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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대사, "더이상의 대북 당근정책은 어려워"


미국의 조지 부쉬 대통령 행정부는 북한이 협상을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대북한 제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 핵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2일 북한의 계속되는 6자회담 복귀 거부에 강한 좌절감을 나타내면서 각국이 대북한 제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좀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12일 1박2일에 걸친 방문을 마치고 서울을 떠나면서 “북한이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원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이행해야 하며 그렇게 되도록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또 “우리는 아시아 지역의 동반국들과 함께 6자회담 재개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면서 “하지만 북한이 대화에 관심을 보이도록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 핵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일본과 중국, 한국 등 6자회담 주요 당사국 순방 중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관련해 별다른 묘안을 찾지 못한 데 따른 실망감을 강하게 밝힌 것입니다.

부쉬 행정부는 이에 따라 다음주에 개막되는 유엔 총회에서 북한 문제에 관심이 있는 국가들과의 다자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7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진행됐던 10자 회담과 비슷한 것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아울러 미국이 더 이상 6자회담 재개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국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미국 내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전략적 결단을 내렸느냐에 대한 회의와 의문이 높아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면서 “북한이 핵동결 시점부터 받게 될 중유가 연간 2억달러 어치에 이르고 핵 폐기시 한국이 제공할 전력이 연간 10억달러 상당인데 이 것들을 마카오 계좌에 동결된 2천4백만 달러를 찾기 위해 포기한다면 과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생각이 있느냐는 데 대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번 아시아 순방 중 중국에서 6자회담의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의 회동을 여러 차례 제의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힐 차관보는 특히 북한의 회담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 6자회담 복귀 이전이라도 북-미 양자대화를 할 수 있으며 이 자리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금융제재 해제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중국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측은 미국측의 이처럼 다소 완화된 입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회동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이에 따라 클린턴 행정부 당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선언으로 일부 완화했던 대북한 제재조처를 다시 가동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대북 제재는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와 내용의 문제”라며 대북제재 발동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아서는 안되며 더 인내를 갖고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측에 전달했습니다. 한 당국자는 “양자 및 다자대화를 통해 북한에 개입함으로써 북한의 핵 포기 공약이 얼마나 진지한지를 확인해야 하며, 핵포기 공약 이행을 위해 미국도 북 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상응하는 자본을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에 계속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이종석 통일부장관도 힐 차관보를 면담한 자리에서 “미국은 다양한 형태의 대화를 탄력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는 말로 미국측의 유연한 자세를 당부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과의 6자회담과 대북한 제재 등 주요 현안들에 대한 한-미 양측의 방침은 14일 열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부쉬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노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한이 전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인 만큼 미국이 융통성을 발휘해 줄 것을 당부할 것이라고 한국 정부의 한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부쉬 대통령은 그동안 미사일 시험발사 등 북한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줄곧 외교적 노력을 통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부쉬 대통령이 한국측의 입장을 감안해 대북한 태도에서 다소나마 융통성을 발휘할 경우 1년 가까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6자회담이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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