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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 삶 기록하는 미국 사진기자 로라 폴 씨


미국의 한 사진 기자가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의 삶을 1년간 기록한 사진전을 미국 뉴욕에서 개최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로라 폴(Laura Pohl) 씨는 지난 1년간 남한에서 탈북자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이 남한에서 겪는 희망과 좌절을 사진에 담았다고 합니다.

뉴욕에 이어 보스턴에서 사진전을 준비 중인 로라 폴 씨를 김근삼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문: 1년간 남한에 계시면서 그 곳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삶을 사진에 담으신 줄 압니다. 어떤 계기로 이런 사진전을 준비하게 됐습니까?

답: 2001부터 2003년 까지 남한에서 사진 기자로 일할 때 남한으로 오는 탈북자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중국에 있는 대사관으로 진입하려는 탈북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기사가 보도되어 국제사회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었습니다. 이들은 비행기로 남한에 온 후 공항에서 취재진에 둘러쌓여 영웅대접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이들이 남한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남한 사람과 사회에는 적응하고 있는지, 직업은 구했는지 등에 대한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고 그래서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사진에 담게 됐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한국인인 제 외종조부 때문입니다. 그는 한국전 당시 가족을 북에 남겨두고 혼자 남한에 왔습니다. 이제 팔순의 연세지만 지금도 가족 얘기를 하면, 당시 큰 잘못을 했다는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십니다. 이런 외종조부의 아픔을 보며 이산가족의 삶을 취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문: 남한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탈북자들의 삶을 기록했습니까?

답: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여성 두 명의 삶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두 여성은 남한에서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해 있었는데요, 한 여성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다른 여성은 매우 어렵게 살고 있었습니다. 제가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남한에 가기전에 한국어를 많이 연습했고, 이들과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통역이라는 또 다른 장벽 없이 이들과 마음을 열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문: 남한에서 대조적인 삶을 살고 있는 여성을 만났다고 하셨는데,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습니까?

답: 두 사람 중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미혜 씨는 부양해야 하는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있었습니다. 이들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고, 힘들다는 생각도 적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희 씨는 미혜 씨보다 나이도 많고 이미 20대인 딸은 스스로 살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일을 해야 한다는 동기도 적었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미혜씨처럼 어린 자녀가 있어도 남한에 정착하는 데 겪는 어려움은 크다는 것입니다. 탈북자들은 남한에 와서 생각했던 것과는 매우 다른 사회를 경험합니다. 또 남한에 오면 사람들이 모두 자신들을 환영하고, 사랑하고, 도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심한 차별을 경험합니다.

문: 폴 씨가 보시기에 탈북자가 겪는 차별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답: 남한에는 탈북자들이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한다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또 남한 정부가 이들에게 주는 정착 지원금을 놓고 이들이 남한의 돈을 받으면서 감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히 남한의 빈곤층은 자신들은 정부로 부터 이런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공평하지 않다는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탈북자들에게 이런 선입견은 큰 장애가 됩니다. 실제 제가 만난 많은 탈북자들은 열심히 일하고, 또 열심히 일하고 싶어하지만 선입견 때문에 일자리를 쉽게 구하지 못합니다. 단 남한 정부가 탈북자를 고용할 경우 이들의 임금 일부를 지원하는 등 탈북자들의 정착 지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문: 남한 주민들의 선입견 외에 탈북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또 어떤 것들이 있었습니까?

답: 북한 사람들의 억양, 표현 방법이 달라서 생활에서 겪는 사소한 불편함이 많았습니다. 내가 만난 한 여성은 부엌을 고치려고 기술자에게 전화를 해도, 자신의 말투 때문에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을 먼저 받는다고 했습니다. 특히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성장하며 김일성, 김정일 정권에만 치중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역사나 사회 시스템 등 남한에 와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그로 인해 불편을 겪습니다.

문: 그럼 남한에 온 탈북자들이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느끼셨습니까?

답: 탈북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남한 정부의 원조가 아니라 남한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소속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난 탈북자들은 거의 모두 남한 친구가 없었고, 탈북자 친구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상황이 비슷한 탈북자와 지내기를 더 원했을 수도 있지만, 남한 주민들이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려는 노력도 실제로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난 탈북자들을 찾아오는 남한 사람은 비영리단체 회원이나 통일부 직원 뿐이었습니다. 북한에서 온 제 외조부조차 탈북자들의 수가 그렇게 많은 지 몰랐고, 한 번도 탈북자들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으니까요.

제가 만난 한 탈북자는 “남한 사람은 친절하지만, 북한 사람이 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서로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지만, 탈북자들도 행복하게 살고 싶고, 비슷한 사람들인데 이들을 이해하려는 남한 사람들의 노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남한 주민들이 이런 태도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통일이 되면 훨씬 많은 탈북자들이 남한으로 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적은 숫자의 탈북자를 이해하거나 돕지 못하면서 그 때 어떻게 훨씬 많은 수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의 탈북자들이 있을 때 이들을 알고,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 1년이 짧은 시간은 아닌데, 남한에 계시면서 이런 남한 주민들의 태도에 변화의 조짐은 없었습니까?

답: 남한 사회가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데 점점 개방적이 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과 영화가 나오고 있으니까요. 이런 것들은 제가 2003년까지 체류할 때는 거의 만나기 힘든 것들이었습니다. 특히 ‘국경이남족’이란 영화는 내용적으로 최고는 아니었지만, 탈북자들을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일반 극장에서 상영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만으로도 놀라웠습니다. 이런 것들은 남한 주민들이 탈북자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입니다.

문: 앞서 미혜라는 탈북 여성은 남한에서 만족스럽게 정착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점이 이런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보십니까?

답: 그들의 마음 가짐에 많은 부분이 달려있다고 봅니다. 어떤 탈북자들은 남한에 와서 갑자기 생활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휴대전화와 큰 TV, 자동차 등을 가지고 금새 완벽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 부딪히며 좌절합니다.

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잘 적응하시는 분들은 내가 새 삶을 얻었지만 쉽지 않을 것이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이민자의 자세를 가진 분들입니다. 예를 들어서 미혜씨는 첫 직업이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종업원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야간에 학원 청소하는 일을 했고, 지금은 낮에는 신문 가판대에서 일하고 밤에는 학원 청소를 합니다. 미혜씨는 매우 열심히 일하면서, 지금 내 인생은 어렵지만, 미래에 내 가족은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희망을 통해 만족을 얻습니다. 남한 사람과 같은 한국인이지만 이민자라는 차이를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 향후 탈북자들의 삶과 관련해서 또 다른 계획들이 있으십니까 ?

답: 당장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다시 돌아가서 그들의 삶을 계속 취재하고 싶습니다. 지난 주에 경희씨로부터 감사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 분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갖고 계속 취재할 것은 분명합니다. 탈북자들을 만나서 그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본 것은 제게 너무나 중요하고 훌륭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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