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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과서 인쇄장비, 북한의 교과서 공장으로


얼마 전까지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의 교과서를 인쇄하던 윤전기가 북한의 교과서 공장에 설치됐습니다. 지난달 30일 평양 동대원구 교육도서인쇄공장에 설치된 이 윤전기는 내년 신학기에 사용될 북한의 인민학교에서부터 고등중학교까지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를 찍어낼 예정입니다.

자세한 소식 도성민 통신원이 전해드립니다.

문: 한국 교과서를 찍어내던 인쇄기가 북한 교과서를 만들어내게 되었군요?

답: 그렇습니다. 남북 땅의 통일에 앞서 윤전기라는 기계가 남북 통일시대를 이끌어갈 학생들의 교과서를 먼저 찍어내게 되었습니다. 지난달 30일 평양 동대원구 인쇄공장에서 한국의 윤전기의 기증식이 있었는데요. 북한 학생들이 갖게 될 교과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뜻 싶은 것을 얼마전 까지도 한국의 학생들을 위해 교과서를 만들어 내던 인쇄기여서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최순호 팀장입니다.

(최순호, UNESCO 한국위원회 정책사업본부 교육팀장) “ 이번에 전달한 윤전기는 교과서 인쇄를 위해서 우리나라가 대한 교과서 주식회사에서 쭉 사용해 왔던 윤전기이고, 성능에는 사실 전혀 문제가 없는데 우리나라 교과서 판형이 바뀌면서 남쪽에서는 소용이 없는 윤전기였습니다. 북한 교육지원사업을 쭉 논의해 오던 과정에서 북측에서 교과서 인쇄를 위한 윤전기를 제공해 줬으면 의사를 밝혀 와서 저희가 여러 군데 접촉한 결과, 대한교과서 주식회사에서 시가 5억원 정도의 중고 윤전기를 무상으로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오셔서 이 지원 사업이 추진되게 되었습니다. ”

문: 또 하나의 남북한 교육 협력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네요?

답: 그렇습니다. 국제기구인 유네스코의 지원사업이기는 하지만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한국의 기업단체들과 협력을 통해 만들어낸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30일 기증식에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이삼열 사무총장, 윤전기를 기증한 대한교과서주식회사 김창식 사장, 북한 민화협 박경철 부회장, 북한 교육성 관계자 등이 참석해 새로운 윤전기의 가동을 지켜봤습니다. 관계자들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더욱 좁아진 남․북한 간 대화 및 협력 여건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남북 교육협력의 길을 열었다는데 커다란 의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문: 그런데 한국의 윤전기가 남포로 들어간 것이 지난해 11월 14일이었고, 기증식은 올해 11월 30일 열렸으니, 1년 넘게 빈 시간이 있었던 셈인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기증 후 사용하도록 하는데 1년이 걸린 것입니다 사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인쇄기 지원사업은 6년이 걸린 일입니다. 북한이 유네스코에 교과서 인쇄기 지원을 요청한 것이 지난 2000년인데요. 이후 유네스코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관련 요청을 타진했고, 인쇄기 기증처를 알아보던 중 한국에서 교과서를 제작하는 대한 교과서 주식회사로부터 기증의사를 받게 되고 북한이 중고인쇄기 지원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긴 것은 이때부터인데요. 인쇄기.. 윤전기 조립과 시험 가동을 위해 기술진의 방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북한에 전달했으나, 북한은 윤전 인쇄기는 받되 기술진의 방북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었다가.

지난해 7월과 11월이 되어서야 중국 단동과 금강산 실무협상을 거쳐 지난해 11월 말 남포항을 통해 한국의 윤전기가 전달되었습니다. 그런데 기술적인 문제로 이 윤전기는 가동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최순호, UNESCO 한국위원회 정책사업본부 교육팀장) “처음에서는 북측에서도 기계만 그쪽에서 받으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했는데 실제로 기계가 굉장히 크고 성능이 아주 탁월한 기계였기 때문에... 북측에서는 그것을 다룰만한 제반 시설이나 기술 조차도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저희도 예상치 못한 경비라든가 시간이 많이 걸렸고, 북측에서도 생각보다 상당히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성사가 되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 그렇군요. 새로운 인쇄기가 잘 돌아가려면 여기에 맞는 종이도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북한에 교과서를 만들어낼 종이를 지원하기 위한 한국 시민단체들의 모금운동도 기억납니다만.... 유네스코에서도 인쇄용지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지요?

답:그렇습니다. 이전에도 몇차례 용지 지원이 있었지만. 일시적인 일이었고 유네스코의 공식적인 북한 교육지원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북한 당국자들의 말에 따르면 한 해에 1400톤 정도의 용지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급한 대로 500톤 정도라고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네스코도 일정한 기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충분한 지원은 불가능 한 상황이어서, 연 200톤 정도의 용지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구요. 더불어 한국의 다른 단체와의 협력사업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북한교육지원 사업은 ‘모든 이들을 위한 교육’이라는 유네스코의 사업계획에 따라 2001년부터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최순호, UNESCO 한국위원회 정책사업본부 교육팀장) “ Education for All 사업이 유네스코 교육 사업의 핵심사업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도 유네스코 본부의 사업 개념에 따라서.. 저개발국 지원 사업을 2000년 들어서 쭉 해왔습니다. 저희가 아프리카나 그런 곳의 지원사업을 하다가 북한을 지원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에서 북한 지원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가장 첫 번째 저희가 한 것이... 2002년도의 교과서 인쇄용 종이... 그때는 저희가 중등학교 영어교과서라고 저희가 용도를 못 박아서 보냈습니다. 200톤을 유네스코 신탁기금을 통해서 보냈는데요. 그 사업을 필두로 해서 지속적으로 북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

영어교과서용이라고 못 밖아 종이를 지원한 것이 2002년 7월이었습니다. 유네스코 신탁기금 10만 달러로 200만톤의 교과서 용지를 보낸 이후, 북한현지에서 사업이행에 관한 모니터를 하기도 했고, 이후 2004년 7월에는 교육관리정보체제(EMIS) 확립을 위해 북한 교육공무원 훈련 워크숍을 평양에서 열기도 했습니다.

문: 한국도 50여년 전에는 유네스코가 지원한 인쇄기로 교과서를 만들기도 했었는데... 이번 지원으로 수혜국에서 지원국으로 바뀌었군요?

답: 그렇습니다. 한국은 1952년 한국전쟁 중 유네스코가 지원한 인쇄기로 출판된 초등학교- 당시 국민학교 - 교과서로 공부했던 사람이 많습니다. 6.25 세대인 지금의 60대가 되는데요. 교과서 뒷장에 찍힌 유네스코 로고를 기억하실텐데… 이제 유네스코의 이름으로 한국의 교과서를 만들어내던 윤전기가 50년대 북한에 설치되어 지금까지 사용돼 온 구식 소련제 인쇄기를 대체하게 되었다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문: 자, 윤전기 기증식 날, 시험인쇄도 있었지요?

답: 그렇습니다. 인쇄기가 잘 돌아가는지. 인쇄 품질은 어떤지.. 확인해 보는 일이었습니다. 지난달 30일 인쇄 공장 가동식에서는 한국에서 보낸 18롤의 용지를 끼워 시험 인쇄를 했는데요. 북한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소련에서 제공 받았던 매엽기(枚葉機:종이를 낱장으로 인쇄하는 인쇄기)에 비해 속도와 인쇄의 질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최순호, UNESCO 한국위원회 정책사업본부 교육팀장) “ 초등학교 산수 교과서를 몇 페이지를 찍어 냈는데 ...그 옆에 쌓여있던 현재 북측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과서와 비교해 보면... 종의의 질이나 단색으로 인쇄가 되었는데 저희가 보낸 것은 완전히 총연색으로 나오는 것이어서 굉장히 많이 비교가 되었고, 특히... 북측에서는 남측에서 기술진들이 오셔서 장기체류를 하면서 성심 성의껏 사업을 위해서 헌신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스스로들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서...”

문: 대북지원 사업을 하는 단체들의 공통된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신뢰구축’ 이던가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먼저 1년여 걸친 조립작업에 북한 관계자들의 믿음. 신뢰가 생겼다는 것을 가장 큰 성과로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1년 동안 서울과 평양을 오가면서 인쇄기를 가동시켜낸 한국 기술자들의 정성에 감명했다는 북한 관계자들의 칭찬이 대단했다고 합니다. 또 북한의 미사일발사와 핵실험에도 결실을 거둔 것에도 ‘신뢰구축’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최순호, UNESCO 한국위원회 정책사업본부 교육팀장) “ 기계가 실제로 잘 가동이 되고, 교과서를 제공할 수 잇다는 것도 굉장히 큰 성과이지만...도중에 핵실험이나 그런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계속 협력 의사를 저희가 지속시켰다는 것이 상당히..신뢰감과 협력 관계 중진에 많은 그런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 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북 지원사업에 있어서는 신뢰구축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이러한 것을 대북 지원하는 다른 단체나 앞으로 할 계획이 있는 경우는 이것을 유념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문: 북한의 교과서 실정이 많이 어렵지요? 학생들이 교과서를 나눠서 봐야 할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답: 그렇습니다. 교과서 부족은 평양 중심에 위치한 학교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평양이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다른 지방은 더 심할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유네스코는 지원사업에 앞서 관련 현장을 공개하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업 원칙을 갖고 있는데요. 이번에 노동당 간부층 자녀가 다니는 창덕학교를 방문한 것도 현장 모니터의 일환이었고, 내년 4월 신학기가 되면 다시 평양을 찾아 한국의 윤전기가 만든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는 현장을 둘러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북한 민화협, 교육성이 합의한 내용을 들어봤습니다.

(최순호, UNESCO 한국위원회 정책사업본부 교육팀장) “북측이 기술이라든가 시설이 워낙 열악하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사실 높거든요, 향후 그런 문제가 생길 때 대한 교과서 주식회사 측에서도 기술적인 지원을 지속적으로 해 주겠다 그런 약속하셨고, 저희도 어떤 문제가 발생하거나 인쇄 하는 데 있어 계속 소모품들이 들어갈 수 있거든요. 잉크도 그렇고... 소모품이 부족할 경우, 추후 협력을 하겠다,.. 그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또 이것을 바탕으로 그런 물자지원 뿐 아니라. 교사 훈련 분야라든가... 직업기술 교육 이런 분야에서도 남북 협력사업을 확대해 가자.. 그런 내용으로 합의했습니다. ”

한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북한 민화협과 교육성에 중장기적 교육부문 협력사업의 하나로 북한 영어교사의 영어 사용 역량 제고를 지원하기 위한.. 북한 영어 교사 연수 사업과 남북한 유네스코 협동학교 교장 및 교사 방문 사업도 제안 했는데요. 이에 따라 앞으로 유네스코를 통한 남북간 협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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