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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평양음악대학 출신 피아니스트 김철웅


최근 평양 모란봉 극장에서 고전 음악가인 ‘모차르트 탄생 250 주년 기념 음악회’가 열린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 간부들에게 음악 등 예술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소유해야 한다고 지시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일부 서방 언론들은 수령과 공산주의 체제를 찬양하는 선동적 음악이 일반적인 북한에서 모짜르트 음악이 연주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최근 크게 보도했었습니다.

그러나 평양음악대학 출신의 탈북자 피아니스트 김철웅씨는 저희 미국의 소리 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평양에서 전통 고전 음악은 일반인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쟝르며 기독교 메시지를 담은 헨델의 메시아도 가사를 담은 합창 부분을 제외된 채 연주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시간엔 한국의 저명한 대북인권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의 홍보대사이자 한국 한세대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철웅씨로부터 최근 북한의 음악 흐름과 북한과 지구촌 음악 사이에 어떤 차이점들이 존재하는지 들어보겠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문: 지난달에 평양 모란봉 극장에서 “모차르트 생일 250돌 기념 음악회’가 열렸다. 서방 언론들은 북한에서 클레식 음악회가 연주는되는 것이 매우 이레적이라고 소개했는데…..정말 그런지 궁금하다.

답: 북한이 워낙 폐쇄적인 정책을 쓰다 보니까 서방세계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미 클레식에 관해서는 북한에서 비록 편파적이긴 하지만 모짜르트나 베토벤 같은 경우는 많이 알려져 있고 일반인도 들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국립 교향악단에서는 정기 연주회때 외국 고전음악을 연주한다. 관심을 조금 더 갖는다면 어디에서든지 클레식을 들을 수 있는 상황이다.

문: 클레식 가운데 들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곡들이 구분돼 있나?

답: 내가 있었을 때 바로크 시대부터 낭만주의 시대 사이의 음악은 자유롭게 연주하고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 클레식 즉 현대 작곡가들이 지은 곡들은 그들의 자유주의 성향때문에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문: 그럼 북한에 있었을 때에도 모짜르트나 다른 유명 작곡가들을 기념하는 연주회가 있었나?

답: 정기 음악회 연주때 베토벤 피아토 콘체르트나 차이코프스키 콘체르트 정기 연주회를 했었고 그 가운데는 꼭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곡들이 몇 개 필수로 들어있었다.

문: 그래도 ‘무장으로 받들자 우리 최고 사령관’ ‘해안포병의 노래’ 같은 곡들이 지금까지 북한에서 통상적으로 연주되는 대표적인 곡들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최근 김 위원장의 지시 내용이라든가 ‘모짜르트 250주년 음악회’홍보 등은 북한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신호로 봐도 되겠나?

답: 그건 아닌것 같다. 서방세계에 대해 문이 열렸다기 보다 사람들의 욕구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충족을 조금씩 시켜주는 배려 정도라고 본다. 또 서방세계에 오히려 “봐라 우리가 이 정도 하고 있다!”는 선전용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전혀 자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세계의 음악을 들려주는 등 인권 문제도 잘 다루고 있다는 선전 말이다.

문: 최근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당 일군들에게 음악 등 예술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군대에 노래 반주기까지 보급토록 지시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는데……사실 요즘 한국 군부대엔 노래방 시설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 이지만…..김 위원장의 이런 의도를 어떻게 보나?

답: 북한에서 문화 예술 분야에 종사했던 사람으로서 김 위원장을 평가한다면 그는 선동, 그러니까 예술이 정치에서 가질 수 있는 역할을 상당히 잘 알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음악에 대해 많이 공부했고 음악을 정치에도 활용할 줄 아는 방법을 이론적으로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 따라서 정권의 체제 보호 선전용이라고 본다.

문: 북한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10 살때 ‘조국의 품’을 20 대 초에 여러 혁명 가극들을 작곡하는 등 모짜르트 같은 신동이었다고 교육하는데…..그 신빙성에 대해 어떻게 보나?

답: 예술 분야에서 그가 확실한 끼가 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내가 평양에서 활동할 때, 지휘자도 찾지 못했던 오케스트라의 실수를 잡아내기도 했다. 그래서 음악가들 조차 김 위원장을 음악에 대해 해박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문:북한에서도 캐롤과 찬송가를 부른다는 얘기가 있다. 사실인가?

답: 세계 명곡이라고 해서 ‘징글벨’ 음악은 ‘종소리’란 제목으로 보천보 악단을 통해 편곡돼 이미 널리 불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성탄에 부르는 캐롤송이라든가 의미 등은 전혀 모르고 부른다. 과거 세대는 혹 알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북한의 신세대는 캐롤에 대한 의미나 성탄절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다.

찬송가 역시 멜로디는 분명 찬송가인데 그 안에 ‘예수’란 말은 없고 모두 개사하거나 멜로디만 들을 수 있다. ‘천부여 의지 없어서’, “예수 나를 위하여”란 찬송가 등을 연주곡으로 북한에서 들을 수 있었다. 또 헨델의 메시아도 연주가 된다.

문: 그럼 그 유명한 ‘할렐루야’부분은 어떻게 처리 하나?

답: 합창단이 부르는 ‘할렐루야’는 없다. 삭제됐다. 그러나 천지창조도 그렇고 음악은 연주된다!

문: 북한과 남한, 서방세계의 음악 현주소를 비교해 봤을 때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나?

답: 음악은 음악다워야 한다. 듣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런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쟝르가 바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인간의 감동을 떠나 체제 수호나 수령의 위대성을 홍보하는 선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는 그 점을 상당히 가슴아프게 생각한다. 남한을 비롯해 내가 방문했던 서방 세계의 사람들은 참 다양하고 광범위한 쟝르의 음악들을 듣는다. 자기의 선택에 의해 음악을 향유한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북한 주민들은 잘 모른다. 북한도 어서 개방돼서 세계인들과 함께 자유롭게 음악을 듣고 연주하고 춤추는 날이 속히 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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