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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측에 수해 복구 지원 요청


북한은 지난 달 미사일 시험 발사 강행으로 남북한 관계가 경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수해 발생 이후 처음으로 남한 측에 공식 수해 복구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지난 2000년 역사적인 남북한 정상 회담 이후 창설된 6.15 공동선언 실천 위원회 북측 위원회는 9일 남측 위원회에 ‘피해 복구 물자들로서는 라면이나 의류품 보다는 복구 사업에 실제적으로 긴요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멘트와 강재등 건설 자재들과 화물 자동차를 비롯한 건설 장비들 그리고 식량과 모포, 의약품 등을 기본으로 했으면 하는 의견’ 이라는 내용의 팩스를 보냈습니다.

북한 측은 또한 ‘우리는 뜻밖의 수해로 북과 남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동포애의 힘으로 함께 극복해 나가기 위해 기울이고 있는 6.15 남측 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의 노력에 사의를 표한다’ 면서 북한측 의견을 여러 관련 단체들에 전달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 지난 달 집중 호우로 대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이후 북한 측이 이처럼 필요한 물품 목록을 세세하게 제시하면서 공식 지원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집중 호우로 인한 북한의 공식 피해 상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남한의 대북 지원단체 ‘좋은 벗들’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이번 집중 호우로 최대 만 명까지의 주민들이 사망 또는 실종됐습니다. 또한 일본에서 발행되는 친북 성향의 신문, 조선신보는 최근, 지난 달 북한에 내린 집중 호우로 주민 4천여 명이 부상을 입거나 사망했다면서 지난 달 14일부터 16일 사이에 내린 폭우로 인해 549명의 사망자와 295명의 실종자 그리고 3천 4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는 북한측의 이 같은 요청을 대북한 지원 단체들에 전달하고 11일 금강산 실무 협의에서 북측으로 부터 수해 현황을 직접 들은 뒤에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남측 위원회의 이재규 부대변인은 북측위원회가 밝힌 식량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쌀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식량 뿐만 아니라 민간 단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화물 자동차등 건설 장비와 자재 등을 북한이 요청한 것으로 볼 때 북한 측이 정부 차원의 지원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남한 통일부도 민간 단체 및 대한적십자사 등과 협의해 대북 지원 규모와 빠르면 이번 주 안에 그 일정을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남한의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대북협력 민간단체 협의회 간부들과 만나 굶주림을 해결하는데 쌀은 안되고 라면은 된다는 기준은 적합치 않다고 말함으로써 대북 지원에 쌀이 포함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습니다. 이 장관은 또한 10일에는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와도 만나 쌀 지원 문제를 포함한 대북한 수해 지원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입니다.

한국 정부는 민간 단체의 모금액과 정부의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보조금 방식으로 북한의 수해 복구를 지원한다는 방침 아래, 11일로 예정된 당정 협의와 대북지원 민관정책 협의회를 통해 지원 규모와 내역 등을 밝힐 예정입니다. 남북한 고위급 회담에서 남한측이 북한에게 국제적인 경고를 무시하고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한 이유를 묻자 회담장에서 북한측 대표들이 퇴장한 후 남한은 지난 달부터 북한에 대한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는 북한이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계획을 종식시키기 위한 6자 회담에 복귀하면 쌀 지원이 재개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 WFP의 관계자는 북한에서 이번 폭우로 감자 경작지가 황폐화됐으며 쌀 생산량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은 당초 이번 수해 복구를 자체적인 힘으로 극복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수해 구호를 돕겠다는 대한적십자사의 제의를 거절했었습니다.

한편 남한에서 200여개의 사회 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민족화해 협력 범국민협의회, 약칭 민화협은 지난 주 북한의 수해 복구 지원을 위해 긴급 구호품들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북한은 자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 구호 단체들이 북한을 대신해 긴급 지원 요청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고 말해 왔습니다. 그 같은 요청을 통한 지원은 사실상 감시 활동이 전혀 없는 과거 남한 측 지원과는 달리, 진정한 수해 피해자들에게 구호품이 잘 전달되고 있는 지를 확실히 하기 위한 철저한 감시 규정이 따를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는 수년째 계속된 홍수와 가믐 그리고 농업 분야의 경영 부실 등으로 초래된 1990년 대 중반의 기아 사태로 적어도 백 만명이 아사한 것으로 믿어지고 있습니다. WFP는 북한 전체 주민 약 10%에 해당하는 250만 명 정도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 결과들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올해 정상적인 수확을 거둔다 해도 백만톤 가량의 식량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남한은 지난 몇 년에 걸쳐 북한에 대해 연간 50만톤의 쌀을 제공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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