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정세


어느덧 2006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2006년 한 해를 마감하면서 올 한해 동안의 북한정세에 관한 소식을 종합해 드립니다. 김근삼 기자와 함께합니다.

문: 올해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가장 중대한 사건이라면 지난 10월9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이 발표한 북한의 핵실험이 아니겠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핵실험 이후 한반도 주변 안보 지형에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실 북한이 핵실험 실시 계획을 발표한 10월3일 직후에도 북한이 과연 마지막 카드로 여겨지던 ‘핵 실험’을 강행할 것이냐는 의문이 여전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핵실험을 선택한 후 핵 보유국 대우를 요구하고 있고,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안 1718호와 개별국가 차원의 다양한 제재를 통해 강경하고 일관된 목소리로 핵 포기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문: 핵실험에 앞서 올해 초로 가보죠. 올 초에는 6자회담 재개와 9.19 공동성명 이행을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이 외교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했었죠?

답: 네,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모든 핵 계획을 포기하기로 했고, 나머지 당사국들은 그에 상응하는 경제 지원과 함께 북한과의 관계개선과 평화체제 구축을 보장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9.19 공동성명의 어떤 후속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6자회담은 삐걱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달러화 위조지폐 제조 등 범죄행위에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계좌를 활용하고 있다며 금융제재에 돌입했고, 북한도 11월 제5차 북 핵 6자회담에서 이를 빌미로 회담 거부를 선언했습니다. 이런 대립상황 속에서 2006년을 맞았지요.

문: 북한은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에 여러 차례 금융제재 해제와 직접대화를 요구했고, 미국은 이를 거부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1월 9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서, 또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북 3자회담에서도 6자회담 재개에 앞서 선금융제재 해제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6자회담과 금융제재는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습니다.

방코아시아델타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은 경제제재가 아닌 범죄 수사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지요. 북한은 3월에도 뉴욕채널을 통해 미국에 돈세탁과 위조지폐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어 6월에는 북한 외무성이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를 초청했지만, 미국은 6자회담의 틀 안에서만 대화하겠다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문: 사실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동결된 금액은 2천4백만 달러에 불과하며, 북한이 이를 빌미로 6자회담을 거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요?

답: 북한의 집요하고 강경한 금융제재 해제 요구가 이어지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방코델타아시아 계좌 동결이 김정일 위원장의 통치자금 등 실제 중요한 돈줄을 막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문: 그러니까 7월 초에 실시한 미사일 시험발사는 금융제재를 풀어달라는 북한과, 일단 6자회담에 복귀하라는 미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어난 것이군요?

답: 북한은 ‘자위적 군사훈련’이라는 명목 하에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4일, 한국 시간으로는 5일 새벽에 ‘대포동 2호’를 포함해 7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북한은 ‘성공적 발사’라고 선전했지만 대포동2호는 2킬로미터 정도를 날아간 뒤 북한 해상에 추락했습니다. 당초 대포동2호는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미국 서해안까지 당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웠던 미사일이지만, 시험발사 결과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장거리 공격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했습니다.

문: 아무튼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과 북한의 갈등 고조는 물론이고,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되는 양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우선 남북관계를 보면 시험발사 가 있은 지 엿새 후인 7월11일 열린 제19차 장관급회담이 중도에 결렬됐습니다. 한국은 북한에 대한 식량과 비료 공급을 중단했고, 북한도 이산상봉과 금강산면회소 건설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국제사회를 대표하는 유엔은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해 1695호 안보리 결의문을 내고 북한의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와 9.19 공동성명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은 이를 즉각 거부했구요.

문: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북한의 돈세탁과 위폐 제조 등을 겨냥한 미국의 압박수위도 높아졌었지요?

답: 미국은 중국을 비롯한 각국 금융기관에 북한 관련 계좌 동결을 요청했고, 또 성과를 거뒀습니다. 오히려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압박의 고삐를 더욱 당긴 셈이죠. 이런 가운데 북한 외무성은 미국의 금융제재에 맞서 모든 대응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경고했고, 결국 10월3일 핵실험 계획 발표에 이어 엿새 뒤인 10월9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지하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문: 핵실험 이후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을 비롯해서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반응이 매우 단호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답: 그렇습니다.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과 한국 등 한반도 주변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들이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세계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을 도발 행위로 규정하고 유엔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핵실험 엿새 뒤인 15일에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북 결의 1695호 보다 한 층 강경한 내용의 제재결의안 1718호를 채택했습니다.

대량살상무기와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물품에 대한 금수 등을 포함한 안보리 제재 결의는 특정 국가의 주도가 아닌 전세계 차원에서 결정되고, 시행에 옮겨진다는 측면에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을 가중시켰습니다.

문: 물론 북한의 핵실험 이후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한을 일제히 비난했지만, 각 국의 대응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 않았습니까?

답: 우선 미국과 일본 정부는 6자회담을 통한 북 핵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제재를 통한 강경한 대응책을 폈습니다.

미국 정치권 내에서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난과 함께, 북한과의 보다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해법과 오히려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서 핵 포기를 강요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모두 제기됐습니다.

일본에서는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응한 일본의 핵 무장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문: 북한의 최대 지원국이자 교역국인 한국과 중국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답: 한국에서도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여론이 크게 줄어들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난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햇볕정책과 대북 지원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면서 북한에 대한 민간지원도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PSI) 완전참여 요청을 거부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도 지속하기로 하는 등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조심스런 입장이었습니다.

6자회담 주최국인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입지에 손상을 입었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제기됐습니다. 중국은 핵실험 직후 탕자쉬안 국무위원을 후진타오 주석 특사로 북한에 파견해 사태 악화를 막으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문: 그래도 한반도를 둘러싸고 고조되던 긴장 기류가 이달 18일에 재개된 6자회담을 통해 다소 누그러진 측면도 있지 않은가요?

답: 북 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서는 평가할 일이지요. 아무튼 6자회담 재개 사실만을 놓고 본다면 중국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10월31일 중국이 주선한 미-중-북 3자 간의 비공개 회담에서 북한이 과거 선금융제재 해제 주장을 접고 6자회담 복귀 입장을 밝혔으니까요.

이후 11월 말에는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6자회담 준비접촉을 가졌고, 지난해 회담 결렬 후 13개월만인 12월18일에 6자회담이 재개됐습니다.

하지만 이 회담이 아무런 진전없이 끝나면서 또다시 북한과 국제사회 간의 강경대치가 계속될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문: 사실 북한 핵 문제는 정치안보 차원에서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경제, 사회 등 북한과 관련한 모든 부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습니까. 극적으로 재개된 6자회담이 별다른 진전없이 2006년과 함께 막을 내리는 것을 보면 내년도 전망도 우울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답: 우선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겠습니다. 내년에 6자회담이 극적인 타결을 이루고 북한의 핵 해체와 이를 통한 국제사회와의 관계정상화 수순이 진행되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미 마지막 카드를 내보인 김정일 정권이 핵 포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는 2007년에도 북 핵 문제를 놓고 지루한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북한의 핵 보유는 국가정책으로 전환되며 점점 포기가 어려워지고 있고, 이를 위해서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선물을 줄 용의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입니다.

한국의 서울대 외교학과 하영선 교수도 “북한은 죽어도 선 핵포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는 김정일 체제 수호의 마지막 보루이자 주춧돌이며, 따라서 김정일 위원장의 새로운 통치이념인 선군정치의 변경 없이는 핵 포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문: 대화를 통한 북 핵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 워싱턴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도 북한 핵과 관련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욱 힘든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북한의 9.19 공동성명 이행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내년에도 6자회담이 성과를 내기 보다는, 오히려 6자회담의 결렬로 인해 미국은 더욱 강력한 제재를 추진하고 북한도 추가 핵실험 등으로 대응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내년도 전망이 밝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2007년에는 북 핵 타결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를 기대해봅니다. 오늘은 2006년을 결산하며 한반도에서 일어난 핵과 정치·외교 문제들을 살펴봤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