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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한 핵실험 후, 보건위기 확대 우려’


북한은 식량난과 함께 심각한 의료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질병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인권단체 관계자와 보건 전문가들이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원조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부의 불평등한 분배 때문에 청진, 함흥, 원산 등 평양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핵실험으로 북한이 더욱 고립되면서 인도적 지원이 줄어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보도에 김근삼 기자입니다.

16일 미국 볼티모어 소재 존스 홉킨스대학에서는 국제 인권단체 관계자와 보건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의 보건상황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아시아재단(Asia Foundation) 동북아 담당 국장은 북한의 의료체계는 매우 열악하며, 특히 의약품 등 의료자원 부족이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의 자원 부족은 보건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며 북한 정부는 중요하다고 여기는 계층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평양 이외 지역의 주민들은 더욱 심각한 의료 시스템 부족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해 식량과 의약품 등을 꾸준히 원조하지만, 북한 정부의 불평등한 배분 때문에 실제 도움이 가장 필요한 빈곤 계층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같은 의료 자원 부족은 질병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언론들은 북한에서 성홍열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말라리아와 성홍열, 콜레라 등의 질병이 북한에서 보고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면서 이런 질병들은 좋은 약만 있으면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특히 북한 성홍열 기사와 관련해서 "북한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을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열악한 상황이 진전되지 않고 새로운 질병이 보고되고 있는 것은 북한의 의료 및 보건 체제가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평양의 지도층이나 지도층과 친분이 있으면 병원에서 어느 정도 필요한 조치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외곽지역의 병원에는 약도 없고 필요한 의약품을 환자 스스로 구해야 하는 등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5월 미국에 망명한 탈북자 신모씨도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의 열악한 의료상황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신씨는 "북한에서는 병원에 가도 의사가 종이에 약 이름만 적어준 뒤 시장에 가서 직접 구해와야 치료해줄 수 있다고 했다"며, "해외에서 보내준 구호의약품이 주민에게 가는 게 아니라 중간에서 빼돌려져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탈북자 2백명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해외원조 식량의35%는 군대로, 26%는 당 간부에게 가고 28%는 시장에서 팔리며 5%만이 실제 식량이 필요한 어린이나 노인, 빈곤층에 돌아간다고 대답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또 북한 정부의 태도가 국제사회의 의료 원조 확대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 정부가 의약품과 장비 원조만을 요구하고 국제구호기구나 단체들의 직접적인 주민 접촉을 막고 있다면서, 투명한 자원 분배와 상황 개선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북한에 대한 구호 활동을 확대하는 데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핵실험 등으로 야기된 국제사회의 갈등도 원조 확대의 걸림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될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인식 악화로 일반 단체의 원조액도 줄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쌀과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의 소피 리차드슨(Sophie Richardson)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이런 갈등상황 때문에 북한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리차드슨 부국장은 안보 문제로 인해 북한의 인권 문제는 그 심각성 만큼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함께 북한의 보건과 인권 문제 해결 노력을 기울이고, 북한 정부에 개선을 요구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존스 홉킨스대학에서 난민보건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코트랜드 로빈슨(Courtland Robinson) 박사는 분배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어도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덜기 위한 원조는 계속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빈슨 박사는 대신 북한 정부에 공정한 배분에 대한 감시 기능을 확대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통해 주민들의 실질적 복지 향상을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도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 대한 최대 원조국인 중국과 한국은 북한에 대해 국제기구 수준의 감시 기능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국장도 "북한주민들의 열악한 상황이 궁극적으로 개선되려면 북한 정권의 '전환(Transformation)'이 필요하다"며 "북한 지도자들이 주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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