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중, 압록강 경계로 '땅지키기' 신경전


중국과 북한이 두 나라 간의 국경을 가르는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이른바 ‘땅지키기’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이 달 부터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만리장성에 낙서를 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 많은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베이징의 온기홍 통신원을 통해 알아봅니다.

문: 핵실험 이후 대북한 제재와 관련해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지역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최근 중국과 북한이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땅지키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게 무슨 얘기인지 궁금하군요.

답: 네. 중국과 북한의 국경 경계가 되는 압록강 지역의 영토 유실과 국경 변화 문제를 놓고, 최근 양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압록강에서 토사 퇴적 등에 따라 지형 변화가 많이 생겨, 40여년 전에 체결한 국경 경계가 변하면서 북한과 중국 사이의 분쟁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즉 두 나라가 국경선을 체결한 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적인 하천의 퇴적과 침식 작용, 양측의 제방 축조로 유속에 변화가 생겼고요, 이로 인해 압록강 가운데 위치한 섬과 섬이 연결되거나 해안이 침식되는 등 압록강 하구 지형에 많은 변화가 생겨, 이를 정비하는 문제가 현재 북한과 중국 사이에 새로운 현안이 되고 있습니다.

문: 중국과 북한이 국경조약을 체결한 게 언제인지요, 또 두 나라가 맞대고 있는 국경선 길이는 얼마나 되나요?

답: 네. 북한과 중국 양국이 국경조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 1962년 10월인데요, 두 나라는 공동 측량조사를 거쳐 1964년 3월20일 이른바 ‘조-중 국경에 관한 의정서’를 체결하고 지금의 국경선을 체결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이 맞대고 있는 국경선은 압록강과 백두산, 두만강 지역까지 모두 합해 1400여 킬로미터에 달하고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중국측이 주장하는 압록강변의 자국 영토 유실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답: 1964년에 제1차 북-중 국경연합검사측량이 실시된 이후에, 중국측은 압록강의 침식작용 등으로 약 73.3헥타르(㏊)에 달하는 국토가 유실된 것으로 중국 단둥시 정부측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문: 중국측은 자국 영토 유실의 원인으로 어떤 점들을 들고 있습니까?

답: 중국은 국토 유실의 기본 원인으로, 그 동안 하천 관리에 소홀히 해왔던 점을 들고 있기는 하지만요,

1960년대 이후 북한이 간척사업을 위해 대대적으로 축조한 해안가 방파제와 섬 주위의 둑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1960년대 압록강 하구 지역에 위치한 황금평과 비단섬, 신도 등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제방을 쌓아 압록강의 유속을 증가시킴으로써 압록강 건너편에 위치한 자국의 영토를 상당수 침식한 것으로 중국은 보고 있습니다.

또 압록강 중,상류에서 떠내려온 진흙과 모래가 북한 소유의 섬에 쌓이면서 면적을 넓혀주고 있고, 이 때문에 압록강 하구 지역에서는 북한측 섬들이 서서히 커지면서 중국측 영토와 아예 맞붙어 버린 곳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게 중국의 주장입니다.

문: 그 같은 국토 유실에 대해 중국 측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압록강이 있는 중국 단둥시 정부는 국토 유실을 막고 체계적으로 하천을 정비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전폭적으로 재정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은 또 북한과 여러 차례 협상을 벌인 끝에 지난달 6일 압록강 하구의 노서항도에 대한 대대적 준설과 함께, 오는 2008년 재개통에 합의하고, 본격적인 국토 정비에 나섰습니다.

총연장 20.5 킬로미터의 항운로인 노서항도 수로는 북-중 양국이 국경을 확정한 직후인 40여 년 전부터 강과 바다를 연결하는 중요한 운송로로서 기능해왔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모래가 쌓여 강폭이 좁아지면서, 사실상 북-중 경계수역으로서 의미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중국은 노서항도의 준설공사가 압록강의 통항 능력을 높여 북-중 양국의 경제무역 교류를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 북한측의 반응은 어떠합니까?

답: 북한 역시 압록강 하류의 지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국의 조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일례로 앞서 중국은 압록강 하류 지역에서 사실상 유일한 자국 소유의 섬이라고 할 수 있는 월량도(웨량다오)의 개발에 나섰지만, 북한이 섬 주위에 쌓은 제방을 문제 삼는 바람에 공사가 지연되기도 했다고 중국 언론이 전했습니다.

북-중 국경조약 17조에는 ‘어떠한 일방이 만약 항도를 고치거나 물 흐름에 변동을 주어 대안을 충격할 수 있는 건축물을 경계하천 상에 세울 때는 응당 먼저 상대방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북한을 이 국경조약을 근거로 중국측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 다음 소식으로 가보죠. 만리장성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록돼 있고, 중국의 국제적인 이미지를 대변하는 상징물로 꼽히는데요, 중국 정부가 이달부터 만리장성에 낙서를 하거나 이벤트를 열면 많은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있군요?

답: 중국 정부는 세계문화유산 가운데 하나인 만리장성에서 낙서 등을 하다가 적발되면, 이달부터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국무원이 공포한 '장성보호조례'에 따르면, 성벽에 낙서를 하는 것을 비롯해, 오토바이로 성벽을 뛰어넘거나 자동차 운전을 하고, 성 주변의 흙을 파가거나 벽돌을 떼어내 가져가는 행위를 하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런 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면, 개인의 경우 한국돈으로 최저 120만원에서 최고 600만원(6만2500달러)의 벌금을 물고, 법인이나 단체, 기관 등은 한국돈으로 최고 12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아울러 제한구역 내에서 만리장성 보호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나무를 심거나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비롯해, 미개방 구간을 관광하고, 시끄럽게 파티와 같은 이벤트 개최를 할 경우에도 많은 벌금이 부과 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만리장성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과 해외 교포들도 각별히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문: 만리장성의 훼손이 어느 정도나 심각한 상황입니까?

답: 만리장성은 훼손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입니다. 베이징 근교에 한국 관광객들도 가장 많이 찾는 팔달령 만리장성 유적지의 경우, 연간 중국 각지와 외국에서 1000만명의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사람들의 손이 쉽게 닿는 장성 벽돌 마다 낙서와 그림이 새겨져 있어서, 새로 글자를 새겨 넣을 멀쩡한 벽돌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라는 과장 섞인 표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낙서 자국이 칼 같은 도구로 워낙 깊이 파인 탓에 복원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중국장성학회 둥야오후이 부회장은 "2000년에 걸쳐 황사와 바람에 의한 침식은 장성의 소실을 가져올 수 밖에 없었지만, 근래 들어선 인위적인 파손과 개발이 더 큰 원흉"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문: 그렇다면, 만리장성 가운데 아직도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구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 같군요?

답: 중국장성학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6350킬로미터에 걸쳐 있는 만리장성 가운데 80퍼센트 이상이 허물어지고 사라지고 있어서, 비교적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구간은 전체의 20퍼센트 정도인 1200킬로미터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대체적인 형체 파악이 가능한 성벽까지 포함해도 만리장성은 2500킬로미터를 넘지 않고, 나머지 유적지는 이미 소실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만리장성이 2000년에 걸친 자연재해와 훼손으로 ‘천리장성’으로 변했다고 홍콩 언론이 얼마 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문: 만리장성에 한국 관광객들이 남긴 낙서들도 있나요?

답: 베이징 근교에 있는 팔달령 장성 유적지 벽돌에는 한국인들이 남긴 한글로 쓰여진 낙서가 종종 눈에 뜨이고, 특히 한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케이블카 안에는 ‘몇년 몇월 아무개 왔다 감’, ‘어느 학교’, ‘직원일동’, ‘korea’ 등 초등학생부터 성인들이 한글로 남긴 글과 그림 낙서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