니까?

답: 네 그렇습니다. 그러나 설사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핵 문제를 정상회담의 의제로 수락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만일 북한이 정상회담에 응한다면 이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 정국에 개입해 보겠다는 전술적인 고려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남북 정상회담이 과연 연내에 개최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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