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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베를린서 6자회담 재개 조율


미국과 북한의 고위 외교관들이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 계획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차기 6자회담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보기 드문 양자회담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간의 이번 회담은 차기 6자회담 재개에 대한 기대와 대북한 금융제재 문제에 대한 북미 간 협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열리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9.19 공동성명 초기단계 이행조치에 대한 합의의 바탕이 이번 북미 간 베를린 회동에서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 국무부의 톰 케이시 부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6자회담의 수석대표들인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이날 독일 베를린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여러 시간에 걸쳐 만나 차기 6자회담 준비를 잘 해 회담을 진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양측 간 대화는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좋은 의견교환이 이뤄졌다고 말했지만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도 김 부상과 힐 차관보 간 양자회담은 미국과 북한이 외교를 통해 일을 잘 추진해 나가기 위한 것이라면서, 9.19 공동성명 초기단계 이행조치에 대한 합의의 바탕을 만드는 작업이 어떻게 진전될지는 양측이 17일 다시 만날 예정이기 때문에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 장관은 이번 북미 접촉은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6자회담과 차기 회담 사이의 '회기간 회동'이라면서 지난 5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의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북미 회동을 '회기간 회동'으로 이끌어나가기로 협의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민순 장관은 실질적 문제에 대한 접촉은 아니었지만 베를린 회동 전에도 북한과 미국 간에 상당한 접촉이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6자회담 '회기간 회동'은 장소에 개의치 않고 탄력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데 한국과 미국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과 미국 간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번 베를린 회동은 북한 측이 먼저 제안했다고 한국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복수의 한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6자회담이 끝난 뒤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측과 교신해오다 최근 수석대표 간에 한번 만나자는 연락을 하면서 회동장소로 베를린을 제시했습니다.

한편 미국은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BDA에 동결된 북한의 합법자금을 해제해 주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대북 금융제재에 관련된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 재무부가 BDA에 동결된 2천 4백만 달러 가운데 합법자금을 해제해 주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BDA의 북한자금 동결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기울어 방법을 찾고 있다고 재무부의 한 관리가 말했다는 것입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합법적인 돈과 불법적인 돈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금융제재 해제를 거부해 왔지만, 현재 재무부는 북한의 동결자금 가운데 합법자금과 비합법 자금을 구분해 검토하고 있다고 미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또다른 관리는 대북 금융제재 해제 여부를 현재 검토하고 있으나 어느 정도 북한에 양보할지와 어떤 조건으로 얼마나 빨리할지 여부를 놓고 정부 내에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BDA 문제에 대한 재무부의 조사가 종결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송민순 장관은 방코델타아시아 문제가 해결돼야 9.19 공동성명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북한 입장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기존 입장에 변화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송 장관은 또 BDA에 동결된 북한의 합법계좌가 해제될 것이라는 외신보도에 대해서는 북미 금융전문가들이 다음 주에 다시 만나기로 잠정합의한 만큼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 장관은 BDA와 핵 폐기 논의의 연계 문제와 관련, 금융 문제와 9.19 공동성명 이행 문제는 별도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서로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됐다는 점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현재 베를린에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대북 금융제재 문제에 관한 실무회담이 다음 주 뉴욕에서 재개되고 다음 달 이전에 베이징에서 6자 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미국 국무부의 톰 케이시 부대변인은 그같은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모든 상황들에 진전이 이뤄지고 이들 회담이 생산적이 되기를 모두가 원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어떠한 날짜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위기그룹의 피터 벡 동북아시아 사무소장은 북한이 아무런 손해도 보지 않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피터 벡 소장은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와 지하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핵 계획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결과 이제 미국이 마침내 일부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자만할 만한 많은 것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강조하고, 북한이 진정으로 경제 상황을 개선시키길 원한다면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베를린에서 김계관 부상과 현지시간으로 17일 밤 이틀째 회의를 가진 뒤 오는 19일에서 21일 사이 한국과 중국, 일본을 차례로 순방해 6자회담 재개에 관한 세부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한편 일본을 방문 중인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뚜렷한 성과없이 6자회담의 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북한의 핵 개발 계획만 발전시킬 뿐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관리들이 전했습니다. 특히 볼튼 전 대사는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중국을 설득해 북한에 대한 더욱 강경한 자세를 취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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