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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미국은 현실적 대북전략 구사할 것'


북한과 대치상태에 있던 미국 정부의 대북 전략에 최근 변화의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미국의 국제안보 전문가가 말했습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윌리엄 테일러 국제안보 프로그램 고문은 11일 주미 한국대사관 홍보관(코러스)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등 산적한 중동 문제 등으로 보다 현실적인 대북접근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윌리엄 테일러 고문은 11일 주미 한국대사관 홍보관이 주최한 한반도 안보 관련 강연회에서 그동안 북한과의 양자협상을 거부하고 6자회담의 협상 틀과 제재를 고집해온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최근 대북정책에서 현실적인 접근책으로 변화하는 기류가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칭 온건성향의 공화당원이라고 말하는 테일러 고문은 그 같은 전략의 변화 배경에는 이라크 등 중동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테일러 고문은 미국이 현재 너무 과도하게 중동 문제에 깊숙히 개입돼 있다며 특히 중대한 문제는 이라크 뿐 아니라 핵무기 보유를 시도하는 이란이 이제 그 공간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대해 기존의 전략을 갖고 깊숙히 상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테일러 고문의 설명입니다.

테일러 고문은 이런 심각한 현안들 때문에 최근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새로운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테일러 고문은 미국측이 오는 22일 부터 시작되는 주에 대북한 금융제재 관련한 실무회의를 뉴욕에서 갖자고 북한측에 제안한 것과 송민순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의 최근 발언을 변화 기류의 예로 지적했습니다.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일 송민순 장관과 워싱턴에서 회담한 뒤 “북한이 한층 더 건설적 자세로 회담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는 징후가 있다면 BDA 문제는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다루는 적절한 채널에서 논의될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송 장관 역시 “북한이 미국의 현실적이고 긍정적 제의에 대해 심각히 검토하고 건설적 반응을 보여온다면 한.미 양국은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윌리엄 테일러 고문은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부시 행정부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 원칙을 고수하며 북한이 먼저 이에 합의해야 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최근 북한에 대한 제의는 대북정책에 현실적인 접근이 시도되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테일러 고문은 현실적 접근책은 제재라는 채찍을 당근으로 조금씩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조만간 그런 상황을 목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테일러 고문은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의 현실적 접근책이 지속된다는 전제 하에 미국의 고위급 대표가 평양을 방문하는 상황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르면 라이스 장관의 중동 방문 후에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12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집트, 영국 등 중동과 유럽 지역을 방문합니다.

테일러 고문은 평양을 방문하는 미국 고위급 대표의 주인공이 라이스 장관이 아니라면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테일러 고문은 또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보일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대북 금융제재의 일부를 해제하는 당근책을 구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테일러 고문은 부시 행정부의 현실적 대북 접근책 가운데 변화의 첫 단계로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우선 임시로 폐쇄하면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를 평양에 보낼 것이라는 지난해 라이스 국무장관의 제의가 다시 북한에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8월 북한이 원자로를 폐쇄하기만 하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으나 북한은 이를 거절하고 한달 보름 뒤 지하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테일러 고문은 미국의 현실적인 접근책이 북한의 상응조치로 발전될 경우 부시 행정부는 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의 틀 안이든 밖이든 북한과 양자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제의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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