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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특집 - 남북관계


2006년도를 마감하면서 올 한 해 남북관계 현황과 내년도 전망에 관한 내용을 유미정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문: 올 한 해 남북관계는 7월에 있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전후로 상반기와 하반기가 뚜렷이 대비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연초만 해도 남북관계는 상당히 좋은 출발을 보였던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답: 네, 지난해 6월 17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것을 계기로 2006년 상반기에는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팽창하는 분위기가 계속됐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임을출 교수는 2006년은 정 전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이뤄진 합의 이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한국 정부는 특히 대북 포용정책 실현의 중요한 수단인 경협을 통해 남북관계를 질적으로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습니다.

문: 네, 그러면 올 상반기에 남북경협과 관련한 구체적인 성과로는 어떤 것들을 꼽을 수 있습니까?

답: 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남북관계에서 가장 진전을 이룬 분야는 역시 경협 분야입니다. 남북간 교역은 지난해 처음으로 10억 달러 시대를 연 데 이어 올 ¼ 분기에는 3천2백75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3대 경협사업의 하나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에서도 적지않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금광산 관광 사업은 2003년 9월부터 육로관광이 본격화되면서 2005년 한해 관광객이 30만명에 달한 이래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7월 초까지 계속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또 남북한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추진돼 온 개성공단 사업도 시범공단에 7천여명의 북한 근로자가 일하는 등 북한의 핵실험 실시 전까지만 해도 1단계 1백만평에 대한 분양을 올해 안에 마무리지을 예정이었습니다.

이밖에 경협의 분야도 경공업과 자원개발 등으로 확대돼 질적으로도 한 단계 발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문: 경제협력 이외에 상반기 중 남북관계에서는 어떤 진전이 있었습니까?

답: 이 분야 역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전까지는 남북간 대화와 교류가 활발했습니다. 2000년 6월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시작된 화해와 협력의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후 올해까지 6년 간 남북한의 정부 차원의 대화가 경제는 물론 정치군사 분야로까지 확대됐고 민간분야에서도 다양한 교류가 있었습니다.

한 예로 6.15 선언 직후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대화체로 발족한 장관급회담은 차수를 거듭하면서 올해 4월 말에는 제 18차 회담이 열렸고 경제 분야의 주요 협의체인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도 6월까지 12 차례나 진행됐습니다.

문: 그렇다면 이 기간 중에 인도적 차원의 남북관계에서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6월에 금강산에서 이뤄진 제 14차 이산가족 상봉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이 행사에서는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 씨의 남편인

납북자 김영남 씨가 남쪽의 어머니와 상봉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문: 통계자료를 보면 한국 정부는 2000년 10월 이후 2005년까지 5차례에 걸쳐 2백20만t의 식량차관을 북한에 지원했고, 또 비료도 해마다 지원한 것으로 돼 있는데요, 올 상반기에도 이같은 지원은 계속됐겠죠?

답: 네, 한국 정부는 올해도 2월 말부터 시작해 4월 초까지 북한에 15만t의 비료를 전달했고, 파종기인 6월 이전에 북한이 요청한 45만t을 모두 제공했습니다. 북한은 또 4월에 평양에서 열린 제 18차 장관급회담에서도 쌀 50만t과 비료 30만t을 추가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수용했습니다. 하지만 7월 초에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서 쌀과 비료 지원은 전면 중단됐습니다.

문: 말씀하신 것을 보면 올 상반기 남북관계는 대체로 매우 순조로웠던 것 같은데요,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 이전부터 남북관계 발전에 어느 정도 선을 그어놓고 소극적이었다는 의견도 있지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 이전부터 남북관계 발전에 어느 정도 선을 그어놓은 채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달러화 위조와 마약 등 불법자금 세탁 혐의를 이유로 미국 정부가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구좌 2천4백만 달러를 동결하는 조처를 취하자 이에 반발해 6자회담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한 교착상태와 긴장이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경남대 임을출 교수의 말입니다.

경협 부문에서 남북 간에 큰 진전이 있었지만 계속되는 북미관계의 긴장으로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이 작용했다는 얘기입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Institute for Defense Analyses)의 한반도 전문가인 오공단 박사도 이같은 견해에 동의합니다.

문: 북한이 남북한 간의 철도 시험운행이 전격적으로 무산된 것도 이런 분위기에서 이뤄진 게 아닌가 싶은데요?

답: 네,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는 5월 25일 시험운행을 앞두고 남북관계에 새로운 획을 긋는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가 컸었는데요, 결국 북한이 시험운행 하루 전에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를 통보해와 무산됐습니다. 북한은 열차 시험운행은 군사보장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예정대로 할 수 없다고 연기 이유를 밝혔는데요, 경남대 임을출 교수는 이 때가 올해 남북관계에서 실질적이고도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문: 이러던 중에 7월 초에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서 남북관계가 본격적으로 경색되기 시작했죠?

답: 그렇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국내외에서 한국 정부의 유화적인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국방연구원 오공단 박사의 말입니다.

이같은 비난이 강력히 제기되면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가장 먼저 쌀과 비료의 지원을 유보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때문에 7월11일부터 열린 제 19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냉랭한 분위기 속에 아무런 성과도 없이 도중에 중단됐습니다.

북한은 한국측의 처사에 대해 이산가족 상봉행사 전면 중단,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공사 중단, 그리고 개성공단 내 경협사무소의 북측관계자 철수 등으로 대응하면서 남북관계는 급속히 경색되게 됩니다. 이로써 당국자 간 회담을 포함한 남북 간의 모든 접촉이 사실상 중단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문: 네, 사실 북한이 10월에 핵실험을 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대화를 어떻게든 이어나가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했던 것으로 아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는 7월 중순 집중호우로 북한에 큰 피해가 발생하자 대한적십자사와 민간단체를 통해 수해복구 물자 지원에 착수하는 등 남북관계가 경색된 와중에도 지원에 적극적이었습니다. 8월20일 `초당적 합의’로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쌀 10만t과 시멘트 10만t, 철근 5천t 등을 보내기로 한 것이 한 가지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10월9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모두 허사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문: 사실 북한의 핵실험은 올해 남북관계 뿐 아니라 북한과 국제사회와의 관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까. 핵실험이 특히 남북관계에 미친 파장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주실까요?

답: 네,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자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미국은 북한을 드나드는 선박을 검색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동참하도록 한국 정부에 압력을 가했습니다.

또 북한에 대한 압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한국과 중국의 경제지원 축소와 차단이 관건이란 판단에 따라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등 굵직한 남북 간 협력사업의 중단을 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두 사업이 북한에 자금줄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이런 기류 속에 결국 연말로 예정됐던 개성공단 추가분양이 중단됐고, 한 때 월 4만명을 넘어서던 금강산 관광객 수도 11월에는 1만명 이하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금강산 관광객은 1월에서 11월까지 23만여명 수준에 그치면서 지난해의 29만명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문: 경협사업 뿐아니라 한국 정부가 내심 기대했던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재개나 중단된 이산가족 면회소 공사 재개 등도 북한의 핵실험으로 현 단계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이밖에 열차 시험운행과 경공업 원자재 제공도 지금으로서는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입니다. 또 앞서 말씀드린 대로 8월 말부터 시작된 대북 수해복구 물자 지원과 같은 인도적 지원 역시 이 가운데 쌀과 시멘트 수송이 중단되는 등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문: 자, 그럼 내년도 남북관계는 어떨 것으로 전망됩니까. 북한은 핵실험 이후 핵보유국으로 자부하면서6자회담에 복귀했고 이에 따라 18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1년 이상 교착상태에 있던 회담이 재개되지 않았습니까. 아무래도 이 회담결과와 연관이 있겠지요?

답: 네, 내년도 남북관계의 변수는 지적하신 것처럼 6자회담과 내년에 있을 한국의 대통령선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경남대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6자회담에서 핵과 관련한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치 않는 한 내년도 남북관계 역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국방연구원의 오공단 박사도 내년도 남북관계 전망은 올해보다 더 어둡다고 지적합니다.

오공단 박사는 현재 진행 중인 6자회담을 보면 북한은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회담이 큰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오 박사는 또 북한의 일방적 요구에 대해 한국과 국제사회가 계속 인도적 차원의 원조를 계속할 수는 없으며,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경제봉쇄와 고립이 필요하고 효과적이라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내년 한 해도 남북관계는 이렇다 할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것으로 오 박사는 전망했습니다.

문: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남북관계 복원과 관련해 한국 뿐 아니라 북한으로서도 의지가 전혀 없는 건 아닐 것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남북한은 같은 민족으로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주변국과는 달리 직접적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차별화된 대남, 대북 정책을 펴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령 지금까지 다양한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의 안보위협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온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번 6자회담이 최악의 결과만 초래하지 않는다면 독자적인 전략적 판단에 따라 남북관계 정상화를 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 문제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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