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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홍구 전 총리, '남한 북핵 외교 실패'


한국의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17일 미국 워싱턴에서 행한 강연에서 북한 핵 실험 사태는 6자 회담 관계국 모두의 외교적 실패를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총리는 특히 한국의 북핵 외교 실패 원인은 고속 성장의 부작용인 반기득, 반미정서와 평화에 대한 강박관념이 정치에 활용되면서 북한이 제기한 위협의 실체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보도에 김근삼 기자입니다.

이 전 총리는 이 날 조지타운 대학교 초청으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와 학생,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북핵 사태와 향후 국제사회의 대처 방안에 대해 강연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등 힘 있는 나라들이 6자 회담에서 가장 약한 북한의 핵무기 실험을 막지 못한 것은 외교적 실패”라며 “실패의 원인은 무엇보다 ‘공산주의 국가’라기 보다는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의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북한은 절대 지도자가, 절대 이론을 가지고, 완전한 고립 속에서 국민 전체를 통치한다는 점에서 전체주의 국가의 규정적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나라”라며 “전체주의 국가는 체제 유지와 생존을 위해 자신을 위협하는 적이 필요하고, 주민의 외부 소통을 막는 폐쇄된 사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북한은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강력한 상징물이 필요하며 핵 무기는 여기에 부합된다”며 “북한 체제의 본성과 역학을 고려했을 때 북한이 생존의 도구로 핵무기를 원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라고 말했습니다.

6자 회담 당사국들이 각 국 상황과 정치적 이해 관계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는 공동의 외교적 목표에 실패했다는 점도 이 날 강연의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이 전 총리는 “한국은 지난 수십년간 국가 방위, 산업화, 민주화 과정에서 모두 큰 성과를 거뒀지만 부작용도 있었다”며 “냉전시대 반사회주의 이념 운동으로 인해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고, 경제 발전 이후 공정한 분배에 대한 불만이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군사정권 당시 반정부 투쟁으로 옥고를 치른 사람들이 이제 여권의 지도자가 되는 등 성공의 부수적 효과는 반기득권 혹은 반미주의 성향 증가로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이어 “이런 반기득 정서와 6.25 전쟁의 상처가 남긴 ‘평화’와 ‘통일’에 대한 강박관념이 정치 캠페인에 활용되면서 오늘 우리가 보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이러한 현상은 한국이 북한 위협의 실체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대처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막연한 평화 통일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종종 많은 지도자들은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과 자유주의 국가인 남한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불가능에 가까운 것인지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 이 전 총리는 “여전히 두 체재가 한 우산 아래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전 총리는 또 중국과 남한에서는 북한에 대한 경제원조를 중단하면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체제는 쉽게 붕괴되지 않으며 경제 원조 중단으로 위기에 접해도 자생적인 해결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위기 사태로 인해 짧은 기간 동안 정권교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붕괴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북한 내에서 조정을 통해 체재를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리더십과 인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해법도 제시됐습니다. 이 전 총리는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몇 개월 안에 막을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췄다며, 미국은 중국을 우선으로 해서 6자 회담 관계국, 유럽연합 등과 외교적 제휴를 형성하고 북한을 다각적으로 압박해서 핵무기 개발을 포기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또 현 상황에서는 북한을 어떻게 응징하느냐가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어떻게 막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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