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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의 230번째 생일


보스턴 차 사건, 토마스 제퍼슨, 바베큐, 퍼레이드, 불꽃놀이. 이 단어들을 보고 혹시 뭔가 떠오르는 게 있으신가요? 미국 독립기념일! 이라고 단번에 맞추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훌륭하십니다’ 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단지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전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 나라에 대한, 무한한 궁금증과 열정만이 가득했던 저는 사실 미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에 가까운 상태였습니다.

중학교 역사 시간에 언뜻 들은 기억이 있는 보스턴 차 사건, 미국의 대통령 중 한 사람인 토마스 제퍼슨.. 위에 나열 된 단어들을 보며 제가 상상할 수 있었던 것은 겨우 이정도 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스스로 역사 공부도 할 겸, 여러분께 생생한 워싱턴의 현장 분위기도 전할 겸, 오늘은 ‘미국이의 230번째 생일’에 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독립기념일

2006년 7월 4일 화요일. 이 날은 지난 1776년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꼭 23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워싱턴 포스트에는 독립기념일을 위한 각종 행사들을 알리는 섹션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스미소니언 박물관 거리(Smithsonian)와 내셔널 몰(National Mall)에서는 주말부터 음악회, 전시회 등 독립기념일을 맞아 미국 전역에서 모여드는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 Smithsonian: 미술, 자연, 우주, 역사 등 10개 이상의 박물관들이 모여있는 곳, 각종 이벤트와 다양한 행사가 끊이지 않는 워싱턴 문화의 중심
** National Mall: 백악관과 국회 및 정부 기관들이 모여있는 거리


바베큐 파티

가족이 다같이 모이게 되는 주말 저녁이나 독립기념일처럼 특별한 날이 되면 미국 사람들은 흔히 바베큐 파티를 즐겨 합니다. 지난 메모리얼 데이에 있었던 바베큐 파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독립기념일에 즈음하여 제가 사는 기숙사에서는 “Independence Day Barbecue Party” 라는 형형색색의 광고들이 여기저기 붙여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10시 즈음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 친구들과 함께 정원에 숯불을 준비하고 미리 만들어 놓은 갖가지 재료들을 꺼내어 본격적인 바베큐 파티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숯불 냄새가 좀 고약하긴 했지만 세계 각국에서 모인 친구들과 함께 고국이 아닌 이국에서 그들의 역사적인 날을 기념한다는 건 상당히 뜻 깊은 일이였습니다.

** Memorial Day: 매년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에 미국에서 기념하는 전사자 추모 일


퍼레이드

퍼레이드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행사입니다. 오후 1시가 좀 지나 바베큐 파티를 끝내고 친구들과 함께 퍼레이드가 열리는 내셔널 몰 근처로 향했습니다. 올해의 퍼레이드 행사는 Constitution Avenue 와 7th Street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하여 17th Street 까지 이어졌습니다.

화려한 의상과 옷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탱크를 앞세우고 성조기를 흔들며 지나가는 재향 군인회 베테랑들, 고국의 전통 음악과 의상으로 제 2의 고향인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이민자들. 30도가 넘는 무척이나 더운 날씨였지만 퍼레이드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과 환호성을 지르며 그들을 지켜보던, 길가를 가득 매운 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불꽃놀이

미국의 독립기념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불꽃놀이 입니다. 저녁 9시부터 시작해서 약 15분 정도 이어지는 짧은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찾아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열리는 불꽃놀이는 그 규모나 모습이 아주 장관인 것으로 유명한데요, 그 중에서도 명당자리로 꼽히는 곳이 포토맥 강가와 내셔널 몰 인근입니다.

가족들끼리 돗자리를 펴놓고 자리를 ‘찜’ 한 다음에 하루종일 그 근처에서 볼거리를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독립기념일의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더군요. 아쉽게도 저는 독립기념일 당일 날의 불꽃놀이는 구경하지 못했는데요, 그나마 지난 4월 부활절에 포토맥 강가에서 구경했던 불꽃놀이를 떠올리며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자, 지금까지는 바베큐 파티, 퍼레이드 그리고 불꽃놀이 중심으로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관한 짤막한 스케치를 해보았습니다.


물론 역사에 해박한 분들도 많으시겠습니다만, 저처럼 미국 역사에 관해 어느 정도 이해가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독립기념일을 대표할 만한 몇 가지 역사적 사실들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보스턴 차 사건

영국의 아메리카 식민지에 대한 관세법에 반발한 보스턴 시민들이 인디언 분장을 하고 들어가 항구 안에 정박 중인 영국 동인도회사의 선박 2척을 습격하여 342개의 차 상자를 깨뜨리고 그 안의 차를 모조리 바다로 던진 사건을 말합니다.

미국인들은 흔히 ‘보스턴 티 파티’라고 일컫는데요, 얼마나 신나고 통쾌했으면 파티라고 까지 불렀을까요. 당시 영국에 대한 아메리카 식민지들의 반발심이 어느 정도 심했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은 이것을 ‘난동’으로 간주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 사건을 발단으로 식민지 아메리카의 독립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독립선언서

보스턴 차 사건을 시작으로 영국과 식민지 아메리카의 전쟁이 한창이던 1776년 7월 4일, 아메리카는 <독립선언서>를 발표했습니다. 훗날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이 된 토마스 제펴슨이 기초한 <독립선언서>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명쾌하게 밝혀 놓았습니다.

그 한 대목을 보면,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하며, 조물주가 부여한 인간의 권리 가운데는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인간을 정부를 만들었다. 정부의 권력은 국민의 동의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가 이런 목적을 파괴했을 때는 그 정부를 변혁하여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것이 국민의 권리다"

이 선언은 10여 년 뒤 일어난 프랑스 혁명에 큰 영향을 주었고, 프랑스 혁명 때 발표된 <인권선언>은 아메리카 독립선언의 기본정신을 충실히 이어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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