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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 = 9c4500>[오늘의 화제]</font> 제 2차 세계대전 후 61년 만에 재회한 미국인 조종사와 필리핀 여성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5년 필리핀에서 만나 친구로 지내다 지난 주말 61년 만에 다시 만난 조종사 출신 미국인과 필리핀 여성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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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83살인 조지 인틸씨와 71살인 바바라 앤-루이스씨 입니다. 인틸씨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1945년 육군 항공기 조종사로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근무했고 바바라-앤 루이스씨는 당시 열살 난 어린소녀였습니다.

61년 전 육군 중위였던 인틸씨는 당시 마닐라의 거리를 거닐던 중 길거리에서 친구들과 빈 깡통을 차며 놀던 바바라를 만났습니다. 바바라는 유창한 영어로 인틸 중위와 그의 상관을 놀라게 했고 이후 인틸 중위는 바바라 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과도 친구가 됐습니다.

인틸 중위는 바바라를 자신의 비행기에 태우고 활주로를 달리거나 조종석의 계기장치에 대해 설명해 주는 등 바바라에게 아주 친절한 미군 아저씨가 돼 주었습니다. 인틸 중위는 또 바바라의 가족을 위해 깡통에 담긴 군용식량들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바바라는 인틸 중위의 여동생으로 같은 또래인 카렌과도 친구가 돼 편지를 주고 받았고, 카렌은 오빠를 통해 친구인 바바라에게 여러 가지 선물을 전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인틸 중위는 일본으로 전출된 뒤 그 곳에서 미국으로 귀환했습니다. 이후 인틸씨는 바바라를 찾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바라는 인텔 중위에 대한 기억을 평생 마음 속에 간직하고, 그에 대한 얘기를 담은 책도 펴냈습니다. 바바라는 손주들에게 자신이 어린시절 겪은 전쟁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 `주머니 속의 돌'이란 책을 펴내면서 이 책의 한 장을 `조지 인틸 중위' 얘기에 할애했습니다.

바바라는 6년 전인 2000년에 이 책을 출간하면서 인틸 중위 가족에게 반드시 이 책을 전하겠다고 손주들에게 약속했는데 이번에 그 약속을 지키게 됐습니다.

바바라는 한동안 노력했지만 인틸씨를 찾지 못하자 그가 사망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불현듯 다시 한번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인틸씨의 아들들이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명부에 올린 인틸씨 관련 기록을 접하게 됐습니다. 바바라는 어렵게 인틸씨 아들의 연락처를 알게 돼 연락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바바라는 인틸씨 아들에게 남긴 메시지에서 `60년 전 열 살 소녀시절 당시 젊은 미군 조종사와 친구로 지냈고, 이후 줄곧 그를 찾았지만 허사였다'면서 전화번호의 인물이 인틸 중위의 아들이 아닌지를 물었습니다. 바바라는 자신은 미국으로 이민해 미국인과 결혼했고, 지금은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60년 전 그 미국인 조종사가 내게 베푼 친절을 평생 잊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틸씨의 아들은 자신의 부재 중에 걸려온 아주 젊잖고 공손한 나이 든 필리핀 여성의 목소리에 놀라와 하면서 아버지에게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인틸씨는 그 순간 바로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바라인 것을 알았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15일 워싱턴에 있는 2차 세계대전 기념관의 태평양 전적비 앞에서 61년 만에 극적으로 만났습니다. 20대 초반의 젊은 미군 중위와 10살의 어린 필리핀 소녀는 둘 다 세월의 흐름 앞에서 머리가 희끗한 노인으로 변해 있었고, 특히 인틸씨는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자녀들과 손주들을 모두 데리고 약속장소에 먼저 나와 있던 인틸씨는 바바라를 회상하면서 `머리가 아주 좋은 소녀였다'고 말했습니다. 잠시 후 나타난 바바라는 인틸씨를 보자 손에 들고 있던 선물꾸러미를 놓고는 달려가 포옹했습니다. 바바라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찿으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더라"고 말했고 인틸씨는 웃으며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라고 답했습니다.

바바라는 이날 인틸씨에게 손으로 제작한 나무로 된 모형 비행기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비행기에는 인틸씨의 이름과 필리핀에 근무한 기간이 적혀 있었습니다. 바바라는 인틸씨 가족들을 위해서는 필리핀 과자를 한 아름 준비했습니다.

인틸씨는 미 은화동전을 바바라에게 주었고, 아들들은 아버지의 2차대전 시절 빛 바랜 사진들을 갖고 나왔습니다. 바바라와 인틸 중위의 태평양을 가로 지른 우정의 얘기는 17일 워싱턴타임스 신문 1면에 사진과 함께 크게 실리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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