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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 6자회담 복귀는 핵 개발 시간끌기용'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결정은, 추가 핵 개발을 위한 ‘시간 끌기’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됐습니다.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6자회담 재개를 반기면서도, 북한이 실제 6자회담을 통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 전망을 내놨습니다. 또 북한 핵 포기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국가들이 협상장에서 북한에 보다 강력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취재에 김근삼, 손지흔 기자입니다.

국무부 외교관 출신으로 지난 1994년 미-북 기본합의 협상에 참가했던 조엘 위트씨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결정은 핵 개발을 위한 시간 끌기용이며, 전술적 결정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위트씨는 6자회담 재개는 크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며,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력에 직면해 나름대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었다”면서 “6자회담 복귀 결정은 그런 맥락에서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그 안에서 북핵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비관적”이라며 “북한은 지금까지 협상을 하는 척하면서 계속 핵을 개발했으며, 이번에도 똑같은 게임을 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도 6자회담 재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력을 피하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6자회담에 나왔다면 긍정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6자회담의 성공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도 없지만, 핵 실험으로 가능성이 더 줄었습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온 목적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으로 인해 느끼는 압력을 피하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목적인 것 같습니다.”

북한은 그 동안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에 6자회담에 참석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이것 역시 북한이 자신들이 원하는 복귀 시기를 고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는 데 중국의 외교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대니얼 포너먼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선임보좌관은 일단 북 핵 문제 진전을 위해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포너먼씨는 부시 정권은 꾸준히 북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따라서 그 첫 단계는 6자회담으로의 복귀라고 말했습니다.

포너먼씨는 힐 차관보가 앞으로 6자회담에서 실질적 진전을 볼 것이라고 말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하지만 북한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지 여부는 실제 6자회담이 열리기 전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협상 자체가 목표는 아니며,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이 국제사회가 검증가능한 비핵화 상태로 돌아가는 점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 포너먼씨의 지적입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6자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서는 나머지 국가들이 보다 강력하고 일관성 있는 접근 방법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맨스필드연구소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6자회담의 근본 목적은 북한이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정을 유도하는 것이지만, 북한은 보상을 통해서는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6자회담이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오히려 나머지 국가들이 북한에 보다 강력한 압력을 가하고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아무리 협상 잘한다고 해도, 보상 준다고 해도 핵 절대 포기 안할 것입니다. 오히려 핵 포기해야만 나라가 생존할 수 있다고 인정해야만 포기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협상을 하면서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 미국이 그런 메시지를 북한에 명백하게 전해야 합니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아무 보상 받지 못하고, 아무 이익도 없고, 고통 이외에는 없다는 기본적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대니얼 포너먼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선임보좌관도 양보만으로는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포너먼씨는 양보만을 내세우는 전략은 나약함의 신호이며, 북한은 자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핵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런 나약한 신호에 반응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에게 진정한 선택 한 가지를 할 수 밖에 없도록 강요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포너먼씨는 “북한은 협상장에서 나머지 참가국들 사이에 분열양상이 보이고 북 핵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고 판단되면 협상에 심각하게 임하지 않고 매우 전술적 자세를 취할 것”이라며 “나머지 참가국들이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접근방법을 통해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미래를 제시해야만 북한이 현실적이고 실용적으로 국제 사회의 제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핵 실험에 따라 결의된 유엔 안보리 제재는 6자회담이 재개되도 당장 완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도 이들의 전망입니다.

조엘 위트씨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제재 완화 조건은 북한이 핵 계획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6자회담이 재개돼도 당장 제재 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하지만 중간적 조치로 일부 완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맨스필드재단 고든 플레이크 소장도 북한이 6자회담 복귀로 유엔 안보리의 제재나,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를 예상하고 있다면 이는 헛된 기대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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